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교인 군산상고 야구부는 '역전의 명수'로 불렸다. '역전의 명수', '후반에 강하다',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평가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는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고교 시절, 나와 팀원들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았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지금 역전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팀을 강하게 만들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주 그런 마법같은 일주일을 펼쳤다. 역전승과 끝내기, 1점차 승리를 지켜내는 필승조까지. 적어도 지난주만큼은 '역전의 명수'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전혀 아깝지가 않다.
이처럼 KIA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프로야구 전체 판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극명히 갈려있던 순위 싸움에 재미가 생겼다. 2일 경기까지 승리하면서 KIA는 5위 한화와 0.5경기차다. 한화에 SK, KIA까지 중간 순위 싸움에 합류하면서 한층 더 흥미진진해졌다. SK 역시 절대 그냥 물러나지는 않을 팀이다.
KIA 선수들은 지금 자신감에 차있다. 선수 개개인의 자신감은 분명히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어느 팀이든지 자신감 있는 플레이 자체를 즐기다보면 결과가 더 좋고, 반대로 강박관념에 시달리면 기량을 오히려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지난 1일 마무리 투수 윤석민이 3이닝 세이브를 올렸던 날이다. 그날 등판을 앞두고 이대진 투수 코치가 이런 질문을 던졌더랜다.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쓸 수 있는 투수가 많지 않은 그 때. 이대진 코치가 윤석민에게 "3이닝은 어떻냐"고 농담을 던졌다. 윤석민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에 이대진 코치가 "그게 어렵다는 뜻이니, 아니면 자신 있다는 뜻이니"라고 묻자 윤석민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자신 있습니다. 어차피 월요일 휴식이 곧 있기 때문에 팀을 위해서 충분히 던질 수 있습니다."
현재 KIA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선수들의 마음을 뭉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김기태 감독이 그런 부분을 잘하고 있다. 그게 아주 좋다.
이제 서서히 세대 교체도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데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하위권에 머물러있던 KIA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막판 스퍼트를 발휘하고 있다. 순위 싸움이 더 재미있어졌다.
엑스포츠뉴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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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