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화려하게 터지는 축포와 샴페인, 체육관을 뒤덮은 꽃가루, 힘찬 헹가래와 환한 웃음 속에 진행되는 그물망 커팅 세리머니.
팬들이 보는 우승팀의 모습은 여기까지가 마지막이다. 체육관에서의 세리머니가 모두 끝난 후, 우승 뒤풀이 자리에서 선수단은 어떤 표정이고 또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지난 29일 고양 홈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지은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우승 뒤풀이 모습을 살짝 옮겨봤다. 기쁨과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웃으면서 오간 이야기이니 지나치게 ‘정색’하며 읽지는 마시길.
‘추-추 전쟁’ 마무리는 훈훈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과 추승균 KCC 감독의 대결로 인해 이번 챔프전은 ‘추-추 전쟁’으로도 불렸다. 추일승 감독은 “경기 후 추승균 감독이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더라”며 웃었다. 결국 올 시즌 프로농구는 정규리그 우승(추승균 감독)과 챔프전 우승(추일승 감독)을 모두 추씨 감독이 휩쓸어갔다.
#추씨는_본이_한 개 #가문의영광 #추성훈 #추사랑 #추신수
추일승 감독은 진짜 非酒流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소위 ‘주류’로 불리는 농구 명문대 출신이 아닌데다 프로 감독으로서 12년간 우승이 없어서 ‘비주류’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추 감독은 ‘비주류’라는 말이 나오자 “저, 술 싫어합니다”라고 농담했는데, 실제로 우승 축하연에서 평소 주량보다 과음(?)한 추 감독은 불콰해진 얼굴로 인사를 전한 후 선수단 중 제일 먼저 귀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명문대출신이_숫자가더적은데_내가주류다_올해의명언
마음고생 정말 심했어요
오리온 구단 관계자는 “추 감독이 정말 마음고생 심했다”며 우승 후 ‘한풀이 사연’을 공개했다. 추 감독이 2011년 오리온을 맡은 후 지난 시즌까지도, 오리온 본사 임원들까지 나서서 참견을 하며 “추일승 감독은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더라”, “추 감독은 큰 경기에 약하다더라”며 한 마디씩 거들고 나섰다고. 이 관계자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럼 당신이 직접 감독을 하시라’고 한 마디 해야 했다. 우승하기까지 추 감독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다”고 전했다.
#편견이_이렇게무서운겁니다
다 좋은데 얼굴이…
오리온 주장 김도수가 우승을 함께 일궈낸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근데, 우리 아이들은 다 좋은데 얼굴이 아쉽다”고 농담. 김도수는 “MVP (이)승현이도 다 좋은데, 얼굴이… 허일영이도 뭔가 좀…아쉽고…(정)재홍이, (김)강선이, (전)정규…유독 우리 팀은 외국인선수들도 미남이 없다. 애런 헤인즈, 조 잭슨…”이라며 한숨을 쉬어 주변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김도수는 “어이 없게도 승현이는 자기 외모가 우리 팀에서 중간은 간다고 주장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는데, 이를 들은 이승현이 황급히 “뒤에서 네 번째 쯤으로 바꾸겠습니다”라고 정정했다.
참고로 김도수는 2005년 데뷔 당시 소속팀에서 파격적인 ‘얼짱 마케팅’으로 ‘얼굴 보험’에 가입시켰던 주인공이라는 게 반전.
#이승현_뒤로_세명은과연누굴까 #못친소_오리온
이승현의 얼굴 이야기2
이 에피소드는 농구전문잡지 ‘더바스켓’ 기자가 전한 이야기다. 27일 전주에서 열린 챔프 5차전에 최근 은퇴한 일본 여자농구선수가 찾아와서 관전을 했다고. 그런에 이 선수가 경기를 보더니, KCC가 이긴 경기였는데도 “오리온 33번(이승현) 움직임이 정말 훌륭하다”며 이승현 이야기만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여자선수가 덧붙인 말이, “33번은 역시 캡틴 답다”였다고. 이를 들은 기자가 “아니다, 이승현은 프로 2년차다”라고 정정해주자, 그 선수는 일본 여성들이 놀랐을 때 쓰는 특유의 표현 그대로 “에에????”라며 약 2~3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고. 그리고 덧붙인 말. “33번은 베테랑의 얼굴인데…”
#농구잘하면_잘생긴겁니다 #이승준_미안해
허일영이 기뻐한 이유
오리온의 슈터 허일영은 우승을 확정지은 6차전에서 1쿼터에만 3점슛 3개를 꽂아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허일영은 경기 초반인 1쿼터임에도 불구하고 큰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했는데, 나름 사연이 있었다. 허일영은 4월2일(토요일) 결혼식 날짜를 잡아놨는데, 만일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경우 31일 전주로 가야 했다. 한 오리온 동료의 증언에 의하면 “허일영이 ‘7차전까지 가면, 결혼 전에 술 먹을 시간이 없다. 빨리 우승하고 원 없이 술 마셔야 한다'고 하더라”고 유쾌한 폭로.
#새신랑_결혼축하해요
김민구-문태종 충돌 비하인드
챔프 1차전에서 발생했던 김민구(KCC)와 문태종(오리온)의 신경전은 시리즈 내내 논쟁거리였다. 오리온 팬들은 김민구가 한참 선배인 문태종에게 욕설을 하는 듯한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시리즈가 끝난 후 대부분의 오리온 선수들 반응은 ‘김민구가 사과를 했고,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며 크게 앙금이 남지는 않은 모습.
재미있는 건, 한 오리온 관계자가 “그 상황에서 아쉬웠던 건, 김민구보다도 우리 선수들이었다. 문태종이 김민구와 일촉즉발 상황이 됐는데, 장재석만 달려오고 나머지 선수들은 오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고 전한 것. 이에 엉뚱한 매력의 4차원 장재석은 “어? 그때 김민구가 나한테 그런 거 아녔나? 나는 그래서 간 건데”라고 대답.
전태풍은 아무도 못 말려
김민구와 관련한 이야기 하나 더. 사실 1차전 막판에 나온 김민구의 신경전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큰 논란이 됐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였다. 이 때문에 1차전 직후 전주 공식인터뷰실의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무겁고 살벌했다고.
그런데, 이 분위기를 풀어주려는 전태풍이 엉뚱한 말을 했다. 전태풍은 아직 한국말이 100% 유창하진 않아서, 간혹 영어의 속어를 한국말로 직역해서 엉뚱하게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날 전태풍은 김민구에 대해 ‘간이 크다. 배짱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민구가 하트가…딴딴한데”라고 말하면서 본인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 같지 않자 매우 답답해 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이 자리에 여자 기자분들도 계신데 이런 말 하는 게 좀 죄송하지만”이라고 하더니 “민구는 불X이 커요”라고 말해버렸다고. 이는 영어 속어로 ‘배짱 있다(he's got some balls)’는 말을 직역한 것. 보통의 분위기였다면 취재진이 빵 터졌을 상황인데, 이날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기자들이 차마 웃지도 못하고 무거운 분위기만 이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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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