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딱 100일이 남았다. D-100일에 '마린보이' 박태환(27)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올림픽 진출의 간절한 희망을 내비쳤다.
박태환은 27일 광주 남부대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셋째 날 남자 자유형 400m서 3분44초26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앞서 치른 1500m와 200m에 이어 주종목인 400m에서도 우승하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박태환은 지난 2014년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국제수영협회(FINA)로부터 18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징계가 풀려 리우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키우던 박태환은 이달 초 대한체육회가 금지약물 양성반응 선수에 대해 국가대표 선발을 3년간 불허한다는 현행 규정을 유지함에 따라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논란은 상당했다. 금지약물과 관련한 상위단체의 징계가 이미 풀렸음에도 올림픽 출전을 막는 건 이중 처벌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일었다. 반대로 체육회가 정한 규정은 로컬룰인 만큼 국내에 한해서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섰다.
박태환은 말을 아꼈다. 지난 21일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박태환은 "준비를 잘했다.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말로 동아수영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는 리우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으로 체육회 규정에 따라 박태환은 제아무리 좋은 기록을 내도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스스로 경쟁력을 증명해 시선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대회에 임했다.
우려와 달리 첫날부터 올림픽 경쟁력을 과시했다. 박태환은 실전 적응을 위해 나섰던 1500m서 15분10초95의 기록을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은 물론 2년 전 인천아시안게임(15분12초15)보다 더 나아진 기록을 보여줬다. 전날 열린 200m에서도 박태환은 올 시즌 세계랭킹 7위에 해당하는 1분46초31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가장 이목을 끈 400m에서도 박태환은 올림픽 메달권에 근접한 기량을 과시했다. 자유형 400m는 박태환의 주종목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2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박태환이 기록한 3분44초26은 올 시즌 맥 호튼(호주·3분41초65)과 제임스 가이(영국·3분43초84),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3분43초97)에 이은 올 시즌 400m 세계랭킹 4위에 해당한다. 리우올림픽에서도 충분히 메달권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록이다.
400m를 마친 박태환은 "안 좋은 일이 있었으나 그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봤다. 모르겠다. 이번 경기만 생각했다"고 대회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올림픽과 관련해 말을 아끼던 박태환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심에 보답할 길은 올림픽"이라면서도 "이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같은 시간 올림픽 D-100일 행사에 참여한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은 "기록은 기록이고 규정은 규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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