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친정팀에 대한 애정이라고 하기에는 비판이 상당히 날카로웠다. 티에리 앙리(38)는 지난 27일(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자신이 뛰었던 아스날이 첼시와 0-0 무승부를 거두자 거침없는 충고들을 날렸다.
TV방송 '슈퍼선데이'에 나와서 말한 내용은 크게 두가지였다. 아스날의 경기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과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고 있는 올리비에 지루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앙리는 아스날이 첼시처럼 우승을 위해 때로는 실리축구를 하기를 원했다. 또한 지루가 나서는 공격수를 비롯해 '척추라인'의 선수들을 새로 보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는 일부 선수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있었다. 메수트 외질과 함께 지루가 지목됐다. 앙리는 "지루가 정말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과연 아스날이 그와 함께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스날에 대해서라면 화이팅 넘치는 격려를 하던 앙리와는 달랐다. 그래서 아스날팬들에게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프랑스에서는 앙리가 자신의 후계자로 불리며 자국인 프랑스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장차 5년은 더 뛸 수 있는 지루를 향해 칼날을 세운 것이어서 난리가 났다.
지금은 앙리가 지루가 평가절하했다는 이야기가 중론이지만 사실은 비판의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짜 진심은 "지루가 부족하다"가 아니라 "지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앙리가 하고 싶어했던 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직접 자세한 지표들과 설명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전했다.
레퀴프에 따르면 지루의 득점력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봐도 전혀 문제가 없다. 2012년 프랑스 몽펠리에를 떠나 아스날로 온 지루는 첫 시즌에 11골을, 다음 시즌인 2013-2014시즌에는 16골을 넣었다. 올 시즌에는 14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 시즌 16골을 기록한 점은 그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게 만든다. 지난 10년 사이 프리미어리그의 주요 선수들도 시즌 안에 16골 이상을 넣기를 어려워했다. 웨인 루니는 2007년과 2009년, 2011년에 각각 14골, 12골, 11골을 넣었고 디디에 드록바는 2010년에 29골을 터트렸지만 이전 2006년에는 12골에 그쳤다.
2013-2014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16골을 넣은 에딘 제코는 지루와 동률을 이뤘다. 이 득점수는 팀내에서 3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었고 이외에 다비드 실바(7골), 알바로 네그레도(9골) 등은 지루보다 적은 골을 넣었다. 또한 그해 지루는 16골로 아스날에서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아론 램지가 10골을 넣었을 뿐 다른 선수들은 한자리수에 불과하다.
레퀴프가 보여주는 결론은 지루의 득점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루의 결정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스날의 현재 상태가 문제라는 것이었다. 올 시즌에도 아스날은 알렉시스 산체스가 14골로 지루와 함께 많은 골을 넣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부족했다. 매 시즌 중요한 골을 넣어주던 시오 월콧은 부상으로 경기를 제대로 나서지도 못했고 대니 웰백이 4골,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1골에 그쳤다.
이는 2004-2005시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첼시의 골 분포도와 대조된다. 당시 첼시는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랭크 램파드가 13골을 터트렸고 아이두르 구드욘센이 12골, 디디에 드록바가 10골, 조 콜이 8골, 아르옌 로벤이 7골, 데미안 더프가 6골(이상 리그득점)을 넣어 득점에 대한 부담이 고르게 퍼져 있었다.
레퀴프는 이러한 점을 앙리가 지적한 것으로 분석했다. 매 시즌 주전들을 대부분의 경기에 투입하고 막바지에는 체력적인 부담을 보이는 아스날의 행보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보통 많은 거너스 선수들은 체력적인 문제를 시즌중에 보인다"면서 "통계치를 떠나서 로빈 판 페르시, 드록바, 지루 등 누구나 아스날이 우승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혼자서는 모든 일을 다 맡아서 할 수 없다"며 지루외에 다른 공격자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올리비에 지루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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