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다 잡은 경기를 눈 앞에서 놓쳤다. 하지만 권혁(32,한화)의 공에는 '패배'라는 단어 속에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투혼'이 있었다.
한화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의 1차전에서 9-10으로 패했다. 한화는 앞서가던 롯데를 물고 늘어졌지만, 양 팀의 희비는 결국 공 하나에 갈렸다.
한화는 8회까지 3-8로 롯데에게 끌려다녔다. 9회초, 아웃카운트 세 개면 경기가 종료되는 상황. 송광민의 내야안타가 시작이었다. 이어 주현상과 강경학, 김경언, 이용규가 안타를 몰아치며 추격을 시작했고 송주호의 우전안타로 8-8 동점을 만들었다.
권혁은 한화가 9회초에만 5점을 올리며 만든 8-8 동점 상황, 9회말 한화의 다섯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권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한화가 치른 9번의 경기 중 7번을 등판했다. 최근에는 7일과 8일 LG전에서 이틀 연속 등판한 권혁이었다. 7일에는 2⅓이닝을 나와 39개의 공을 던졌고, 8일에는 ⅔이닝 14구를 소화했다. 하루를 쉬었다곤 하지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등판이었다.
여기에 정범모와 교체됐던 허도환 타석에서 주현상이 대타로 나서면서 9회부터 나설 포수도 없었다. 결국 고교 시절 포수를 본 적이 있던 주현상이 마스크를 썼다. 주현상의 주 포지션은 내야수. 권혁은 자신조차 자리가 낯선 포수와 배터리를 이뤄야 했다.
그럼에도 권혁은 한 구, 한 구 신중하게 공을 던지며 롯데의 타선을 묶었다. 주현상도 급작스럽게 안방에 앉은 것 치고 기대 이상의 포수 능력을 보이면서 권혁과 호흡을 맞췄다. 손아섭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정훈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는 등 위기는 있었지만 실점 없이 9회말을 끝냈다.
10회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낸 권혁은 김태균의 솔로 홈런으로 역전한 11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는 이미 30개를 넘어간 상태였다. 선두 강동수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권혁은 손아섭과 최준석에게 연속 삼진을 잡았고, 한 명의 주자와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남기고 마운드를 송은범에게 넘겼다.
그러나 양 팀의 운명은 애석하게도 권혁이 내려간 뒤 단 한 개의 공에 바뀌었다. 송은범의 초구를 장성우가 홈런으로 연결시키면서 단번에 점수를 뒤집고 경기를 끝냈다. 한화로서는 5시간여의 혈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권혁은2⅔이닝 2피안타 4탈삼진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 51개. 어렵게 만든 동점인만큼 승리를 쉽게 내주지 않으려는 듯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진 권혁의 투혼도 결국 '명품 조연'의 역할로만 남게 됐다.
보통 뛰어난 활약이라도 팀이 패배하게 되면 '빛이 바랬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이날 권혁의 공 하나 하나는 패배에도 오히려 빛났다. 물론 이겼다면 더 반짝였을테지만, 권혁의 '51구'는 박수 받아 마땅했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사진=권혁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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