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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클라우디아, "한국 피겨대표선수가 꿈이에요"

기사입력 2008.11.19 05:24 / 기사수정 2008.11.19 05:2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로 인해 한국피겨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의 영향으로 등장한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붐을 이룰 때, 진정한 '한국 피겨의 전성기'가 올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13세 이하의 어린 노비스 선수들 중,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 꿈나무대회와 국내 랭킹전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우승한 '토털 패키지' 박소연(11, 전남 나주초)과 점프와 표현력이 모두 좋은 서채연(12, 가동초)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표정 연기와 표현력이 좋은 이호정(11, 서울 남성초)과 귀엽고 앙증맞은 연기가 일품인 김해진(11,관문초)도 매우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이 선수들의 뒤를 추격하는 또 한 명의 유망주가 있습니다. 스위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클라우디아 뮬러(11, 고양시 관산초)는 한국피겨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많은 유망주입니다.

피겨스케이팅과 한국이 너무나 좋은 소녀

클라우디아는 어릴 적부터 세계 여러 곳을 전전하며 성장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97년에 태어난 클라우디아는 태국을 거쳐 스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릴 적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클라우디아는 아버지와 함께 스케이트장에 가면서 자연스럽게 빙판과 친숙해졌습니다. 처음에 빙판에 들어설 때의 기분을 묻자 클라우디아는 "두려운 것은 전혀 없었고 너무 재미있고 신났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클라우디아가 하고 싶었던 것은 피겨스케이팅이 아닌 아이스하키였습니다. 하키를 해봤던 경험이 있는 아버지 뮬러 씨와 함께 스틱을 가지고 빙판에서 놀았던 클라우디아는 피겨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스위스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피겨에 급수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가장 낮은 급수부터 8급까지 존재하지만 스위스는 초급이 네 단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것에 재미를 느꼈던 클라우디아는 자연스럽게 피겨스케이팅의 매력 속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오게 된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은 선수에 대한 관리와 투자가 한국에 비해 훨씬 좋은 환경을 갖춘 곳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피겨전문링크도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을 마다하고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이유에 대해 클라우디아의 어머니인 최혜선 씨는 "세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지만 한국에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남편을 비롯한 아이들까지 모두 한국을 좋아했다. 한국에서 살아야하니 선수생활도 이곳에서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유렵에서는 유명한 피겨선수들이 많이 배출됐지만 한국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면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곳의 생활이 재미있는지의 질문에 대해 클라우디아는 "한국이 너무나 좋아요"라고 환하게 웃으며 답변했습니다. 어디든 놀러갈 수 있는 놀이공원이 많고 친척들과 어울리면서 공동체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맘에 든다고 대답했습니다.

스위스에서 축구를 즐겼던 클라우디아는 한국에 와서 야구팬도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본 야구의 재미에 흠뻑 빠져든 클라우디아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 양궁경기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질문에 클라우디아는 아직까지는 '김치'보다 '치즈'가 더욱 익숙하다고 밝혔습니다. 쌀밥에 김치와 된장찌개로 이루어진 식단보다는 스파게티에 바게트 빵이 곁들어진 식탁이 익숙하다는 클라우디아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한국에서 알게 된 '탕수육'을 꼽았습니다.

3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클라우디아는 한국어가 서툴렀습니다. 그러나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려가며 빠른 시간 안에 한국어를 습득한 클라우디아는 지금은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디아와 대화를 나누던 필자는 지극히 평범한 한국의 소녀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쟁쟁한 노비스 선수들, 그러나 자신감은 충분히 있다

클라우디아는 피겨 선수들 중, 친한 선수로 박소연을 지목했습니다. 비록 훈련하는 팀은 다르지만 경기가 있을 때면 가장 친하게 어울리며 함께 떡볶이 사먹는 것을 즐긴다는 클라우디아는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워하는 선수로도 박소연을 언급했습니다.

