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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리스본 4관왕 등극은 '행운' 아닌 '실력'

기사입력 2014.04.07 06:51 / 기사수정 2014.04.11 15:42

조영준 기자
손연재가 2014 리스본월드컵에서 획득한 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 포르투갈 체조협회 제공
손연재가 2014 리스본월드컵에서 획득한 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 포르투갈 체조협회 제공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 불모지'에서 꿈을 키워가던 한 소녀가 마침내 국제대회 정상에 올랐다.

손연재(20, 연세대)는 7일(이하 한국시각)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4 FIG 리듬체조 리스본 월드컵 종목별 결선에 출전해 볼(17.500)과 곤봉(17.450점) 리본(17.150)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앞서 열린 후프 종목에서는 17.500점을 받아 동메달을 획득했다.

전날 열린 개인종합에서 우승을 차지한 손연재는 4관왕에 등극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5위에 오른 이후 최고의 순간이었다.

손연재는 지난해 열린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FIG가 공인한 월드컵대회였다. 유럽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서 손연재는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지난해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동메달을 획득한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1, 벨라루스)에 완승을 거둔 점은 고무적이다.

5일과 6일에 걸쳐 진행된 개인종합에서 손연재는 올 시즌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그동안 손연재는 안정되고 정확한 기술을 주로 구사했다. 또한 표현력은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올 시즌 손연재는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키예프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그는 개인종합 5위에 올랐다. 그러나 종목별 결선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또한 개인종합에서는 중국의 에이스인 덩센유에(22, 4위)에 뒤쳐졌다.

강한 자극을 받은 손연재는 지난해 11월부터 새 프로그램 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곡을 선정해 한층 성숙한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손연재를 비롯한 극동지역의 선수들은 신체조건에서 유럽 선수들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정확한 기술 구사와 날렵한 움직임이다. 실제로 손연재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다이내믹한 연기로 5위권에 진입했다. 올 시즌 손연재의 움직임은 지난해와 비교해 빨라졌다. 기술 난도를 높인 것은 물론 기술 사이사이에서 나타나는 웨이브도 놓치지 않았다.

손연재가 자신의 장기인 포에테 피봇을 2014 리스본 월드컵에서 시도하고 있다 ⓒ 포르투갈 체조협회 제공
손연재가 자신의 장기인 포에테 피봇을 2014 리스본 월드컵에서 시도하고 있다 ⓒ 포르투갈 체조협회 제공


특히 '아라비아 공주'로 분한 리본 연기는 인상적이다. 실제로 손연재는 지난달 열린 독일 슈투트가르트월드컵 리본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이번 대회 개인종합에서도 리본에서 가장 높은 점수(17.950)를 받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구를 다루는 숙련도가 한 단계 발전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국제심판인 서혜정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부위원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손연재의 점프가 한층 좋아졌다. 작은 실수를 했을 때 큰 실수를 피하는 경기 운영 능력도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는 손연재에게 '천운'이 따른 대회이기도 했다. 현역 최강으로 불리는 야나 쿠드랍체바(17)와 마르가리타 마문(19, 이상 러시아)이 출전하지 않았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에이스인 안나 리자트디노바(21)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개인종합 메달권에 진입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우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손연재가 월드컵대회에서 메달 경쟁을 자주 펼치는 스타니우타가 출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동메달리스트인 스타니우타는 벨라루스의 에이스다. 또한 러시아의 신성인 마리아 티토바(17)도 리스본 월드컵에 출전했다.

손연재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실력'이 수반되어야한다. 손연재는 한층 노련해진 경기운영을 펼치면서 4관왕에 등극했다. 반면 스타니우타는 개인종합 곤봉 종목에서 큰 실수를 범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종목별 결선에서도 손연재는 큰 실수를 피하며 모든 종목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반면 스타니우타와 티토바는 곤봉과 리본에서 잔 실수를 반복하며 손연재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서혜정 부위원장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큰 실수없이 마무리 지은 선수는 손연재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손연재는 자신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종목별 결선 곤봉과 리본 종목 마무리 부분에서 실수를 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리스본 월드컵 4관왕에 오른 성과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손연재가 2014 리스본 월드컵 리본 연기를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 포르투갈 체조협회 제공
손연재가 2014 리스본 월드컵 리본 연기를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 포르투갈 체조협회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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