2002
31. 뚝심으로 개막 3연패 탈출 성공
2001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2002년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며 힘차게 시즌을 시작하려했다. 하지만 기아의 기세에 눌리면서 3연패의 수렁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대부분 팬들은 3연패를 해도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이미 두산은 99년에도 개막 3연패로 시작해 정규시즌을 우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베어스는 3연패로 출발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강팀의 이미지로 굳어져 있었다.
LG와의 시즌 첫 경기. 두산은 기아에서 방출된 용병 개리 레스를 첫 등판시켰고 LG는 김민기를 내세웠다.
공격의 포문을 연 팀은 LG였다. LG는 3회말 손지환의 적시타와 5회말 유격수 홍원기의 실책으로 2점을 가볍게 선취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베어스가 아니었다. 6회초 바로 반격에 들어간 두산은 홍원기와 정수근의 연속안타로 찬스를 만들고 장원진의 2루타로 1점을 만회했다. 그리고 우즈의 내야땅볼 때 발빠른 정수근이 재빠르게 홈인, 동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LG가 6회말 서용빈의 내야땅볼 때 김재현이 홈에 들어와 다시 한 점을 앞서 나갔고 마침 등판한 이동현(이 때 까지만해도 불펜에이스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모두 다 알다시피 한국시리즈 진출에 숨은 주역이 된다.)의 구위에 눌린 베어스는 8회까지 꼼짝을 못했고 결국 9회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으로 몰리게 된다.
9회가 되자 LG는 지난해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자 다승, 구원왕을 동시석권한 신윤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신윤호는 이미 기분좋은 첫 세이브를 올리고 2S를 노리고 있었다.
베어스의 첫 타자는 우즈였다. 아직까지 안타가 없던 우즈는 가볍게 우전안타로 출루, 마지막 희망을 되살렸고 4번타자 심재학의 우전안타와 5번 김동주의 사구가 겹치면서 단숨에 무사만루 찬스를 이뤄내고 만다. 타석에 들어선 안경현이 팀배팅에 주력한 결과, 외야플라이를 만들었고 대주자 전상렬이 홈을 밟으면서 가볍게 동점이 되었다.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은 좌전안타를 터뜨리며 팀의 역전을 일궈냈고 마운드에 있던 신윤호는 고개를 떨구며 이승호로 교체됐다. 8번타자 송원국이 좌타자임을 의식, 이승호를 내세운 것이다. 이승호는 대타로 나선 강봉규를 삼진처리하고 전승남과 바톤터치했다.
LG는 일단 1점차면 9회에 반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끝까지 총력전을 편 것이다. 허나 베어스 입장에선 쐐기 점수가 필요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던 홍원기는 바뀐 투수 전승남을 공략해 좌전 적시타를 쳐내면서 쐐기 타점의 주인공이 되었다.
어쩌면 이 경기가 이상훈 영입에 총력을 기울인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32.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는다
이제 어느 정도 선두권 진입에 기틀이 잡힌 두산은 막강한 선발마운드를 앞세워 본격적인 순위다툼에 가세한다.
비록 정수근, 장원진, 우즈 등 주전타자들이 부진의 늪에 빠져있었지만 김동주와 홍성흔이 분전했고 심재학이 점점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어 그리 비관적이진 않았다.
수원에서 펼쳐진 현대와의 원정경기. 1,2회 연달아 점수를 내줘 0-4로 벌어진 경기는 어느새 4-4 동점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9회말 두산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그것도 무사만루의 위기를.
박경완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주고 송원국의 실책과 박진만의 볼넷으로 무사만루를 내주고 만 것이다.
김재박 감독은 여우답게 스퀴즈번트를 지시했다. 게다가 타자는 전준호. 작전수행능력 하나만큼은 국내 최고인 그가 아니던가. 전준호는 약속대로 번트를 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뿔싸!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날아간 것이다. 차명주는 이를 놓치지 않고 포수 홍성흔에게 던져 3루주자를 아웃시키고 곧바로 1루로 공을 뿌려 타자주자까지 제압, 단숨에 투아웃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속타자 서한규는 1루수 파울플라이로 간단하게 마무리지었다.
