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3.14 20:05 / 기사수정 2008.03.14 20:05
[엑스포츠뉴스=이한석] 주말 K리그 2라운드를 앞두고 오늘 한번 쓴소리를 해보려고 한다. 최근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선수들의 지나친 연봉 요구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3월 4일 김정우가 울산과 계약협상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관련 기사의 제목을 보았을 때의 반가운 마음은 팬으로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기사의 내용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유인즉슨, 2년 계약에 20억, 연봉의 일시불 지급, 그리고 해외진출 보장이라는 조건을 김정우 측에서 울산에 제시했다고 한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 지난 2005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복귀한 이천수의 연봉이 9억 원, 그리고 수당을 포함하면 13억가량 되었다고 한다. 이천수는 경기 분위기를 한번에 반전시킬 수 있는 선수이며, 때로는 다른 팀원들에게 골을 넣을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골을 넣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경기장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소속팀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때때로 터지는 프리킥은 예술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이천수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현재 K리그 규모(팬,인프라,구단 수익)로 미루어 봤을 때 이천수의 연봉이 과연 합당했던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론 'Of course Not'이다. 현재 K리그의 각 구단들의 연평균 지출은 100억에 육박한다. 그중 70% 이상이 선수의 인건비에 사용된다. 단순한 수치로 환상해보면 각 구단별로 약 70억(물론 성남 같은 모기업의 후원이 상당한 기업의 경우에는 훨씬 더 많다.) K리그 전체로써는 910억(광주는 제외)가량 된다.
해외구단의 주 수입 창출은 입장료, 스폰서(TV중계권료 포함), 그리고 구단 상품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만큼 리그 규모가 크고, 팬층이 두껍기 때문이다.
반면 K리그는 어떠한가? 구단 수입의 대부분을 모기업의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구단 자체의 노력(입장료,구단상품 판매,TV중계권료를 포함한 스폰서)으로 얻는 수입은 전체수입의 10%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지출의 70% 이상을 인건비로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구단운영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이 문제는 구단과 선수 모두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선수들의 눈이 해외에 진출한 후 국내로 다시 돌아올 때 상당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뛰다 해외진출을 한 후 소위 국내에 'U턴'하는 선수들의 연봉은 해외진출 전 연봉보다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래서, 축구팬들 사이에서 '연봉을 올리려고 그렇게 해외에 갔다오려고 한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두 번째,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구단 간의 경쟁이다. A선수에게 B구단은 1억원, C구단은 1억 5천만 원을 제시했다고 가정할 때 특수한 경우(구단과의 의리 등)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선수가 C팀으로 가려고 한다. 그래서, 이적시장이 개방되면 한 선수를 두고 여러 구단이 경쟁하고, 결국엔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한 구단이 선수를 얻게 된다.
셋째, 2002년 월드컵 이후 높아진 대표팀 선수들의 위상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 후 각종 대표팀 선수들의 위상은 하늘을 찌르듯 올라갔으며 그 결과로 선수의 연봉도 함께 올라갔다.
예전 모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대표팀에 한번 갔다오면 연봉 1억은 우습게 알아. 그래서 구단입장에선 안 뽑혔으면 하는 바람이지.' 이 구단 관계자의 말처럼 한번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라 하더라도 그 선수의 네임 벨류가 상당히 올라갔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연봉을 받으려 하기 때문에 연봉이 점점 올라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일단 해외의 사례처럼 지네딘 지단처럼 스타플레이어가 나서서 연봉의 인상보다는 동결 혹은 삭감을 단행해야 한다. 지단의 예처럼 지단이라는 스타플레이어가 나서서 연봉을 삭감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다른 선수들도 연봉 삭감에 참가하여 리그 전체의 인건비 지출의 퍼센티지를 상당히 줄였다. 리그 운영만큼은 아시아 제1의 리그로 우뚝 선 J리그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봉 상한선제의 실시이다. 출장시간 수, 공격포인트 수, 출장경기 수, 군 문제 해결 등에 따라서 선수를 각 등급별로 나눠서 그 등급에 걸맞은 연봉 마지노선을 정해서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구단 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재의 지출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프로야구 우리 히어로즈(前 현대 유니콘스) 혹은 2000년대 초반의 대전 시티즌처럼 팀이 매각되거나, 해체될 위기를 맞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며, 팀의 해체, 매각 횟수가 점점 잦아지면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선수에게는 자신의 직업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카푸치노도 정도껏 거품이 있어야지, 그 정량을 넘길 경우 그리 맛이 좋지 못하다. 모쪼록 최근 K-리그를 둘러싼 '카푸치노 연봉'도 만족할 수 있도록 그 거품이 조절되길 기대한다. 그러면 우리가 K-리그를 보는 마음이 더 즐겁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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