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사우나탕 같은 날씨 속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계속된다. ‘혹서기’는 어느 시즌에나 프로야구 판도에 큰 변수로 작용해왔다.
올해는 특히나 그 변수가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프리미어12 같은 국제대회가 연말에 잡혀 있고, 시즌 초반엔 우천취소가 잦았기 때문에 시간 안에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후반기 월요일 경기, 혹은 더블헤더까지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에 살인적인 일정이 이어진다면, 경쟁력의 키워드는 바로 이것이다. ‘6선발’과 ‘10번 타자’다.
결국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6선발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선발 자원이 있는 팀, 그리고 타선에서 팀에 활력을 줄 만한 새 얼굴이 나오는 팀이 선두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장 유리한 팀은 역시 삼성이다. 삼성 선발진은 외국인선수 두 명(클로이드, 피가로)이 안정적으로 던지고 있고 여기에 차우찬, 윤성환, 장원삼(올 시즌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폼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까지 꽉 짜여져 있다. 또 삼성은 2군을 가장 잘 육성하고 있는 팀이다. 최근 권혁, 정현욱 등 중간계투들을 줄줄이 내보내고도 불펜진에 큰 공백이 생기지 않는 것도 젊은 선수들을 잘 키워내기 때문이다.
삼성이 올 시즌 압도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듯하면서도 꾸역꾸역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있다. 삼성은 ‘감독의 팀’이라기 보다 ‘선수의 팀’에 가깝다. 작전을 쥐어짜내서 이기는 팀이 아니라 선수들의 능력에 많이 맡겨놓는 팀이다. 이런 팀은 압도적으로 강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마라톤 같은 장기레이스에선 이런 팀이 정말 무섭다. 특히나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어지는 게 ‘선수의 팀’이 가진 특성이다.
게다가 삼성은 ‘더위’가 무기가 되는 팀이다. 요즘 전국이 다 덥지만, 대구는 한낮에 섭씨 40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곳이다. 대구 더위에 익숙한 삼성 선수들과 달리 원정팀은 여름 대구 원정에서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대구 원정을 간 선수들이 숙소 에어컨 바람에 익숙해 졌다가 경기장에서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다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여름 대구 원정에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혹서기 살인 일정이 가장 힘겨워 보이는 팀은 kt다. 가뜩이나 얄팍한 선수층으로 더위와 빡빡한 일정의 이중고를 견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후반기 키워드는 아무래도 ‘5위 싸움’이다. 유력한 5위 후보인 한화와 SK를 놓고 보면, 객관적인 전력과 상황으로만 봤을 땐 SK가 조금 더 유리해 보인다. 위에서 말한 선수층이란 측면에서 SK가 조금 더 앞서기 때문이다. 한화는 불펜 투수들이 최근 부쩍 지쳐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SK가 전력의 두터움을 앞세워 5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숙제가 있다. 숙제를 풀어낼 열쇠는 최정이 쥐고 있다. 최정이 타선에서 살아나느냐 여부가 5위 싸움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후반기 ‘엘롯기(LG-롯데-KIA)’가 반전에 성공할 것인지 여부도 역시 관전포인트다.
일단 이 중 가장 저력이 보이는 팀은 KIA다. KIA는 전신 해태 시절부터 ‘몰아치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팀이었다. 해태 시절 쓰던 광주구장은 시설이 좋지 않아서 비만 오면 경기를 못 했는데, 이런 식으로 초반 우천취소가 많다가 시즌 후반부에 몰아치기 시작하면 무섭게 분위기를 몰고가곤 했다. ‘몰아치기’의 전통과 DNA는 분명 있는 팀이다. 확실히 살아나느냐 아니냐의 키는 타선의 나지완이 쥐고 있다. 중심타선이 살아나면 무서운 기세를 탈 법도 하다.
LG는 후반기 시작한 후 몇 차례 분위기를 반등시킬 만한 좋은 기회를 잡고도 결국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무너진 게 아쉽다. 그런 분위기를 잡아서 살려내느냐 아니냐가 결국 강팀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기준인데, 고비를 늘 못 넘기는 아쉬움이 있다. 롯데 역시 후반기 분위기가 많이 흐트러진 모습이다. LG와 롯데 모두 최근 분위기 좋진 않지만, 혹서기에 빡빡한 일정이 겹치면 다른 팀들도 모두 다 힘들어진다. 그 틈을 노리고 반등 기회를 잡아야만 후반기 순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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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