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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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라 리가] 위기의 발렌시아

기사입력 2005.02.26 09:27 / 기사수정 2005.02.26 09:27

이철규 기자
전년 시즌 UEFA컵 챔피언이자 프리메라 리가 4강 중 하나로 리그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던 발렌시아. 이렇게 스페인의 강호로 꼽히면서 챔피언스 리그 단골손님이었던 이들이 UEFA컵 32강전에서 슈테아우아를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과연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03/04시즌과 04/05시즌의 발렌시아]

03/04시즌 발렌시아는 아얄라를 주축으로 한 수비진이 돋보이는 팀이었습니다. 바라하-알벨다라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중앙 미드필더간의 호흡이 돋보이는 탄탄한 수비능력을 바탕으로 라 리가 최고의 조직력(최소실점)을 뽐내기도 했지요. 또한 고질적인 원톱의 득점력 문제도 미스타의 등장으로 리그 2위의 득점력을 선보이면서 당당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멤버들은 고스란히 04/05시즌에 팀의 주축이 됩니다. 여기에 노장 카르보니도 꾸준함을 보여주며 그 위상을 가져오고 있었습니다. 또한 라니에리 감독의 영입 전략에 따라 라치오로부터 받은 멘디에타의 이적대금으로 디 바이오, 피오레, 코라디 등을 영입해 이탈리안 커넥션이 구축되는 등 전력은 더욱 보강됩니다.
 
하지만 올 시즌 발렌시아는 공수의 주축 선수인 아얄라와 비센테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10위권으로 밀려날 정도였지만 다행히 6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에서 보여준 내용을 보자면 6위라는 성적이 과분할 정도입니다. 그 이면에는 주전들의 잦은 부상 이외에도 바라하의 부진과 이탈리아 커넥션의 적응 실패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까지 라니에리표 전술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라니에리 감독은 97년부터 99년까지 발렌시아를 맡은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베니테즈 전 감독이 라니에리 자신과 쿠페르감독이 일궈놓은 것을 바탕으로 팀을 구성했다는 점을 볼 때 발렌시아가 라니에리에게 전혀 낯선 팀은 아닌 상황입니다. 또한 그는 이탈리아, 잉글랜드, 스페인에서 두루 감독을 역임하며 명문팀을 지휘한 경험이 있습니다. 거기에 팀원을 조화시키는 능력과 전술적 유연성을 특히 높게 평가받았지요.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팀의 컬러에 완전 대치되는 전술을 들고 나온 것 또한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발렌시아의 부진을 야기시켰고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했을까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부진의 이유]
 
적응에 실패한 코라디
주전 원톱으로 기용되는 코라디(2골)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써 득점력에 문제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되어야 할 부분은 포스트플레이 등 미드필더들과의 부조화입니다. 거의 프리메라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크로스나 패스를 주고 받는 부분이 반박자 정도 늦네요.
 
본래 그가 많은 득점을 올리는 공격수 스타일이 아니란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득점 기회를 놓치거나 아예 잡지 못한다는 것에서 그 문제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보다 더 많이 뛰면서 2선의 공격을 담당해야 할 바라하와 디 바이오와 양 윙어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드필더 디 바이오?

팀내 최다 득점자인 디 바이오(8골) 역시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슛을 선보이며 공격선상에 포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미드필더처럼 너무 내려와 플레이하고 있지요. 본질적으로 그는 공격수이지 미드필더가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그는 쳐진 스트라이커라기보다는 미드필더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실 디 바이오의 쳐진 스트라이커 자리에는 본래 아이마르가 출장했습니다. 그러나 바라하의 플레이 메이킹, 공격, 수비 전반에 걸친 뛰어난 능력 때문에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아이마르보다 디 바이오 처럼 보다 공격적인 선수를 출전하도록 만들었지요.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과부하에 허덕이는 무결점 미드필더 바라하

