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21 11:11 / 기사수정 2008.08.21 11:11
성남은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며 3일 후로 다가온 후기리그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주로 후반에 투입, 조커로 맹활약하던 최성국을 선발 출장시키며 측면 공격에 힘을 주었다.
또, 주전 공격수인 모따와 두두는 물론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아르체까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외국인 선수 자원을 선발로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세 외국인 선수 조합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반 초반부터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거칠게 밀어붙인 성남은 그러나 마치 톱니바퀴가 어그러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며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호흡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골이 나올 수는 없는 법. 보수공사로 둥지를 옮겨 모란으로 돌아온 성남에 관중이 들려준 목소리는 환희보다는 탄식이었다.
성남은 최성국은 물론, 박진섭까지 측면 공격에 활발히 참여하며 공격에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 전반 45분 동안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골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화끈한 공격력을 표방하며 내셔널리그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울산 현대미포조선은 성남의 공세를 막는데 급급해 공격다운 공격조차 펼쳐보지 못했다.
김정우와 김동현을 투입하며 공격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성남은 그러나 전반과 별다를 것이 없는 후반 45분을 보냈다. 슈팅은 매번 골대 옆으로 비켜가거나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유현 골키퍼에게 안기기 일쑤였다.
울산 현대미포조선이라고 뾰족한 수는 없었다. 전반과 별다를 것 없이 수비에 치중하다 후반을 마쳤다.
지리멸렬한 90분을 보낸 양 팀은 대회 규정에 따라 연장 없이 바로 승부차기에 임했다. 정성룡이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첫 키커 안성남의 슈팅을 막았고, 이후 양 팀의 모든 키커가 골에 성공해 성남은 승부차기 5-4승을 거뒀고, 첫 슈팅을 막은 성남의 골키퍼 정성룡은 힘겨운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 아쉬운 잔디
K-리그 선수들 사이에서는 성남 원정이 유난히 어렵다는 말이 종종 나오곤 한다. 비단 상대하기 어려운 성남의 경기력 때문만이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경기장의 잔디 상태 때문인데, 그렇게 상대 선수들이 어려워하던 탄천 잔디보다 모란의 잔디는 훨씬 곤란한 상황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달리는 내내 잔디에서는 흙이 튀어 올랐고, 선수들은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단지 넘어진 것으로 '사태'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싶겠지만, 경기 내내 여기저기서 몸싸움에 의한 것이 아닌 단지 잔디의 불량한 상태 때문에 선수가 넘어지는 모습이 왕왕 목격됐다면, 또한 그 운동장이 프로팀이 사용할 것이라면, 그리고 그 운동장을 사용할 홈 팀 선수들마저 넘어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면, '사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경기가 치러지는 내내 잔디 덕분에(?) 흐름은 툭툭 끊어지기 일쑤였고, 성남 서포터석에서는 '잔디가 좋지 않아서 미안해'라는 외침이 들려오기도 했다.
모란 운동장이 그동안 프로팀이 정식 경기를 치르지 않아 잔디가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은 충분히 감안한다 치더라도 경기장 이전은 이미 꽤 오래전 결정된 부분이었기 때문에, 성남 구단은 경기장을 관리하는 시설공단과 합의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최소한의 잔디는 마련해뒀어야 했다.
- 아르체 '글쎄' 어경준 '어?'
이날 성남의 엔트리에는 두 개의 새로운 이름이 보였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아르체와 프랑스에서 K-리그로 유턴한 어경준이 그것인데, 선발로 출전한 아르체는 후반 교체되기 전까지 모따 두두 두 브라질 콤비와 함께 성남 공격 일선에 섰다.
부지런한 몸놀림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른 공격, 미들 진영과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잦은 패스 미스를 연발, 뚜렷한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어경준은 후반 중반 이후 투입,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양 측면을 활발히 누비며 성남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아르체와 마찬가지로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이 문제였다.
하지만, 아르체와 어경준 모두 선수 개인의 능력은 모자라지 않다는 평이다. 앞으로 손발이 맞기 시작한다면 성남의 훌륭한 자원으로서 손색이 없을 듯하다.
- 내셔널 리거라 무시하지 마라
이 날 성남의 공격진들이 가장 고전했던 부분 중 하나는 진득한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수비였다. 프로 출신의 고범수,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MVP 정재석 등이 포진한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수비진은 철저히 성남 공격수들을 괴롭혔다.
최성국의 빠른 발과 박진섭의 크로스에 측면 수비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때에도 중앙 수비만큼은 굳건했다.
또, 성남이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중앙으로 파고들면 여차 없이 둘 이상이 들러붙거나 태클을 시도, 공격을 차단해냈다. 결국,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수비진은 K-리그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팀 중 한 팀인 성남을 상대로 무실점이라는 작은 쾌거를 이뤄낼 수 있었다.
K-리그, 그리고 내셔널리그의 득점 선두가 모두 포진되어 있는 양 팀인지라 화끈한 화력 대결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규 시간에 골을 뽑지 못하며 심심한 경기가 되고 말았다.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성남은 8강 진출에 성공, 프로팀으로서 변변치 못한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