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채정연 기자] '영원한 캡틴' 홍성흔(41)이 17년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며 인생 2막을 여는 소감을 전했다.
홍성흔은 30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 앞서 공식 은퇴식을 치른다. 1999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며 18년간 열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온 홍성흔은 이제 지도자로서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통산 3할1리의 타율과 208홈런 1120타점을 기록한 홍성흔은 현역 시절의 열정을 지도자로서 이어가려 한다. 현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산하 루키 팀에서 코치 연수 중이다.
두산 입단시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홍성흔은 "구단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웃었다. 빡빡한 연수로 인해 슬림한 모습으로 나타난 홍성흔은 "샌디에이고 루키팀에서 코치 연수를 하고 있다. 타격과 포수 쪽을 지도하고 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선수들을 훈련시킨다"고 근황을 전했다. 다음은 홍성흔과의 일문일답.
-영어는 많이 늘었나
"적응력 하나는 끝내준다고 박찬호 선배가 말하더라. 이제는 말을 좀 한다. 3개월 정도 공부했고, 외국인 선수 제도가 내게 많이 도움 됐다. 니퍼트, 에반스, 우즈와 같은 선수들과 서스럼없이 대화했던 게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됐다"
-살이 정말 많이 빠졌는데
"솔직히 처음에 만만하게 생각했다. 야간 대신 새벽 연습이 있더라. 메이져리그 생각하고 갔는데 마이너리그와 차이가 많더라. 많이 뛰어다니고, 분위기는 군대 같았다. 일과 끝나면 영어 수업 받고, 빡빡하게 지내고 있다. 미국에서 코치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정식 코치로 인정받은 사례가 아직 없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는데, 한국 출신으로 도전해보고 싶다"
-배트플립 영상 덕분에 친해졌다던데
"그쪽은 배트플립을 충격적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홈런 많이 치는 영상을 보여주니 친해지기 쉬웠다. 타격 관련해서도 많이 물어보더라."
-롯데와 두산 경기에 은퇴를 하게됐는데
"생각도 못했다. 구단 측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솔직히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도 두산 구단 측이 이렇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은퇴식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18년간 한 게 아니지 않나. 인정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구단 측이 이렇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두산과 롯데에 큰 애정이 있을텐데
"야구인으로서 다 고마운 팀이다. 나누자고 하면 어렵다. 모두 소중한 팀이었다"
-후배들하고 잘 지내지 않았나. 어떤 후배가 축하해줬으면 하나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이)대호가 왜 이렇게 살 빠졌냐고 걱정해주더라. 50살까지 야구할 줄 알았다고 말해주더라(웃음). 어제 왜 퇴장당했는지 물어볼 생각이다. 우리 쪽에서는 오재원이나 김재호, 민병헌, 양의지 등이 반가워해졌다. 롯데 신인 선수들은 솔직히 모르겠다(웃음)"
-감정은 어떤가
"절대 울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마음의 준비는 했다. 떠난다는 마음보다 새로운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기쁜 마음을 갖고 있다"
-가족과 함께 왔는데
"선수 생활 마지막이니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미가 크지 않나"
-처음 은퇴를 결심했을 때와 지금 마음가짐은 어떻게 다른가
"그때 인터뷰 안 하길 잘한 것 같다(웃음) 그때는 조용히 떠나고 싶었다. 내 것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 사람이 직업을 잃으면 당황스럽지 않나. 머릿속이 잘 돌지 않았다. 내 것을 구축하고 이야기를 해야 많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코치로 가는 것인가
"방송 쪽에서 많은 콜이 왔다(웃음) 야구 코치 수업과 연예계를 생각했을 때, 연예계가 불편하더라. 돈을 많이 벌더라도 그랬다. 나는 지금껏 야구를 해왔고, 어린 친구들과 함께 야구하겠다고 생각했다. 보수 없더라도 야구하자고 생각했고, 지금 굉장히 행복하다. 잘 선택했다고 본다. 돈은 좀 안되지만(웃음)"
-코치 연수는 언제까지인가
"코치로 인정 받을 때까지 하려한다"
-해설 쪽은 생각 없나
"코치 연수에 먼저 무게를 뒀다. 미뤄둔 상태다. 중요한 것은 코치 쪽에서 열심히 미국 야구 공부하고자 한다"
-18시즌 현역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신인상 받았을 때다. 진갑용 선배를 제치고 신인왕 받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번째는 2001년 포수로서 이 유니폼을 입고 마해영 선배 삼진 잡고 진필중 선배와 부둥켜안았을 때다. 마지막은 2015년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우승했을 때다"
-애착이 가는 기록이 있나
"2000안타다. 200병살도 따라왔다(웃음) 미국 측은 아직 나의 병살 기록을 모른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마지막 시즌에 팬 분들께 실망시킨 부분이 있다. 야구 안팎으로 실수를 했다. 그런 부분에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 팬 분들께 더 인정받을 수 있었는데, 언행이 가벼웠던 부분이 있어 아쉽다. 반성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과 뛰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
"내 배트 스피드 보고 다들 놀란다. 아직 에너지가 남아있다. 선수를 가르치며 하고싶다는 생각보다는, 이제는 선수들이 나를 잘 따라와주고 인정받는 코치가 되고 싶다. 현역 생활에 미련은 없다. 근육도 싹 빠지지 않았나"
-살이 얼마나 빠졌나.
"음, 30파운드?(장내 웃음) 미국식에 익숙해졌다. 15kg 정도 뺐다. 몸은 너무 힘든데, 정신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뛰고 가르쳐주고 언어를 배운다는 것에 기쁨이 있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선수들과 함께 같이 뛰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무게 잡는 것을 잘 못한다. 선수들과 어울려 함께하고 싶다. 선수들이 '이 코치 정말 열정적이다'라고 생각할만한 그런 코치가 되고 싶다. 나는 코칭 스태프도 열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성격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
-코치가 시작이지만 두산의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 않나
"감독직은 하늘이 내려준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은퇴 선배들도 감독직을 원하지 않나 싶다. 나 역시 한국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감독직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 도전하고 싶다"
-가족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선수 때 계속 떨어져있다가, 이제는 같이 지내겠지 싶었는데 또 떨어졌다. 와이프가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해줬다. 이해해주지 못했으면 내가 원하는 것을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도 와이프도 늘 응원해준다. 덕분에 힘내서 연수를 받고 있다"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들 사랑으로 여기까지 왔다.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선수 생활을 더 연장하면 팬들에게 실망만 줄 것 같았다. 더 사랑을 잃을 것 같았다. 18년간 해오며 팬들이 밀어줘서 여기까지 왔다. 항상 감사드리고, 마지막까지 팬들께 감사 인사 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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