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진태 기자] 한화 이글스의 가을 야구 도전이 막을 내렸다.
한화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1-4로 패하며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2007년을 마지막으로 한화는 가을 야구의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공격적인 FA(자유계약제도)투자와 함께 '명장' 김성근 감독까지 영입하며 쉴 틈 없는 스토브리그를 보냈던 한화였지만, 8년 만의 도전도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 '투혼'과 '혹사' 사이
시즌 초 한화의 키워드는 '투혼'이었다. 권혁을 비롯해 송창식, 박정진, 윤규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전반기 팀 불펜평균자책점 4.28(3위)을 기록하며 한화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어려운 팀을 지켜내기 위해 '연투'가 잦아졌고, 부진이 찾아오고 말았다. 권혁은 후반기 2승 6패 6세이브(3블론) 평균자책점 7.50으로 무너졌고, 박정진(ERA 4.33)과 송창식(ERA 8.53)도 좋지 못했다.
한편, 박정진과 윤규진은 한화가 치른 후반기 60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윤규진은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했고, 박정진 역시 좌측 팔꿈치 근육통을 겪었다. 그들은 지난달 29일 일본 미나미공제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귀국한 상태다.
▲ '약물 파동'
'6월 25일'은 한화에게 있어 뼈 아팠던 날이다.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던 최진행이 금지 약물 검출로 30경기 출장 정지를 부과 받았다. 지난 5월 KBO가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최진행의 소변 샘플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정상 경기 기간 중 사용 금지 약물에 해당하는 스타노조롤(stanozolol)이 검출 됐다.
KBO는 25일 반도핑위원회를 개최하여 최진행 선수의 소명을 듣고 심의한 결과 반도핑 규정 6조 1항에 의거 최진행 선수에게 30경기 출장 정지의 제재를 부과하고 한화 구단에게도 반도핑 규정 6조 2항에 의거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한화는 지난 6월 25일까지 36승 34패(승률 5할1푼4리)를 기록하며 리그 5위였으며, 최진행 역시 이 기간 타율 3할1리 홈런 13개 타점 42개를 기록했다.
▲ '전자 기기' 논란
한화는 올 시즌 경기 내적인 것이 아닌 외적인 요소에서도 흔들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자기기' 사태다. 지난달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중계 방송사에 잡힌 화면에 미국 A사의 스마트 워치를 찬 통역의 모습이 비춰졌다.
현재 KBO리그의 규정상 더그아웃 내 전자 기기 반입은 금지가 되어있다. 시계에서 문제 소지 상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현장을 담당하던 대기심은 해당 통역을 퇴장 조치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한화는 지난달 2일 청주 KIA전에서 더그아웃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로 곤욕을 치렀다. 세 개의 모니터 중 한 개의 화면이 조이스틱을 통해 각도가 조절됐다. 양 팀은 화면을 끄고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오해의 소지는 분명히 있었다.
▲ 로저스 열풍
쉐인 유먼의 대체 용병으로 한국에 입성한 에드밀 로저스는 '핵폭탄'급 위력을 발휘했다. 150km/h를 넘나드는 속구와 130km/h 후반의 슬라이더로 KBO리그 타자들을 압도한 그는 성적 역시 대단했다.
10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로저스는 네 번의 완투쇼를 펼쳤으며 이 중 세 번이 완봉승이었다. 경기 당 7⅔이닝을 소화하며 뛰어난 스테미나를 과시했으며, 이 등판에서 그는 평균 113개의 공을 던졌다.
로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210경기(43경기 선발) 등판해 454이닝을 투구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한국 무대를 제압하다시피 한 그는 시즌 마지막 한화의 '가을 야구' 희망을 잇게 한 '구세주'였다.
▲ 웨이버 공시 + 임의 탈퇴 = 10명
한화는 지난달 29일 군 복귀 선수인 하주석과 김용주를 활용하기 위해 조정원·채기영이 임의탈퇴됐다. 시즌 막바지 승부를 던지기 위한 한화 코칭스태프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후폭풍도 만만찮았다. 한화는 조정원과 채기영을 임의탈퇴시킴으로써 올 시즌에만 총 10명을 팀에서 내보냈다. 한화에서 웨이버 공시된 선수는 나이저 모건을 비롯해 쉐인 유먼, 추승우, 정민혁, 마일영, 임경완 6명이었으며, 임의탈퇴 조치를 받은 선수는 조정원을 비롯해 채기영, 황재규, 윤기호 네 명이다.
보통 KBO리그 각 팀은 선수단을 유동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65인 등록 선수 정원을 모두 채우지 않는다. 그러나 한화는 올 시즌 65명의 등록 선수를 마지막까지 유지했고, 좋지 않은 모양새를 연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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