이번 시즌 비센테의 부상 이후 바라하는 과거와 같이 전부분에 걸쳐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 보다는 다소 기복이 심한 모습입니다. 공격에서 비센테가 빠진 공백을 메꿔 줄 선수가 필요해졌고 이후 알벨다의 부상에 득점력 빈곤까지 겹치면서 만능을 요구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그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플레이메이킹 부분이 문제였는데요. 창의성이 예전만 못한 모습입니다. 이 창의성의 부재는 득점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가며 팀을 움직일 플레이메이커의 존재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바로 팀 전체의 경기력이 난조에 빠졌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아얄라의 부재에 시즌 중반 알벨다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바라하에게는 더욱 심한 압박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따라 최전방에서의 득점력 또한 여전히 빈곤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득점력은 24라운드 현재 그다지 나쁘게 볼 수 없는 36득점입니다. 하지만 터져야 할 때 터지지 못하는 득점은 기록상의 허구일 뿐이지요. 바라하의 득점(6골)이 팀내 2위라는 것은 양 윙어와 최전방에서 얼마나 득점력이 떨어졌는 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발렌시아에게 돌파구는 없는 걸까요?


[해결 방안]
 
아이마르와 피오레가 있다

공격에 대한 창의성을 바라하가 보여주지 못한다고 발렌시아에 그러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 2의 마라도나’라 불리던 아이마르가 부상에서 복귀해 충분히 뛸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피오레 또한 적응이 완벽하게 되었다 보기에는 어려우나 이탈리아에서 보여준 창의성만큼은 충분히 프리메라에서도 통할 것이라 보입니다. 이러한 선수를 디 바이오 자리에 투입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공격수가 없다?

전반기를 통해 코라디의 포스트 플레이와 득점력이 기대이하로 증명되었다면 과감히 교체해야 합니다. 발렌시아에게는 최전방 원톱으로 검증된 미스타가 있으며 디 바이오 역시 최전방에서 뛸 수 있는 좋은 옵셔너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마르 등을 투입함으로써 바라하의 부담을 덜어주어 공격에서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 입니다.
 
다만 현재의 발렌시아는 공격수가 없는 것보다 코라디를 이용한 전술을 펼치는 라니에리 감독에게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 발렌시아가 보여준 미드필더와 수비진이 보여준 이탈리아식 수비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 윙과 중앙에서 바라하 등이 빠른 패스와 질주에 이은 알찬 득점력'이란 공식을 굳이 버려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위기의 발렌시아]

챔피언스 조별 라운드 탈락에 이어 UEFA컵 32강에 탈락한 발렌시아. 리그에서도 강등권인 라싱 산탄테르등에게 패배하는 등 한때 10위 권에까지 밀려났던 위험한 6위 발렌시아. 여기에 넉넉치 못한 재정을 감안한다면 다음 시즌에 주요 선수들을 지키는 것 조차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로 전술을 유지해 다음 시즌에 완성된 라니에리표 전술을 보여주기에는 발렌시아라는 팀이 보여준 그간의 완성된 조직력과 커리어가 너무 아쉽습니다.

발렌시아가 지금 처한 상황은 분명히 위기입니다. 무엇보다 발렌시아만의 색깔이 흐려지면서 선수들이 보이는 혼란과 나타나는 저하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요선수들의 미기용 등으로 답답해진 팀은 팬들에게 실망과 초라한 성적표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감독의 고유권한에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선수들의 적응이 어느 정도 된 후반기 초입에 나타난 2가지 악재는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이미 24라운드가 지났고 후반기도 어느 덧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입니다. 

자신의 전술의 중심이 되는 선수가 부진을 믿고 기다리는 덕장의 모습도 나쁘지 않겠지만, 때때로 과단성 있는 감독의 모습 또한 팀을 이끄는 지도자로써 보여주어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 역시 그가 그동안 보여준 전술적 유연성에 부합되는 것일테니까요.
 
부상에 허덕이던 아얄라와 알벨다, 아이마르가 복귀했습니다. 비센테가 아직 부상에 회복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발렌시아는 어느 한 선수에게만 의지하던 팀은 아닙니다. 프리메라 양강체제를 깨뜨리며 당당히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유럽무대에 강자임을 알렸던 지난 시즌의 모습을 다시 보길 기대합니다.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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