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77번째 한일전이 중국 우한에서 벌어진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맞대결도 마련돼 있다. 감독들의 지략대결도 그 중 하나다. 부임 후 다른 노선을 걸었던 두 감독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원칙주의자' 울리 슈틸리케(61)와 '완벽주의자' 할릴호지치(62)가 한국과 일본을 지휘하며 그려낼 그라운드 위 맞대결도 주목해야 할 장면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15 동아시안컵 2차전 경기를 펼친다. 1차전으로 인해 서로의 분위기가 상반됐다. 믿음과 신뢰를 받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과는 달리 할릴호지치 감독의 용병술에 대해 일본 여론은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늘 그렇듯 한일전은 선수들만큼 감독 간의 매치업도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인데 두 감독이 서로 다른 노선과 행보를 보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의 평가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은 원칙주의자, 할릴호지치 감독은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원칙주의와 완벽주의, 같은 개념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묘하게 서로 다른 구석을 가지고 있다. 원칙주의는 자신만의 원칙과 신념에 따른다. 그 기준에 맞다면 굳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더 노력하고 가다듬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완벽주의는 모든 상황이 완벽해야 한다. 100% 자신의 목표로 이루는 과정조차도 계획대로 철저하게 완벽해야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이다.
슈틸리케와 할릴호지치는 이렇게 다르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원칙주의를 고집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미래다. 현재 조금 부족하더라도 미래에 더 나아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본래의 원칙과 소신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동아시안컵도 당장의 성적보다는 어린 선수들을 소집해 경험을 쌓는 데 의의를 두기도 했다.
할릴호지치는 반면에 완벽을 추구한다. 일본 언론들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선수들에게는 '할릴 노트'가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축구스타일과 각자가 해야 할 역할들을 일목요연하게 적어서 나눠주고 참고해 경기를 하도록 하면서 만들어진 노트다.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혼다 게이스케, 카가와 신지 등 주력 선수들도 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그는 사정상 J리그 선수들을 위주로 대표팀을 꾸려 왔지만 자신의 머릿속 구상을 선수들이 잘 이행해 줄 것을 바란다. 지난 북한전에서 경기 내내 벤치에서 온몸으로 불만을 보였던 것도 이러한 완벽주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었다.
어느쪽이 더 좋고 나쁘다는 판단은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한일전을 통해 두 노선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의 성격을 온도로 표현하자면 슈틸리케호의 뜨거움과 할릴호지치호의 차가움이 맞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과연 한일 양국의 자존심을 건 싸움에서 슈틸리케와 할릴호지치 중 누가 웃게 될 지 궁금하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슈틸리케 감독, 할릴호지치 감독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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