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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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이병헌 감독, "결국 남자를 구제하는 건 여자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5.04.19 18:37 / 기사수정 2015.04.19 18:37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영화 '스물'은 스무살에 접어든 세 남자를 그린다.

꿈을 쫓기 위해, 쫓을 꿈을 찾기 위해, 꿈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각기 고군분투중인 세 남자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그려진 작품이다. 어느덧 300만명을 눈앞에 두는 등 젊은 층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거친 '섹드립'과 언어 유희가 난무하는 철없는 세 남자들을 이끄는 건, 남성의 로망이 응축된 4명의 여성 캐릭터다. 

예쁜데다 어리고 심지어 나를 좋아하기까지 하는 친구 동생 소희(이유비 분), 늘씬하고 몸매 좋은 신인 여배우(정주연), 명문대에 재학하며 외제차를 몰고 나를 이해해주는 여자 선배 진주(민효린), 그리고 야무지고 똑똑한 고등학교 동창 소민(정소민). 나란히 스무살인 극 중 남자들과 달리 연하부터 연상까지 여성들은 다양한 나이대에서 그들과 마주한다.

'스물'에서 세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왔기에 이병헌 감독에게 '스물'의 여자들을 물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의 고충부터 털어놨다.

"영화 속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도 여자를 하나에 둘 쯤은 알 것 같은데 그 이후는 모르겠다. 다행히 소희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는 쉬웠다. 사실 여자로 접근했다기 보다는 동생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작업단계에서부터 이유비를 떠올렸다. 실제 이유비가 와서 사랑스럽게 연기를 해주면 된다고 봤다."

이유비는 실제로 이병헌 감독과 자신을 '천생연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작업을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영화 속 사랑스러운 소희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소민이란 캐릭터를 만들며 정소민을 떠올린 것도 마찬가지다. 덤덤하게 흘러가는 연기 톤을 가진 배우가 맡아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다만 소민이의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은 좀 까다로웠다. 혹시라도 친구 사이에서 소민이가 '환승'하고 이런 점들이 비호감처럼 느껴질까봐 조심스러웠다."

영화 속 소민은 치호와 고등학생 때부터 만나왔지만 동우와 경재의 첫사랑이기도 하다. 말썽꾸러기 난봉꾼인 치호의 곁을 늘 지키지만 그와 '컵라면이 익는 시간' 보다 빠르게 이별을 통보받은 뒤 경재와 만나게 된다.

"사실 소민이는 경재와 술먹다가 한순간에 환승하는게 아니라 켜켜이 쌓인 감정이 있다고 봤다. 둘은 자주가는 서점 친구라고 설정했다. 서점에서 치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사람이 쌓아 오던 감정들이 있다고 봤는데 그런 것들이 편집상 사라지다보니 두 사람의 감정이 빠르게 느껴질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다른 여성캐릭터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대적으로 이들에게 영화가 줄 수 있는 시간은 무척 한정적이었다.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지만 그걸 모두 풀어낼 수 없어 이를 담아내는데도 신경을 썼다.

이병헌 감독은 정주연이 연기한 신인 여배우 은혜에 대한 디렉션으로 '화양연화'의 장만옥을 언급하며 그녀에게 길을 제시했다. 또 아름다운 대학선배로 분한 민효린의 캐릭터는 영화 속 경재의 모델이 된 이 감독의 친구가 좋아한 대학 선배를 떠올렸다.
 
"네 여자는 남자들의 로망이다. 사실 남자들은 단순해서, 굉장히 원초적이면서도 자기 가까이 있는 여성을 로망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김부선이 연기한 분식집 아주머니처럼 말이다."

영화 '스물'의 하이라이트 신은 단연 소소반점에서의 코믹하고 처절한 격투 장면이다. 소소반점이 상징하는 스무살이라는 공간에서 반드시 밀려 나와야 하지만 이들은 이를 거부하며 스물로 영원히 남기를 바란다. 인상 깊은 것은 남자 셋보다는 이들과 함께 있던 소희와 소민의 공격이 세 남자의 어설픈 발길질보다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치호와 경재, 동우는 여기 있게 내버려달라는 처절하고 귀여운 감정들이기에 스무살 밖으로 물리적으로 밀어내고자 하는 깡패들과 싸워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소민이와 소희가 더 열정적으로 나선다. 결국 남자를 구제할 수 있는 존재는 여자라는 거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이병헌ⓒ권혁재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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