박소연이 구사하는 점프가 매우 뛰어나고 스핀과 표현력도 좋다고 밝힌 클라우디아는 현재 더블 악셀의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구사는 하고 있지만 보다 완벽하게 익히고 싶은 것이 클라우디아의 목표입니다.

클라우디아를 지도하고 있는 최인화 코치는 "박소연과 서채연 등이 너무나 잘하고 있어서 그렇지 클라우디아도 어린 나이에 비해 매우 잘하고 있다. 근래에 들어서 키도 크고 다리와 팔도 길어지고 있다. 피겨를 하기에 좋은 체격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점프의 회전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만 보완하면 클라우디아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승부와 대회성적에 연연하는 국내의 환경이 아닌, 피겨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시스템 하에서 성장한 클라우디아는 늘 자신의 경기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스위스에는 피겨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대회의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피겨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이고 피겨를 즐기면서 타는 아이들이 성장할 때, 실력에 대한 필요성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머니인 최 씨는 "클라우디아는 한국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해 강한 승부근성은 부족한 편이다. 이런 점은 예전에는 더욱 강했지만 지금은 경쟁력을 강조하는 이  곳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적응된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클라우디아의 가장 큰 목표는 모든 점프 기술을 완벽하게 익히는 것입니다. '점프의 교과서'인 김연아처럼 트리플 5종 점프 기술을 모두 익혀서 멋진 점프를 구사하는 것이 꿈이라는 클라우디아는 좋아하는 선수로 어김없이 김연아를 선택했습니다.

필자가 클라우디아가 훈련하는 현장을 찾았을 때, 점프 연습도중 크게 넘어져서 눈물을 흘렸지만 마사지를 받고 다시 빙판에 나가서 2시간에 이르는 훈련과정을 모두 마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매우 아픈 통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 클라우디아는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룰 때까지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다짐도 내비쳤습니다.



한국대표선수로 세계대회에 나가는 꿈을 가진 클라우디아

한국 피겨 지도자들이 기초부터 탄탄히 가르치는 지도력에 대해 최 씨는 높게 평가했습니다. 재미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스위스에서는 자잘한 기초 훈련을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본기 과정을 놓치지 않고 탄탄하게 완성해 나가는 풍토는 매우 잘 돼있다고 정 씨는 답변했습니다.

피겨 선수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행정직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께 바라고 싶은 점을 묻자 최 씨는 "아이스링크를 대관하는 부담이 선수들 각각에게 돌아간다는 점은 후원업체가 존재한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금세 이루어질 수는 없어도 최소한 어렵게 대관한 링크가 너무 춥지만 않아도 좋겠다. 어린 아이들이 항상 덜덜 떨며 훈련하는 모습은 보기가 안쓰럽다. 빙판은 매우 딱딱하고 위험한 곳인데 추운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넘어지면 아이들 몸에 자연스럽게 무리가 온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환경 속에서 땀을 흘리고 근육이 풀린 상태에서 넘어지면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한다. 온도를 적당하게 유지하는 기준이 있을 텐데 혹한의 추위 속에서 훈련하는 환경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라고 훈련의 어려움에 대해 밝혔습니다.

클라우디아도 훈련 시, 가장 큰 어려움이 뭐냐는 질문에 '너무나 춥다'라는 답변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지난 국내 랭킹전의 경우, 연습이 아닌 국내에서 가장 큰 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혹한의 추위 속에서 대회가 치러졌었습니다.

클라우디아는 현재 스위스 국적입니다. 한국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고 이곳의 코치들에게 지도를 받는 클라우디아는 조만간 한국 국적을 취득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어려가지 문제가 따르는 상황이지만 '스위스 대표'가 아닌 '한국 대표'로 세계무대에 출전하고 싶은 클라우디아의 꿈을 위해 이 일은 진행될 예정입니다.

비록, 어려운 환경 속에서 훈련을 하고 있지만 한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클라우디아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땅에서 정착해 살고 싶다는 뮬러와 정 씨 가족의 소망이 클라우디아가 타는 스케이트로 찬란하게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사진 = 클라우디아 뮬러 (C) 오규만 기자,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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