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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틸] 다르빗슈를 잡자!!

기사입력 2007.11.15 22:43 / 기사수정 2007.11.15 22:43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종목과 국가 간의 실력 차를 감안해도 '한·일 전'은 그 자체만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오는 12월 베이징 올림픽 야구 아시아 예선전을 겸해 대만에서 벌어지는 아시아 야구 선수권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자존심 대결'로 벌써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아시아 선수권을 앞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 전에 앞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바로 한국 전 선발등판이 유력한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의 에이스 다르빗슈 유(21. 사진)입니다.

특히, 다르빗슈는 올 시즌 15승 5패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210개(207.2이닝)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신조 쓰요시(36. 은퇴),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4.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빠져나간 화력의 공백을 대폭 상쇄했습니다.

담배 피우며 파친코 하는 고교생

필자가 다르빗슈라는 이란계 혼혈 투수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 2004년 그가 토호쿠고에 재학 중이던 때였습니다. 서아시아 인들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일본인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가 잘 어울린 미소년 투수는 195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직구와 슬라이더, 너클 성 커브로 고교 최고 투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6개월 후, 니혼햄 스프링캠프에서 다르빗슈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어깨 재활로 시간을 보내던 다르빗슈는 담배를 입에 문 채 파친코 기계를 만지작거리다가 한 타블로이드 지의 레이더 망에 포착되었던 거죠. 게다가 당시 다르빗슈는 고교 졸업 '예정' 신분이었던지라 파문은 예상외로 컸습니다.

이로 인해 다르빗슈는 근신처분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5년 6월 15일에야 1군 무대를 밟았습니다. 다르빗슈는 데뷔 첫 해 5승(1 완봉승) 5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였지요.

이듬해 2006' 시즌에는 12승(2 완봉승) 5패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하며 그 해 신인왕을 차지한 좌완 야기 토모야(24)와 함께 니혼햄 마운드의 샛별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당시 투구를 보면 확실한 승부구로 노련한 피칭을 보였다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여러 변화구를 선보이는 일종의 '품평회'를 갖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진화한 다르빗슈, 승부는 슬라이더-직구로

올 시즌 다르빗슈는 다양한 변화구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확실한 승부구를 적절히 이용하며 타자를 돌려세우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특히, 195cm의 큰 키에서 높은 타점으로 뿜어져 나오는 최고 153km/h의 직구는 대단한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신장 182cm의 마쓰자카 다이스케(27. 보스턴 레드삭스)가 짧고 굵은 하체로 직구를 '쑤셔넣는' 피칭을 선보였다면 다르빗슈는 '꽂아넣는'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더욱 눈여겨볼 점은 다르빗슈가 상대 타자를 어떤 식으로 상대했느냐에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올 시즌 다르빗슈가 좌타자를 상대하면서 던진 공의 분포 그림입니다. 연두색으로 표시된 것은 직구의 분포이며 짙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슬라이더의 분포입니다.

다르빗슈는 여느 에이스들과 다름없이 스트라이크 존 외곽 중심의 공을 던집니다.  특히, 볼 카운트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던지는 직구는 백이면 백 모두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에 바깥쪽을 향합니다.

좌타자 무릎 쪽으로 향하는 슬라이더는 대개 1스트라이크를 잡고 난 뒤에 던지더군요. 낮은 볼이라 타자가 치기에도 쉽지 않은 공입니다. 단, 이승엽(31. 요미우리)은 2005년이던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 이 공을 넘겨버린 전력이 있습니다.

이번엔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어떤 분포를 보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역시 직구는 연두색이며 슬라이더는 짙은 색입니다. 바깥쪽 낮은 볼은 직구와 슬라이더 모두 구사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안쪽 높은 직구 같은 경우는 투심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높은 타점에서 던지는 공이라 높게 간다손 쳐도 우타자가 공략하기에는 쉽지 않은 공입니다.

다르빗슈는 좌타자나 우타자 모두 낮은 공을 주로 구사하며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초구를 슬라이더로 낮게 까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대표팀 타자들은 초구에서 낮은 슬라이더를 노려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승엽은 2005년뿐만이 아니라 올 시즌 인터리그 경기에서도 어퍼 스윙에 초구 슬라이더를 노려 다르빗슈에게서 홈런을 뽑아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승엽은 대표팀 라인업에서 제외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양준혁(38. 삼성 라이온즈)이라면 공략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양준혁 또한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지가 오래군요. 이병규(33. 주니치 드래곤스)가 있습니다만 이병규는 올 시즌 다르빗슈를 상대로 6타수 무안타(일본시리즈)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초반에 승부하라!!

다르빗슈는 다양한 변화구를 지닌 투수입니다. 회전이 적게 타점 높이 떨어지는 커브의 각도 일품이며 투심 또한 빠르고 예리하게 우타자 쪽으로 파고듭니다. 다르빗슈는 보기보다 더욱 두려운 투수지요.

만약 타자들이 다르빗슈의 공을 기다리는 전략을 쓴다면 자칫 '다르빗슈 구질 품평회'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르빗슈의 투구수를 절약해 준다는 단점도 있겠습니다만 초반에 슬라이더를 노리고 들어가는 과감한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덧붙일 사항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올 시즌 한신 타이거스의 마무리로 엄청난 활약(5승 5패 46세이브 평균자책점 1.63)을 보여준 후지카와 큐지(27) 또한 다르빗슈와 비슷한 투구를 펼칩니다. 낮은 변화구로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며 빠른 직구로 승부를 보는 타입입니다.

이진영(27), 박재홍(34. 이상 SK 와이번스) 등 국제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타자들이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타선의 노련함은 조금 떨어진 상태입니다. 김동주(31. 두산 베어스)가 있습니다만 김동주의 경우는 어퍼 스윙 스타일의 타자가 아니라 다르빗슈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펼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한·일전에서 똑같은 투구폼으로 여러 가지 공을 던지는 기교파 좌완 나루세 요시히사(22. 지바 롯데)가 다르빗슈를 대신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변칙에 능한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의 스타일을 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입니다. 또한, '한·일 전'은 기술적인 능력을 초월한 정신적인 투혼이 굉장한 역할을 하는 경기입니다. '야구의 강호' 일본과 '일본의 초신성 에이스'를 상대할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그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사진=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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