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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의 여기는 방콕] 태국에서 벌인 A매치, 그 특별함에 대하여

기사입력 2015.06.17 13:00 / 기사수정 2015.06.17 12:12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방콕(태국), 김형민 기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A매치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여기에는 한국 축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들도 많이 벌어진다. 제 3국에서 갖는 A매치도 그중 하나다. 비교적으로 월드컵 예선과 A매치를 치르는 데는 좋은 저변과 환경을 가진 한국으로서는 제 3국에서 타국 대표팀과 경기를 갖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정말 특별한 예외는 몇몇 있었다. 같은 민족이지만 사정상 분단돼 있는 북한과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2008년에 북한과의 아시아지역 3차예선전을 한국은 중립구장인 중국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벌인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 축구는 다시 한번 제 3국에서 월드컵 예선을 펼치게 됐다. 우리의 탓이 아니라 상대팀 미얀마가 받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가 낳은 결과였다. 지난 2011년 미얀마는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 오만과의 경기에서 간중들이 물병과 신발 등을 던지며 소동을 일으켜 문제를 샀다. 이에 대해 FIFA는 괘씸죄로 한국과의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경기를 자신들의 홈구장이 아닌 태국 방콕에서 갖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얀마 두 팀 사이에 태국이 끼는 꼴이 됐다. 제 3국이 개최하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제 3국의 영향도 우리로서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실제 경기를 준비하고 그라운드를 뛰는 상황에서 태국이 한국의 A매치에 안긴 영향은 실로 컸다. 여기에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만의 특별함이 있었다.



방콕에서의 5일, 슈틸리케 감독은 불편했다

축구대표팀은 말레이시아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평가전을 치른 뒤 지난 12일 태국 방콕에 입성했다. 경기를 한 16일까지 5일을 방콕에서 보냈다. 방콕에 왔으니 또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할 수 없었다. 30도 초중반을 오가는 온도에 적게는 60%, 높게는 80%까지 가는 높은 습도로 피부를 괴롭히는 더위에 대표팀도 야외에서는 그대로 노출됐다.

이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표정이 밝아보이지 못해 눈길을 끌었다. 방콕에 온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심각하고 예민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표팀 내 관계자들과 취재진들마저 긴장시켰다. 한 관계자는 "경기를 얼마 안 남겨둔 것도 있지만 방콕의 더운 날씨에 감독님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해주기도 했다.



방콕의 날씨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도 넘어야 할 산이었지만 60세에 이른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대표팀을 맡기 전에 중동에서 감독생활을 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흘러내리는 방콕의 날씨는 자국민이 아니라면 몇번을 경험해도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한국 나이로는 환갑에 가까운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젊은 선수들보다 방콕 날씨를 버티는 것이 더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실제 대표팀 훈련에서도 자주 벤치에 앉는 모습을 보였던 그는 미얀마전에서는 벤치쪽에서 연신 땀을 흘리면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는 그의 손에는 수건이 하나 있었고 경기내내 흘러내린 땀을 모두 닦아낸 뒤에야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었다. 경기는 무실점 첫 승으로 마무리됐지만 방콕에서의 생활은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못했을 것 같다.



내 일 같이 빈틈 없던 태국의 경기 지원

경기는 한국과 미얀마가 붙는 것이지만 경기장을 내어주고 지원하는 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질이나 환경은 달라질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제 3국인 태국이 이번 경기 의외의 변수라고도 할 수 있었던 특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부 우려와 달리 태국은 아낌없이 경기를 지원했다. 국민의 70% 이상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적인 특성과 최근 스포츠 사업과 각종 IT사업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태국의 상황을 A매치 지원이 잘 대변해줬다.

경기장부터가 그랬다. 경기가 벌어진 라자망갈라스타디움은 태국에서는 단순한 축구경기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라자망갈라스타디움의 정문에 있는 팻말에는 '라자망갈라스타디움'이라는 이름 대신 '방콕 스포츠 컴플렉스'라는 이름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는 라자망갈라스타디움 뿐만 아니라 테니스 코트와 배구장 등 각종 스포츠 시설들이 밀집된 태국 스포츠의 중심지와 같은 곳이었다.





여기에는 골프, 축구, 수영 등 태국 스포츠를 관장하는 체육부서가 사무실을 두고 있었고 관계부처가 가까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과 미얀마 간의 경기에 즉각적인 지원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실제 경기를 하는 날에는 태국 대표팀의 경기가 아닌데도 상당한 경찰병력과 봉사자들, 보안요원들을 배치하면서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만일에 있을 소동에도 대비하는 빈틈 없는 운영도 보였다. 경기장 내에는 물병이나 위협이 될만한 물건들을 일체 반입하지 못하게 했다. 더운 날씨 탓에 기자도 플라스틱 물병을 하나 들고 경기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보안요원이 막아세우면서 이와 같은 내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이미 자국에서 물병 등을 던지면서 위협이 된 미얀마 관중들이 딴 생각을 할 여지 조차 없었다.
 


태극전사들의 움직임, 교민들에게는 즐거움

5만석 정도의 규모를 가진 라자망갈라스타디움의 한 켠에는 500명 가량의 한국 교민들이 찾아와 슈틸리케호를 향해 아낌 없는 응원을 보냈다. 선수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며 "힘내라!"고 외쳤고 "대한민국!"이라고 연호하는 목소리는 미얀마 관중들의 기를 꺾어놓기도 했다.

어느나라에 있는 교민들에게나 축구대표팀이 온다면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태국 역시 마찬가지다. 태국을 이민을 오는 경우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회 은퇴 후 노후를 보내기 위해 오는 것도 있지만 일부는 태국에서 사업을 시작, '타이 드림'을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외국에서 꿈을 위해 도전하는 어려움과 함께 태국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도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자가 지난 2011년 방콕을 방문했을 당시 만난 한 교민은 "태국의 뜨거운 햇볕때문에 좋았던 피부도 달라지고 날씨와 생활면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나와 내 가족을 위해 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듯 타지에서 하루하루를 다르게 적응하면서 살고 있는 교민들에게 이번에 온 슈틸리케호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오랜만에 붉은 유니폼을 입고 붉은 악마의 뿔과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종종 걸음으로 찾아왔다. 한 교민은 경기장 관중석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기자에게 "선수들 지금 경기장에서 몸 풀고 있느냐, 손흥민은 어디 있느냐" 등의 질문을 웃음 띈 얼굴로 쉴 새 없이 던지기도 했다.

교민들의 열렬한 환호와 응원 속에 대표팀은 2-0 완승을 거뒀다. 일부 경기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교민들에게는 최고의 추억과 선물이 됐다. 특히 후반 22분 손흥민의 호쾌한 중거리슈팅이 골망을 꿰뚫자 우렁찬 함성과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제 3국 태국 방콕에서 벌어졌던 미얀마전의 밤은 열대야를 넘어 기분 좋은 열기와 함께 깊어갔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한국-미얀마 ⓒ 대한축구협회 제공,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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