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골키퍼들에게 리오넬 메시(27, FC바르셀로나)라는 이름은 공포의 대상이다. 절묘하게 들어오는 왼발 슈팅이며,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경로로 골문을 향해 들어오는 메시와의 일대일찬스는 골키퍼가 가장 피하고 싶은 장면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골키퍼 잔혹사도 등장했다. 많은 골키퍼들이 메시를 상대로 고개를 떨구고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잔루이지 부폰(37, 유벤투스)이 메시 앞에 선다. 가장 좋은 몸상태와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메시지만 부폰이라면 골키퍼 잔혹사를 끝낼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는 7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벌어지는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최고의 창과 방패로 불리는 메시와 부폰이 충돌한다.
메시는 올 시즌 더욱 날렵한 몸놀림을 놀라운 득점행진을 보였다. 이번 시즌 전 대회를 통틀어 56경기에 출전해 58골 27도움을 기록하면서 예전보다 더욱 매서워진 득점본능을 보여줬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백전노장 골키퍼로서도 메시와의 대결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부폰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메시를 "외계인"이라고 표현하면서 어려운 맞대결을 예상했다.
그는 "메시는 외계인이다. 메시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을 잘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불리하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 우리에게는 바르셀로나를 곤란하게 할 무기가 있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동안 메시와 부폰이 한 그라운드 위에서 맞붙은 기억은 손에 꼽아봐야 할 정도로 매우 적다. 특히 클럽 소속으로 마주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한동안 유벤투스가 2부리그 강등과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는 암흑기가 있었고 그 사이 메시와 부폰이 각각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맞대결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비로소 최고의 공격수와 골키퍼가 마주하게 된 이번 결승전에서 메시가 골을 넣기 위해서는 최후방 수비수라고 할 수 있는 부폰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유벤투스는 스리백과 포백을 오고가는 막강한 수비라인과 부폰의 활약을 앞세워 바르셀로나 간판 공격편대 MSN을 봉쇄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는 부폰의 선방쇼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수문장이자 유벤투스에서만 14년을 보낸 그는 올 시즌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리그 등을 통틀어 44경기에 나서 27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안드레아 바르잘리 등이 버티는 유벤투스의 수비진 자체가 강한 것도 한몫했지만 부폰은 결정적인 순간에도 공격수들의 완벽한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팀의 승리를 자주 지켜왔다.
부폰의 활약도에 따라 그동안 메시에게 당했던 골키퍼들의 잔혹사도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시가 울린 골키퍼들은 매우 많았다. 특히 지난 2010-2011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은퇴경기를 펼친 에드윈 반 데 사르(당시 맨유)가 아쉽게 그라운드를 떠나도록 만든 장본인이 됐다. 당시 경기에서 메시는 골잡이 다운 슈팅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뽑아내며 바르셀로나의 3-1 승리와 우승을 이끌었다. 맨유의 거미손이라고 불리던 반데 사르로서도 메시의 슈팅은 어떻게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경기 후에 반 데 사르는 메시의 슈팅이 자신의 예상을 깨뜨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위치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메시가 주로 반대편 골포스트를 향해 슛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며 계획된 움직임을 펼치고도 갑작스러운 변화로 막지 못한 메시의 득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부폰에게도 어떻게 보면 자신의 마지막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될 지도 모른다. 적지 않는 나이와 체력에 대한 우려가 있고 다음 시즌에는 또 어떤 내용의 경기력을 펼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다 실바 등 많은 경계대상이 있지만 부폰에게 메시의 슈팅은 반드시 대비해야 하는 숙제다. 과연 부폰이 메시를 상대로 무실점에 성공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
※ D-3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프리뷰
① 에브라-테베스 '맨유의 한 그리고 복수'
② 수아레스와 얽히고설킨 '악연 매치'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메시와 부폰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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