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이제 막 배우로 한 걸음을 내딛은 손수현. 손수현은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에서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중 한 명이다.
"첫 드라마여서 좀 더 애착이 가고,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서운한 마음이 크다"며 수줍게 웃어 보이는 그에게서 극 중 뱀파이어로 돌변하는 차가운 민가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드라마를 벗어난 현실 속 그는 커피를 좋아하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또래의 평범한 스물여덟 아가씨였다. 손수현을 만나 드라마와 연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 "아쉬움 가득한 '블러드', 각자에겐 의미 있는 작품"
손수현은 드라마 첫 도전작인 '블러드'에서 태민암병원 간담췌외과 레지던트 1년차 민가연을 연기했다. 박지상(안재현 분) 앞에만 서면 쑥스러워하고 어쩔 줄 몰라 하지만, 가연에겐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 속에 뭔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눈빛이 있었다. 결국 극 중반부에서는 이재욱(지진희)의 수하인 뱀파이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청자에게 '최고의 반전'을 선사하는 등 높은 존재감을 자랑했다.
손수현은 "처음에 기획안을 받았을 때도, 심지어 오디션을 봤을 때도 가연의 정체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몰랐다. 대본 리딩 후 뒤풀이 자리에서 작가님이 '너도 뱀파이어야'라고 하시는데, '액션스쿨이라도 다니면서 준비를 해야 하나' 했었다. 송곳니도 껴보고 핏줄도 서고 싶었는데, 실제 드라마 속에서는 뱀파이어 분장을 한 적이 없어서 아쉽다"며 웃어보였다.
민가연은 뱀파이어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자연스레 손수현의 어깨에 더해지는 무게도 무거워졌다. 손수현은 "그런 반전의 인물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었다. 처음에는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이 마냥 컸는데, 연기를 하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또 알아가다 보니까 점점 무거워지는 거다"라며 당시의 마음을 다시 떠올렸다.
극 후반부의 가연은 웃음도 거의 잃다시피 하며 내내 심각하고, 또 어두웠다. "막판에 웃었던 기억이 없다"고 회상한 손수현은 "원래의 민가연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박지상 앞에 있을 때와 그 외의 행동을 어떻게 명확하게 표현해야 할까 정말 고민했다"며 녹록지만은 않았던 첫 드라마 도전을 곱씹었다.
'블러드'는 지상파 드라마 최초로 시도된 판타지 의학드라마였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만큼은 단연 최고였다. 손수현은 "아프다고 하면 약도 갖다 주고, 서로를 정말 위하는 촬영장이었다. 비염 때문에 세트장에서 고생을 했는데, 구혜선 선배님은 산소호흡기도 가져다주셨고, 지진희 선배님과는 오미자도 나눠 먹었다. 서로 먹을 게 조금만 있어도 쪼개먹고 그랬는데, 그게 참 좋았다. 아쉬움도 있지만,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었고, 시청률과는 별개로 각자에게 갖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드라마 종영의 아쉬움을 달랬다.
▲ "대중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손수현은 불과 3년 전까지 아쟁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지금의 소속사 대표를 우연히 만나 배우라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됐고 2013년 대성의 '우타우타이노발라드' 뮤직비디오 출연 이후 영화 '신촌좀비만화'와 '오피스', '테이크아웃' 등을 통해 대중과 만나왔다.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연기지만, 그만큼 새롭게 배워가는 재미 역시 남다르다.
그는 "음악을 쭉 해왔고, 지금 연기를 하는 게 음악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악보를 보고 그냥 연주를 하는 게 아니라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처럼, 연기도 자기만의 해석을 덧붙인다는 점에서 음악과 비슷한 것 같다"고 그동안 느낀 점을 얘기했다.
올해 나이 스물여덟. 연예계라는 기준에 비춰볼 때 다소 늦게 이곳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손수현은 "오히려 늦게 시작한 게 더 좋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빨리 서른이 되고 싶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일찍 데뷔했으면 뭔가에 많이 휘둘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을 분별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가치관이 생기지 않았나. 그 점이 좋은 것 같다. 서른 살이 넘고, 열심히 고민하며 산다는 가정 하에 많은 생각과 경험이 쌓일수록 좋은 것 같다. 아직도 좀 흔들리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런 것이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한 손수현은 "그런데 서른다섯 살 넘기는 싫다"며 엉뚱한 답을 덧붙이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다시 한 번 내보인다.
연기라는 것은 결국에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 손수현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요즘은 '연기가 정말 어려운거구나' 여기에 꽂혀 있다"고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추운 겨울을 함께 했던 '블러드'를 떠나보내고 잠시 찾아온 여유. 손수현은 촬영 일정 외에 시간이 날 때면 맛있는 음식을 찾아 맛집 투어를 하고, 멀리 의정부까지 드라이브를 하며 커피를 마시러 가는 등 일상 속 행복함을 만끽 중이다.
배우 손수현, 그리고 인간 손수현이 바라는 앞으로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는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또 배우로 대중과 만난다. 진실한 사람, 진짜만 말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하는 말들이 믿음이 되는, 그래서 내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사람들이 '저 배우는 진짜 저 말을 하고 싶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한다.
아직 보여줄 '다음'이 너무나 많이 남은 손수현. 이제 연기라는 레이스의 출발점에 선 그가 선보일 앞으로의 모습에 기대가 모인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손수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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