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이번 시즌의 콘셉은 장례식이었습니다.”
스타리그 시즌3을 진두지휘한 김하늘 PD가 미디어 데이 무대에 올라 폭탄처럼 던진 말이었다. 결승에 오른 선수들에 앞서 던진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2는 상처와 고통의 역사였습니다. 선수와 팬 모두 리그가 진행되며 고통과 상처를 입었을 뿐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흑백 이미지로 모두 날려버리고 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영상에 조금씩 색을 입히며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재탄생 시키고 싶었습니다.”
스타리그 시즌3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변화를 깨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파괴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한 장례식, 그리고 재탄생을 위해 마련한 무대였다. 시즌 시작 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많은 것을 바꾸려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 지명식부터 그는 자신이 말했던 모든 것을 실현했다. 선수들이 참여하지 않은(혹은 참여할 수 없었던) 조 지명식은 최소한의 시간에 선수들의 의도를 충분히 담아낸 깔끔함을 보였다. 지난 시즌 4강 진출자에게 주어지던 배지도 16강부터 현장을 찾아오는 모든 관객에게 주어졌다.
방송 내에서 보여진 영상 역시 하나하나 예전과 달랐다. 영상의 완성도는 물론이거나와 선수 각각의 특징이 잘 드러내게 구성됐다. 배지와 함께 영상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다른 선수까지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고, 어떤 선수가 결승에 올라가더라도 흥행시킬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은 현실이 됐다.
결국 올 11월 10일에 출시될 공허의 유산을 앞두고 침체되어야 할 분위기인 군단의 심장 마지막 스타리그는 그 어떤 스타2 리그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실제 현장 집객도 최고 수치를 기록했고, 방송과 뉴미디어를 통한 시청자 수도 이전의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또한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들은 한계를 뛰어넘어 최고의 경기를 보였다. 한지원은 드디어 개인 리그에서 가능성을 폭발시킨 전태양을 꺾고 결승에 올랐고, 김준호는 자신의 친구이자 전 시즌 GSL 우승자인 정윤종을 넘어 첫 개인 리그 결승에 올랐다. 4강 두 경기 모두 기억에 남을만한 내용이었다.
한지원과 김준호 모두 우승이 절실한 선수들이다. 한지원은 성공을 위해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했고, 몇 번의 이적을 거쳐 올해 CJ 엔투스에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모두의 앞에서 보였다. 김준호 역시 성공을 위해 종족을 저그에서 프로토스로 바꾸며 각종 해외대회에 이어 케스파 컵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누가 우승하든 이번 결승은 두 선수에게 새로운 탄생의 계기다. 자신의 고난을 극복한, 이승원 해설이 말한 스타크래프트를 관통하는 극복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선수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가출하고, 성공을 위해 종족을 바꾼 한지원과 김준호의 재탄생이 시작되는 것이 이번 스타리그 시즌3 결승이다.
이번 결승은 한지원과 김준호, 스타리그, 스타크래프트2의 재탄생을 알리는 무대다. 같은 팀이기에 더욱 서로의 성향을 잘 아는, 그리고 서로의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둘이 대결한다. 안준영 전 해설의 말대로 “힘과 힘, 공격과 공격, 물러설 줄 모르는 호전적인 정면 대결이 예상되는” 결승이다. 경기 내적으로, 그리고 경기 외적으로 그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는 순간이다.
내가 2011년 처음 만난, 스타크래프트2를 알리겠다고 열심히 웹툰을 그리던 무직 청년이 상처와 고통을 겪으며 4년간 자신의 인생과 맞바꾼 마지막 결과가 드디어 오늘 드러난다. 우승의 기회를 놓치고 눈물을 흘리던 선수도, 가장 중요한 방점을 찍지 못한 선수도 다시 태어나는 날이 오늘이다.
오늘 결승을 현장에서 지켜본다면, 먼 훗날 언젠가 스타크래프트2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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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