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26 10:47 / 기사수정 2008.04.26 10:47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열리는 경기의 취재를 위해 향한 인천 문학 경기장에 도착한 시간은 경기 시작을 채 10분도 남기지 않은 2시 50분경이었습니다. 경기장에 진입하기 직전, 듣는 이는 없었지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인천 코레일 팀의 소개였습니다. 경기장을 향하는 사람도 기자 한 사람뿐이더군요.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경기장 안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적막함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본부석 근처에 채 100명도 안될 관중 중 팬은 아마 한 사람도 없었을 겁니다. 다들 가족과 축구계 관계자였죠. 기자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축구 관련 포털을 돌다 보면 K-리그 다음으로 많이 회자하는 리그는 그 하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가 아닌 K-3리그입니다. 몇 번이고 계속 된 승격 거부와 연고이전, 그리고 이러한 평일 낮 경기 등, 끊이지 않는 악재의 악순환은 그나마 있던 팬들조차 점점 하나 둘 떠나가게 하였습니다. 선수들은 이유도 없이 새 무대에 대한 희망과 힘든 처지에도 자신들을 응원해주던 얼마 되지 않는 팬들마저 잃어야만 했습니다. 그들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죠.
내셔널리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적막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몇 팀들은 조직화된 서포터즈 클럽도 가지고 있었고, 주말 야간 경기에는 그래도 지역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양 국민은행의 승격거부에 이어 울산 미포조선의 승격 거부까지 이어지면서 내셔널리그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이나 거듭 된 승격 거부에 대해 축구계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죠. 이에 대해 내셔널리그 측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승강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였습니다. 지레 겁먹고 발을 빼버린 것입니다. 기자의 한 지인은 '더 이상 내셔널리그에 어떤 기대조차 할 수 없다.'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러던 중에 K-3리그가 새로운 리그로서 출범하게 되고 서울 유나이티드와 부천 같은 경우는 내셔널리그는 차치하고 K-리그에도 못지않을 서포터즈 그룹을 형성하게 되면서 내셔널리그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관중석은 날이 갈수록 조용해져만 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 연맹은 올 시즌도 변함없이 평일 경기를 배치했습니다.
어쨌든 치러진 경기는 후반 교체 투입된 이길용의 두 골로 창원시청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골이 들어가도 환호는 그라운드 안에서 맴돌다 끝이 나버립니다. 초록 잔디 밖으로 나가 이어질 환호는 없었죠.
90분 내내 필드에 서있던 기자의 귀에 가장 많이 들렸던 것은 평소처럼 등 뒤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노랫소리가 아닌 그라운드 안에서의 치열한 다툼과 몸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였습니다. 전후좌우, K-리그에서 펼쳐지는 그런 열정은 내셔널리그에서는 다만 그라운드 내로 한정되어진 듯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참 많이도 외롭습니다. 골을 넣어도, 혹은 빼앗겨도 같이 웃고 울어줄 사람이 없죠. 심판의 부당한 판정에 같이 화내줄 누군가도 없습니다. 그라운드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의 시작과 끝은 단 22명, 그 안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조금 더 보태면 교체를 기다리며 그라운드 밖에서 몸을 풀고 있는 14명의 선수를 더해 모두 36명의 선에서 끝나버립니다.
이러한 상황이 다만 안타까울 뿐입니다. 비록 그들이 자신의 실력 때문에, 혹은 운이 없어서 K-리그 무대에 서지 못했다 할지라도 그라운드에 빼곡히 들어찬 잔디 위에는 그 잔디보다 가득 찬 그들의 열정이 빛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잔디 위에서 자신이 가진 축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선수들의 그 열정을 세상에 알리고, 그 열정을 누군가가 함께하게 하는 것은 그 들이 소속된 구단과 그 구단들이 소속된 리그의 누군가가 해줘야 할 일이겠죠.
요즘 소비자들은 영악합니다. 잘하는 선수 한 명이 있다고 해서 경기장을 찾지 않습니다. 나와 함께 흥겹게 웃고 떠들고 어깨를 들썩일 수 있는 즐거움이라던가, 세련된 경기 진행 등 무언가 구미가 확실히 당기는 것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경기장을 찾습니다. 잘하는 선수가 있으니 와주십사- 하고 선수들의 플레이에만 기대어 관중 동원을 바래 봐야 별다른 이득을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각 구단과 내셔널리그 연맹의 노력이 더욱더 절실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보도 자료를 통해 열띤 경기가 벌어질 것이니 경기장을 찾아달라고 기자가 아무리 호소해도 소용없습니다. 와주길 바란다면 오라고 손목이라도 잡아끌어야겠죠. 지금의 내셔널리그는 그러한 노력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내셔널리거, 환호도 열광도 없는 단지 자신들만의 열정만으로 오늘도 축구화 끈을 질끈 매고 다부진 표정으로 그라운드로 나서는 그들의 등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혼자 즐기기에 너무 아까운 그들의 열정을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어집니다. 다만, 제가 당신에게 내셔널리그를 권하게 되는 그때엔 전혀 망설임 없이 축구를 전혀 모르는 당신이 가보더라도 어려움 없이 적막함 없이 흥겨움만 가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부디 선수들이 보여주는 그라운드의 열정이 더 이상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셔널리그 홈페이지 상단엔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열쇠!’라고 적혀 있습니다. 기자는 그 열쇠가 과연 어떤 열쇠인지 알지 못하지만, 내셔널리그 연맹이, 혹은 각 구단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면, 더 이상 쥐고만 있지 말고 더 넓은 세상을 위한 문을 열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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