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초보 감독’ 최태웅(40)이 사고를 쳤다. 최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25일 OK저축은행을 꺾고 2015~2016 프로배구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현대캐피탈의 우승은 프로배구의 트렌드라는 측면에서 볼 때 더욱 의미가 크다. 그동안 프로배구는 특급 외국인선수 한 명에 크게 의존해서 우승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몰빵 배구’가 주를 이뤘다. 이는 세계적인 수준의 외국인선수 플레이를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일반 배구팬들에게는 ‘재미 없다’는 이유로 배구를 외면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몰빵 배구’가 아니라 포지션 파괴로 플레이의 속도감을 더 하는 ‘스피드 배구’를 추구했다. 최태웅 감독 부임 직후인 시즌 초반만 해도 아무도 이 단어를 주목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이 고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부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는 현대캐피탈은 ‘스피드 배구’라는 확실한 팀 컬러를 심어줬다. 팬들에게 보는 재미를 주고,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현대캐피탈의 우승이 더 뜻 깊다.
포지션, 고정관념은 없다
'스피드 배구'는 단순히 빠른 배구란 뜻이 아니다. 포괄적으로 보면, 오히려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이 시작했던 ‘토털사커’ 개념에 가깝다. 최태웅 감독은 "세터가 토스를 했을 때 공격수에게 가는 스피드만 가지고는 스피드 배구라고 보기 힘들다. 공을 움직이기 위해 선수들이 다 같이 움직여야만 그 효과가 배가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캐피탈은 엄격한 포지션 구분이 없다. 선수들 모두가 자신에게 온 공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날개 공격수들이 속공을 때리고, 세터가 아닌 선수들이 정확하게 토스를 올린다.
대표적인 게 ‘토스하는 리베로’ 여오현이다. 그동안 배구에서 리베로는 수비를 위해 후위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토스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나 여오현은 비시즌 동안 토스 훈련을 꾸준히 했고, 상대팀은 리베로에서 시작해 갑자기 날아오는 중앙속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 지난 15일 여오현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절묘한 속공토스를 이끌어내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또 리시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높게 올리는 오픈토스가 아니라 좌우 날개에서 시작되는 퀵오픈이 많이 나왔다. 현대캐피탈의 오레올은 25일 경기 전까지 총 408개의 퀵오픈 공격을 시도, 이 부문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 김학민(대한항공, 358개)과 격차가 크다.
최태웅 감독은 "세터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스피드한 공을 올리게 되면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다"라고 설명했다.
전 선수 기량 높이기 위한 강훈련 반복
선수 시절 명세터였던 최태웅 감독의 조련으로 기량이 성장한 노재욱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최 감독은 이곳저곳에서 유기적인 흐름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터로 장신 세터를 선택했다.
키 191㎝의 노재욱은 키가 큰 만큼 타점이 높았고, 빠르기까지 했다. 노재욱은 '명세터' 출신 최태웅 감독으로 부터 발 모양, 토스할 때 손 모양까지 비법을 전수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노재욱은 이날 경기 전까지 56%의 토스 성공률을 기록하면서 삼성의 유광우(52%), 대한항공의 한선수(54%)보다 정확하게 공을 배분했다.
모든 선수들이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강한 훈련이 동반돼야 했다. 최태웅 감독은 "우리 훈련장에는 배구 코트가 두 개 있어서 분할 훈련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훈련 시간은 예전보다 짧지만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훈련 양은 많다. 개인적인 훈련이 많았고, 특히 비시즌에는 개인적인 보완할 부분에 대해서 훈련을 많이 했다. 그리고 시즌을 준비하면서 시스템 훈련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스피드한 배구를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올해 초에 그 효과가 나온다고 이야기 한 것 역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이야기한 부분이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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