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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성실의 이름으로' 이영표, 다시 거듭나다

기사입력 2008.11.18 04:10 / 기사수정 2008.11.18 04:10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축구선수 이영표. 그의 이름을 부르면 신뢰와 성실의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뛰어난 발재간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현란한 드리블링, 한 번 터지면 그칠 줄 모르는 폭발적인 공간 쇄도, 적극적인 상대 선수 마킹과 정확한 볼배급을 통한 안정적인 풀백 수비, 그리고 골대에 기대 서 있다가 공이 들어오면 헤딩으로 잽싸게 걷어내는 '재치 만점' 플레이, 이 모든 것이 이영표라는 축구선수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당당하게, 대한민국 국가대표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수 있게 된 것은 남모르게 벌인 피나는 노력과 대표팀 선수로서의 책임감 없이는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축구대표팀에 몸담아 미드필더, 풀백이라는 자신의 포지션을 꾸준하게 소화했던 '꾀돌이' 이영표가 20일 새벽(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를 통해 우리나라 선수로는 7번째로 FIFA 공인 센추리클럽(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하게 된다. 센추리클럽에는 차범근 현 수원 삼성 감독이 우리나라 선수로 처음 문을 두드린 데 이어 홍명보, 유상철, 황선홍, 김태영, 이운재 등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축구 스타들이 포함돼 있다.

1999년 6월 12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컵 1차전 멕시코전에서 최성용을 대신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교체 출전한 이영표는 당시, 허정무 감독에 의해 집중 조련을 받으며 대표팀에서 서서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림픽 대표팀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고정 선발 출장하며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영표의 실력이 급성장하게 된 계기는 바로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나면서부터였다. 히딩크 감독은 이영표의 플레이를 처음 본 순간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좋고 투지가 강해 보였다. 더욱이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축구를 감당할 만한 체력을 지녔다"고 평가하면서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영표는 히딩크 감독 앞에서 하루 다르게 성장했고, '히딩크호' 1년 6개월 동안 단 2경기를 제외한 A매치 전경기에 출전하는 기록을 세우며 송종국과 함께 '히딩크호의 황태자'로 불렸다.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전, 이탈리아전에서 연달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명장면'을 연출하며 선수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게 된다. 

이후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한 뒤, 측면 풀백 수비를 맡은 이영표는 유럽의 선진 축구 기술을 배우며 자신의 기량을 더욱 극대화시켜 나갔다. 2005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전 AC밀란과의 경기에서 세계 최고의 수비수 카푸(브라질)를 농락시키며 팀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장면은 지금까지도 축구팬들 사이에 '이야깃거리'가 될 정도이다. 이후 이적한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데뷔전부터 화려한 왼쪽 측면 오버래핑으로 큰 박수를 받으며 유럽 축구에서도 통하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그간 대표팀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 등 중요한 경기마다 선발 출전한 이영표는 2006년 초,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포백 수비에 대해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풀백으로 보직 변경이 이뤄졌다. 그러면서 홍명보의 은퇴 이후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은 수비 라인을 전반적으로 조율하며 경기를 운영하는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됐다.

이렇게 좋은 일들만 가득했던 이영표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 2004년, 코엘류 감독 시절에 겪은 '몰디브 치욕' 때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많은 축구팬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기도 했고, 올해 중반에는 소속팀 토트넘에서 주전 자리를 전혀 확보하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자 후배 선수들에 밀려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로 전격 이적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펴며, 부동의 오른쪽 윙백으로 10경기 연속 풀타임 출장을 하게 됐다. 대표팀에서도 제 기량을 찾아 지난 달 15일, 자신의 99번째 A매치 경기인 아랍에미리트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센추리클럽보다 팀 승리가 중요하다"며 이번 자신의 100번째 경기에 담담하게 임하겠다는 '철인' 이영표. 김동진, 김치우 등 주전급 풀백 자원들이 대거 빠졌다고 하지만 항상 믿음직한 플레이를 보여왔던 그로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중요한 일전을 통해 100이라는 세자릿수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처럼 더욱 거듭나는 모습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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