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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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캡틴' 제라드와 함께 했던 시간들

기사입력 2016.11.25 14:28 / 기사수정 2016.11.25 14:37

황성운 기자

'캡틴' 스티븐 제라드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리버풀의 전설이자 영원한 캡틴 제라드는 25일(한국시간) "프로축구 선수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며 "프로생활 동안 수많은 멋진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어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또 안필드에 많은 영광을 다시 가져오는데 기여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 리버풀의 심장
 
제라드는 곧 리버풀로 인식된다. 1998년 11월 29일 블랙번과 리그 경기에서 종료 직전 교체 투입되면서 프로에 데뷔한 제라드는 이듬해인 1999/2000 시즌부터 빠르게 팀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5년 미국 LA갤럭시로 건너가기 전까지 12년간 리버풀 '캡틴'으로 팀을 이끌었다. 

사실 제라드는 눈에 띄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특급 선수들이 연령별 대표팀을 차례대로 밟은 것과 달리 제라드는 성인팀 데뷔 후 국가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1999/2000시즌 제라드는 제이미 래드냅과 짝을 이뤄 중원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2000/2001시즌부터는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됐다. 당시 마이클 오언이 공격진의 핵심이었다면, 제라드는 중원의 핵심이었다. 그해 제라드는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 선정 '올해의 영플레이어'에 선정되기도 한다. 
 
2003/2004시즌부터 제라드는 리버풀 '캡틴'의 자리에 오른다. 그때 나이 고작 만 23.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2015년까지 그는 캡틴을 유지했다. 리버풀에서만 총 710경기를 뛰었고, 186골을 만들었다.
 
또 1989년 4월 15일 96명의 희생자를 낸 '힐스보로 참사'로 인해 제라드의 사촌 형이 세상을 뜨기도 했다. 리그 우승에 근접했던 2013/2014시즌, 제라드는 이날 치러진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이스탄불의 기적
 
제라드는 리버풀에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005), UEFA컵(2001), 리그컵(2001, 2003, 2012), FA컵(2001, 2006) 등 다양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히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5년 5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아직도 전세계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제라드의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경기로 기억된다. 

당시 리버풀은 마이클 오언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면서 전체적인 전력이 약해진 상황.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았다. 꼭 승리가 필요했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올림피아코스와의 대결에서 제라드는 '인생골'을 성공시켰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대포알 슛이 바로 그 장면이다. 
 
이후 레버쿠젠(16강) 유벤투스(8강) 첼시(4강)를 꺾고 결승에 오른 리버풀은 AC밀란을 맞이했다. 당시 AC밀란은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카카를 비롯해 셰브첸코, 크레스포, 피를로, 가투소, 말디니 등 화려한 라이업을 자랑했다. 예상대로 AC밀란이 전반에만 3골을 몰아쳤다. 승부가 기울었다고 생각할 무렵, 반전이 일어났다. 후반 9분 제라드의 헤딩골을 시작으로 약 5분동안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승부차기 끝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 이후 첼시 이적이 유력했지만, 팬들의 염원에 다시 리버풀을 지킨 일화도 유명하다. 
 
▲ 리그 무관의 설움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제라드에게 단 하나 없는 게 리그 우승컵이다. 그래서 2013/2014시즌은 더욱 안타깝다.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거의 확실해 보였던 시즌이기 때문이다. 
 
당시 브랜던 로저스 감독의 리버풀은 리그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무섭게 질주했다. 16경기 연속 무패로, 그야말로 거침없이 독주했다. 하지만 '신'은 제라드에게 우승을 허락하진 않았다. 우승까지 9부 능선에 다다른 리버풀이었지만,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 무너졌다. 더욱이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실수를 범해 결승골을 헌납한 이가 바로 제라드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팠다. 
 
▲ 잉글랜드 캡틴

2000년 우크라이나 전에서 처음 '삼사자군단' 유니폼을 입고 A매치 데뷔한 제라드는 114경기를 뛰며 21골을 넣었다. 2008년부터 주장을 맡아 2010 남아공월드컵, 2012 유로,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캡틴직'을 수행했다. 
 
jabongdo@xportsnews.com / 사진=AFBBNews=News1

황성운 기자 jabongd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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