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월드컵 개막 4일째, 전통의 강호들이 나란히 승리를 챙겼다. 이변이 우후죽순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얻어낸 귀중한 승점 3이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기분 좋은 승전보를 전했고 스위스는 역전승을 거뒀다.
행보는 엇갈렸다. 프랑스는 막강 전력을 과시한 반면 아르헨티나는 일부 과제도 남겼다. 스위스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악바리 근성으로 조 2위 경쟁의 우위를 선점했다.
각자의 위기타개법도 눈길을 끌었다. 먼저 콜롬비아전에 나선 스위스는 선취골을 내준 뒤 교체카드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세트피스의 매력을 재증명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반면 프랑스는 공백을 '공존'으로 메웠다. 간판스타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없이 온두라스와의 첫 경기에 나선 프랑스였다. 부담은 있었지만 문제는 없었다. 앙트완 그리즈만(레알 소시에다드), 마티유 발부에나(마르세유)라는 다른 유형의 날개를 양쪽에 달고서 위기를 이겨냈다. 상호 보완을 이루면서 새로운 아트 사커를 창출했다.
이어 아르헨티나는 스타의 한 방으로 미소지었다. 경기는 지지부진했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이전 평가전들에서 보여줬던 끈끈함이 사라졌다. 위기의 순간,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팀을 깨웠다. 전매특허인 왼발 슈팅 한 방으로 자신은 물론 아르헨티나의 자존심을 세웠다. 골이 터지는 순간 메시는 포효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다운 클래스를 증명한 한 장면이었다.
위기 타개법에 우열은 없다. 각자의 매력이 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효과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승리를 챙긴 세 팀은 2차전에서 16강 조기 확정을 꿈꾼다. 앞으로도 위기는 수차례 올 수 있다. 과연 이들의 돌파구가 해피엔딩으로 인도해 줄 수 있을 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1. 'UP' 카림 벤제마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가 4년 전 아픔을 털었다. 2010년 벤제마에게 기억하기 싫은 한 해였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결국 조별리그에 탈락하며 몰락의 길을 걸었던 레블뢰 군단을 집에서 지켜만 봐야 했다.
4년 뒤 벤제마는 화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유로2012를 기점으로 프랑스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로 자리를 꿰찬 벤제마는 디디에 데샹 감독의 지지를 받으며 간판 원톱으로 부상했다. 모든 준비가 순조로웠다. 벤제마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올림피크 리옹시절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회복하면서 월드컵 활약을 기대케 했다. 프랑스 역시 벤제마와 올리비에 지루(아스날) 두 스트라이커의 가세로 다양한 공격 전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 때로는 로테이션, 때로는 공존을 모색하며 레블뢰 군단의 창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온두라스의 첫 경기에서부터 프랑스 부활의 신호탄은 터졌다. 선봉장에는 벤제마가 섰다. 벤제마는 해트트릭 같은, 해트트릭 아닌 2골, 1자책골 유도로 아트사커의 재기에 신호탄을 쐈다. 전반 45분 폴 포그바(유벤투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마무리해 득점포에 시동을 걸었다. 후반 3분에는 요앙 카바예(PGS)의 패스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바야다레스 골키퍼의 자책골을 만들었다. 후반 27분에는 각도가 없는 지점에서 강한 슈팅으로 골문 상단을 갈라 맹활약의 대미를 장식했다.
벤제마의 활약으로 프랑스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최전방 공격수에 대해 고민이 있던 프랑스였다.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등 희대의 공격수들을 낳았지만 이들의 대를 이을 공격수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벤제마의 등장으로 고민은 말끔히 해소된 눈치다.
#2. 'Down' 윌슨 팔라시오스
윌슨 팔라시오스(스토크 시티)는 불행한 하루를 겪었다. 중요했던 프랑스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았고 팀의 패배의 원흉이 됐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전반 45분. 팔라시오스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포그바를 뒤에서 밀어 넘어뜨렸다. 순간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어 경고가 나갔다. 이미 옐로카드 한 장을 받았던 팔라시오스는 이어 퇴장 명령을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온두라스 중원사령관 팔라시오스는 프랑스 중앙 미드필더 포그바와 자주 마주쳤다. 불꽃이 튀었다. 신경전을 벌이던 둘은 전반 28분 엇갈려 넘어졌다. 팔라시오스가 포그바의 다리를 스터드로 밟자 순간 격분한 포그바는 팔라시오스의 다리를 살짝 걸어 넘어뜨렸다.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둘에게는 옐로카드가 주어졌다.
결국은 일을 냈다. 팔라시오스가 퇴장을 당했다. 온두라스로서는 난감했다. 팀의 중심축이 빠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전과 비주전 간 격차가 힘했던 찰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프랑스전도 그랬지만 2차전 역시 고민을 안게 됐다.
결국 팔라시오스의 부재를 절감하며 온두라스는 0-3 완패했다. 벤제마에게만 2골, 골키퍼의 자책골까지 더해지면서 침울한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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