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세기 스포츠 강국 중 하나는 구 소비에트 연방이었다. 하계올림픽에서만 6번 1위에 올랐고 독립국가연합으로 출전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동계올림픽에서도 구 소비에트 연방은 7차례나 1위에 올랐다. 사회주의 체제였던 시절 구 소비에트 연방은 엘리트 체육을 내세워 세계 스포츠 무대를 평정했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연방이 분열되면서 '북극곰의 위용'은 한풀 꺾였다.
러시아는 독립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러시아의 소치는 지난 2007년 강원도 평창을 4표 차로 제치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가 됐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러시아 정부는 관광 수익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한 '스포츠 강국'의 부활도 염원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비싼 올림픽'이 될 소치동계올림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기 집권에 성공했다. 장기 집권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에게 소치동계올림픽은 '강대국 러시아'를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준비됐다. 이번 대회는 500억 달러(한화 약 53조원)가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산은 120억 달러(14조원) 정도로 예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예산은 점점 불어났다. 현재는 4배가 넘는 5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 수치는 역대 올림픽 중 최고 수준이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은 420억 달러의 예산이 들어갔다. 동계올림픽은 하계 올림픽과 비교해 관심도와 규모가 떨어진다. 하지만 소치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을 훨씬 뛰어넘는 막대한 액수가 투자됐다.
경기가 치러질 시설은 대부분 새롭게 건설됐다. 숙박 도로 철도 등 관광을 위한 시설도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 흑해 연안에 위치한 소치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소치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자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의지다.
그러나 이슬람 반군의 테러 위협이 소치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안전 올림픽'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도한 예산과 테러의 위협은 소치올림픽을 '적자 대회'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CNN머니는 최근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예로 들면서 소치의 불안함을 꼬집고 있다.
소치와 마찬가지로 아테네는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다. 그리스 정부는 아테네올림픽을 계기로 관광 수익을 올리고자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었다. 이러한 투자는 끝내 관광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15억 달러라는 빚만 남겼다.
해외의 시선은 비관적이지만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3억 달러(약 1조3936억원)의 흑자를 볼 것이라며 낙관하고 있다.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종합 1위 가능성은?
푸틴 대통령은 대회 투자는 물론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자국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400만 루블(약 1억2천3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메달리스트들은 정부에서 주는 포상금은 물론 지방 정부와 기업으로부터도 포상을 받는다. 선수들에게 거액을 포상금을 걸면서 동기부여를 높였다. 여기에 외국인 코치를 적극적으로 영입했고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귀화시켰다. 남자 쇼트트랙의 안현수(29, 러시아명 빅토르 안)도 러시아 정부의 간절한 요청을 받고 귀화를 선택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로 11위에 머물렀다.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러시아는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상위권 진입은 물론 종합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종합 우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최근 러시아가 금메달 9개를 획득해 4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매체는 '스키 강국'인 노르웨이가 금메달 13개로 종합 우승을 차지한다고 점쳤다. 2위는 미국이 3위는 캐나다가 차지할 것으로 평가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34년 만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푸틴 정부는 소치동계올림픽 통해 '흑자 올림픽'과 '스포츠 강국의 부활'을 동시에 꿈꾸고 있다. 역사상 가장 비싼 올림픽인 이번 대회가 투자만큼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소치 볼쇼이 아이스돔 ⓒ Gettyimages/멀티비츠, 안현수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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