연장전으로 돌입한 승부는 11회초로 이어졌고 선두타자 김동주가 볼넷을 고르면서 시작되었다. 후속타자의 보내기번트와 패스트볼로 2사 3루가 된 상황에서 홍성흔이 풀카운트 접전끝에 수퍼루키 조용준의 공을 잡아 당겨 극적인 역전타를 만들어냈다.
10회말부터 등판했던 진필중이 11회말도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두산은 4연승을 질주했다.
33. 1년 전 그대로! 다시 터뜨린 대타 만루홈런
2001년 6월 23일, 그리고 2002년 5월 22일.
모두 '송원국'과 '만루홈런'으로 기억되는 날들이다. 프로 데뷔 첫 타석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한 이래 1년만에 다시 한번 그 감동을 재현한 것이다.
송원국은 2001시즌 데뷔한 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며 한국시리즈에 대타로 그라운드에 나서기도 했고 2002시즌이 시작되자 주전 2루수로 발탁되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너무 부담이 되었는지 타격에서도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문제점이 여러번 노출되었다. 결국 주전라인업에서 제외되었고 벤치에서 타격감을 추스리던 송원국은 마지막 기회를 잡게 된다.
7회말 2사만루에서 김인식 감독은 대타로 송원국을 선택했고 송원국은 김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는 장쾌한 만루홈런을 터뜨리면서 역대 3번째 개인통산 2개의 대타 만루홈런을 기록한 선수로 등극했다. (이 세 선수 중엔 임수혁도 포함되어 있다.)
송원국은 이번 만루홈런을 계기로 타격감을 다시 회복했고 3할대를 마크하기 시작했지만 그 뒤에 찾아올 불행을 암시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8월 9일. 유재웅과 함께 탑승한 승용차가 빗길 교통사고가 일어나면서 중상을 당한 것이다.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부상은 의외로 심각했고 결국 그 이후로 잠실벌에서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아직도 이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여기서 잠깐! <33편과 34편 사이에 있었던 일들>
- 전반기 2위로 마감. (1위 기아)
- 심재학 올스타 최다득표
- 후반기 9연패로 시작.
- 송원국, 유재웅 교통사고.
- 우즈 '미국 좀 갔다올께~'
- 정수근 9번타자로 추락.
- 심재학 전반기 3할대에서 후반기 2할4푼대로 급격 하락.
- 팀 순위 5위로 추락.
34. 심재학 역전투런 마지막 고군분투
참담한 후반기를 보내다 5위로 추락한 베어스는 마지막 실낱희망을 잡기위해 삼성과의 마지막 홈경기에 나섰다.
사실 이 경기의 모든 시선은 삼성에 쏠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경기만 잡으면 2년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뜻대로 경기를 앞서나가고 있었다. 샴페인이라도 터뜨릴 기세였다. 그러나 그 준비가 너무 빨랐던 탓이었을까.
3-4로 뒤지던 두산은 8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간절한 심정으로 심재학을 대타로 기용했고 심재학은 연방 파울만 치다가 타격감을 찾아내 홈런으로 연결하면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5-4 승리로 마무리지었다.
이 경기만 졌어도 PS 탈락이었던 두산은 마지막 실낱 희망을 이어갔지만 다음날 SK에게 패하는 바람에 5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훈련량 부족과 고참 선수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전반기는 마운드의 힘으로 2위까지 수성했지만 후반기에 들어서 결국 밑천을 드러내고 말았다.
실로 오랜만에 가을 잔치 초대권을 받지 못한 두산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우즈와 레스가 일본으로 진출하고 진필중을 기아에 트레이드하면서 전력이 더욱 약화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2003시즌의 운명은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⑩편에서 계속
엑스포츠뉴스 윤욱재기자
스캔 / 윤욱재
윤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