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강력한 한 방, 그 앞에 주자까지 많았다면? 홈런 이외의 득점 루트가 많았다면? SK의 지난 가을은 쓸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용희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15년 색깔 없는 야구를 한다는 평을 받았던 SK는 2016년 비로소 '홈런'이라는 색을 찾았다. 장타력 부재에 시달렸던 SK였지만 한 해 만에 거포의 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최정이 40홈런으로 리그 홈런왕에 올랐고, 정의윤 27홈런, 최승준 19홈런, 박정권 18홈런 등을 기록하며 팀 홈런 총 182개로 리그에서 두번째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1위 두산과는 단 1개 차이다.
시즌 전 설정했던 방향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었다. SK의 홈구장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SK는 그런 홈구장의 이점을 살리기 위한 선수단 체질 개선에 나섰고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최정과 정의윤이 67홈런을 합작한 데 더해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은 최승준이 76경기 만에 1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신인 김동엽도 57경기 6홈런으로 힘을 보탰다. 홈런과 마찬가지로 장타율 역시 4할5푼4리로 두산에 이어 2위, 2015년 4할1푼에서 수직상승했다.
언제든지 홈런이 나올 수 있는 팀, 파워가 있는 팀으로 변모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홈런이 나오지 않을 때였다. SK는 홈런이 아니면 좀처럼 점수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경기 내내 끌려가다 패배하는 경우가 잦았다. 2016년 SK의 출루율은 3할5푼6리, 장타력과 반대로 뒤에서 두번째다. 볼넷도 429개로 10개팀 중 가장 적었다. 1위 NC(609개)와는 180개나 차이가 난다.
가뜩이나 출루율이 낮은데, 어렵사리 루상에 나가도 홈런이 아니라면 그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SK의 지난 시즌 득점권 타율은 2할7푼6리로 리그 최하위다.여기에 주루사는 71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으니, 자연스럽게 득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016 시즌 총 득점은 753득점, 리그 9위에 해당한다. 홈런까지 터지지 않았다면 정말 아찔한 시즌이 될 뻔 했다.
득점의 기본은 바로 출루, 도루와 작전도 먼저 출루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테이블세터의 활약이 중요하다. SK는 지난해 제 역할을 해주는 붙박이 테이블세터가 없었다. 이명기의 부진은 뼈아팠고, 헥터 고메즈는 기복이 심했다. 올해에는 새 외국인타자 대니 워스가 상위타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명기는 부활을 노린다. 김재현, 정진기, 박승욱 등 자원들은 많다. 굳이 홈런으로 공이 담장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SK는 지난해 가을야구를 눈앞에 두고도 6연승 후 9연패라는 최악의 정규시즌 마무리를 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씁쓸한 뒷맛을 남긴 SK는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 첫 해 SK는 변화를 꿈꾸고 있다. 과연 SK는 홈런이라는 기존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부족했던 부분까지 보완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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