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신태성 기자] 메이저대회를 치르고 나면 어김없이 대규모 감독 교체가 일어난다.
이유는 다양하다. 성적 부진이 가장 흔한 교체 사유다. 다가오는 다른 대회를 치르기에 문제점이 많다면 판을 뒤집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협회, 선수와 내부 갈등을 겪거나 여론이 등을 돌릴 때도 감독이 물러난다. 애당초 해당 대회까지만 소화하기를 바라며 계약 기간을 대회 종료일에 맞추는 경우도 있다.
올여름 수놓았던 대회들이 막을 내린 뒤에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동시에 판이 벌어졌기에 더욱 그랬다. 본선이 24개국으로 확대돼 치러진 유로 2016과 16개국이 참가한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총 40개 국가대표팀 중 무려 14개 팀 지도자 자리에 변화가 있었다.
메이저대회 이후 이번 A매치 기간은 신임 감독들이 지휘권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맞이한 실전 경기였다. 축구팬들에게는 새로운 대표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첫 심판대에 오른 감독들은 다양한 결실로 신체제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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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티테(브라질), 로페테기(스페인), 바우사(아르헨티나), 앨러다이스(잉글랜드), 야롤림(체코), 아르체(파라과이), 호요스(볼리비아)
티테의 브라질은 첫 경기 상대인 에콰도르에게 지난 대회의 한풀이를 했다.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1차전서 에콰도르와 득점 없이 비긴 이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둥가에서 티테로 지휘권이 넘어간 뒤 펼쳐진 복수전 결과는 3-0 완승. 지난 대회에 소집되지 않았던 가브리엘 제수스는 2골, 네이마르 1골 1도움, 마르셀루는 1도움을 기록했다. 제수스는 이 경기가 국가대표팀 데뷔전이었다.
훌렌 로페테기가 이끄는 스페인은 세대교체로 주목받았다. 전 감독 비센테 델 보스케가 무려 8년 간의 재임 기간 동안 선수단을 보수적으로 운영했기에 필요했던 결정이었다. 로페테기호 무적함대에는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얼굴들이 모습을 보였다. 새로 출범한 스페인은 강호 벨기에를 상대로 압도적 경기를 펼치며 2-0 승리를 따냈다.
진땀승에 만족해야 했던 감독들도 있다. 에드가르도 바우사의 아르헨티나는 은퇴를 번복하고 국가대표팀에 복귀한 리오넬 메시의 한 골을 지켜 우루과이를 꺾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전 터진 메시의 선제골 직후 파울로 디발라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몰렸다. 다행히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는 않아 바우사는 국가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승리로 마칠 수 있었다.
샘 앨러다이스의 경우는 더욱 힘겨운 일전을 겪었다. 무려 19개의 슈팅을 시도해서 마지막 한 방이 골망을 갈랐다. 득점이 나온 시간은 후반 추가시간이었고 상대팀 슬로바키아는 퇴장으로 한 명이 적은 상태였다. 유로 2016에서도 슬로바키아의 끈질긴 수비에 고전하며 골도 넣지 못하고 무승부를 허용했던 잉글랜드는 이번에도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승리를 쟁취했다는 점은 신임 감독 ‘빅 샘’에게 한줄기 위안이었다.
이외에도 체코의 카렐 야롤림(60) 감독은 아르메니아를 3-0로 격파했고, 4년 만에 파라과이 감독직에 복귀한 프란시스코 아르체(45)는 2016 코파 아메리카 우승팀 칠레를 2-1로 이겼다. 최근 A매치 7연패를 기록한 뒤 기예르모 앙헬 호요스(53) 체제로 갈아탄 볼리비아는 페루에 2-0으로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무승부-셰브첸코(우크라이나), 할그림손(아이슬란드), 체르체소프(러시아), 다움(루마니아), 안데르손(스웨덴)
지난 대회서 조별리그 3전 전패로 무기력하게 탈락한 우크라이나는 위기에서 팀을 구해줄 소방수를 원했고, 그 소산이 자국의 전설적 선수였던 안드리 셰브첸코(39)였다.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은 셰브첸코의 첫 상대는 유로 2016 돌풍의 팀 아이슬란드였다. 셰브첸코는 이른 시간 선제실점에도 당황하지 않고 이내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었다. 종료를 앞두고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더라면 역전승을 이뤄낼 수도 있었다.
아이슬란드 역시 사령탑에 변화가 있었다.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헤이미르 할그림손(49)은 지난 2013년부터 계속 대표팀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홀로 전권을 받고 경기를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까지 경험 많은 라스 라거백과 공동 감독으로 아이슬란드를 이끌어왔던 할그림손에게 이제 홀로서기의 시간이 왔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1-1 무승부라는 성적은 전력을 비교했을 때 준수한 성과지만 최근 대회 성적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다수의 러시아 클럽 팀들을 이끌다 이제 국가대표팀을 맡게 된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53)는 터키 원정에서 무득점 무승부를 거두고 돌아왔다. 루마니아의 감독 크리스토프 다움(62)은 몬테네그로와 1-1로 비기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잔느 안데르손(53) 스웨덴 감독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은퇴에도 한 수 위의 네덜란드와 일전에서 나란히 한 골씩을 넣으며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다.
▲패배-벤투라(이탈리아), 마르티네스(벨기에)
하필 상대가 좋지 않았다. 지암피에로 벤투라(68)가 새로 부임한 이탈리아는 유로 2016 준우승팀 프랑스와 맞붙었다. 경기는 접전이었지만 결과는 이탈리아의 1-3 패배였다. 다행히 친선경기였기에 별 타격은 없었다. 17세 골키퍼 지안루이지 돈나룸마의 국가대표 데뷔만으로도 이 경기의 수확은 충분했다. 불혹을 바라보는 지안루이지 부폰과 교체돼 나온 돈나룸마는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이탈리아 수문장으로 첫 걸음을 시작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43)는 신형 무적함대의 희생자였다. 경기 초반만 하더라도 스페인을 맞아 밀리지 않으며 첫 단추를 잘 꿰메는가 싶었다. 전술적 움직임도 짜임새가 있어보였다. 그러나 모든 것은 선제골 실점 후 무너졌다. 다비드 실바에게 2연타를 얻어맞은 벨기에는 아직 더 가다듬을 필요성을 느꼈다. 이 경기 역시 친선전이였기에 마르티네스로서는 문제점을 발견할 기회로 작용했다. 그러나 조던 루카쿠의 부족한 수비력은 고민거리로 남을 듯하다.
이번 A매치 기간에는 유독 신임 감독들의 첫 경기 성적이 좋았다. 급작스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절반인 7명은 시작부터 승리를 거뒀다. 패한 감독들도 모두 승패가 중요치 않은 경기서 만들어진 결과기에 큰 문제없이 데뷔전을 마쳤다. 무승부 또한 비슷한 수준의 팀들끼리 경기에서 나왔다. 개시는 양호했으니 이제 2018 러시아월드컵에 도달했을 때 성적으로 증명하는 일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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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