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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바스켓 다이어리] 우리가 농구를 좋아하는 이유

기사입력 2008.01.13 20:17 / 기사수정 2008.01.13 20:17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스포츠라는 건 참 냉혹한 세계입니다. 왜냐면, 너무나도 극명하게 승자와 패자가 갈리기 때문이지요.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도 공을 가지고 하는 경기, 특히 농구는 축구나 야구와는 달리 점수가 높고 빨리 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뛰는 선수도 지켜보는 사람들도, 딱 2시간 동안입니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조금은 잔인한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농구는 무승부란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 하는 경기입니다. 물론 2시간 동안 긴장하며 봤는데 아무런 승부도 내지 못한다면 이것보다 허망한 것도 없을 테지요. 이런 점에선 단판승부라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긴 사람은 기뻐하고 패자는 슬퍼합니다.

이 둘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라면 당연히, 이기고 싶어합니다. 이기는 것이 기분도 더 좋고 훨씬 즐겁기 때문이지요. 지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죠.

선수들은 코트로 들어가는 순간 전쟁이 시작됩니다. 다섯 명의 선수가 얼마나 마음을 잘 맞추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어찌 보면 자명한 이야기입니다. 상대가 슛을 쏘지 못하게 블록을 시도한다든가, 태클이나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면서도 쏠 수 있는 슛은 쏘려 노력합니다.

속공을 전개하다가 상대에게 막혀 쓰러지기도 하고 부딪치는 일은 태반입니다.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전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요.

지지하는 사람들의 기 싸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로 자신의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 주려 누구보다도 목청 높여 소리지르고, 상대 선수가 자유투를 얻어 넣을라치면 야유를 보냅니다. 우리 선수들이 3점슛이나 덩크를 멋지게 성공시키고 돌아서면 그 누구보다도 크게 환호해줍니다.

농구도 결국은, 한쪽은 웃고 한쪽은 울어야 합니다. 상대를 쓰러뜨려야 내가 올라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코트에선 선수들만이 주인공은 아닙니다. 승패를 가를 수도 있는 심판이 있고, 선수들을 추스르고 지휘해야 할 감독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코트에서 빛을 발해야 할 것은 선수들의 열정과 실력입니다. 농구는 의외로 매우 간단합니다. 잘하는 팀이 이기고, 그보다 못한 팀은 지는 아주 단순한 세계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더 냉혹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데도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간단히 제압해버릴 수 있는 실력의 차이란 것이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열정이 실력을 뛰어넘지는 못합니다. 그것을 아는 선수는 자신의 열정만큼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열정과 의욕이 너무 넘치지 않게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열정이 많은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과욕이 되면 그것이 되려 독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니까요.

이긴다는 건 어떨까요. 경기에서 이긴다는 건 직접 뛰는 선수들에겐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전에는 '이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이길 수 있을 거야'란 생각을 들게 하지요.

상대방과 겨룰 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은 결과가 빤히 보일 수도 있는 결과를 뒤집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외적인 부분으로도 득이 되는 점은 많습니다. 그날 경기에서 눈에 띄게 활약한 선수는 미디어와 인터뷰도 할 수 있고, 후련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과 기분 좋게 사인도 해 주고 사진도 찍어 줄 수 있습니다.

팬들 또한 자랑스럽고, 선수들만큼 기쁜 마음으로 경기장을 나올 수 있지요. 승자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것. 뛰는 선수들이, 지지하는 팬들이 많이 매력적이었던 날로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진다는 건, 곧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다는 말도 됩니다. 선수들에겐 정말 기억하기 싫은 날일 테지요. 물론 졌던 경기로 인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런 것을 떠나 일단 졌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볼까 합니다.

선수들은 각각 오늘은 어떤 것 때문에 졌다든지, 혹은 자신이 못해서 졌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미디어는 이긴 팀에만 주목하고 사람들조차 이긴 팀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패자는 스포트라이트 하나 받지 못하고 퇴장하는 쓸쓸한 뒷모습밖에 남지 않고요.

계속 지기만 하는 날이 계속된다면 조금 더 심각해집니다. 패배감을 맛본다는 것은 자신감을 상실하게 합니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보다 또 지면 어떻게 하나란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습니다. 그 생각은 다음 경기에 또 영향을 미치고, 이렇게 자칫 잘못하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지요.

아직 어린 선수들은 경기에 지고 난 후에 많이 속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소홀할 수도 있고, 때로는 언제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사진이나 사인 요청도 속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팬들은 자신이 뛰기라도 한 것처럼 우울하고, 자신이 진 것처럼 아쉬워합니다. 진 날은 기억하지 않으려 노력하고요.

스포츠는 선수도, 지지하는 사람도 아닌 제3자 입장에서 보면 결과에 왜 그렇게 죽고 못 사는지 이해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냥 이겼으면 이겼나 보다, 졌으면 졌나 보다 하고 말지만 정작 누구를 응원하게 되고 자신이 그곳에서 뛰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적어도 그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그들은 누구보다 절박한 사람들로 변합니다. 그렇기에 이기고 지는 결과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기는 경기든 지는 경기든 선수들은 또 다시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는 겁니다. 이겼다면 기쁘고, 졌다면 우울해하지만 곧 다음 경기를 위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준비합니다. 어떤 결과가 있든 간에 그 결과를 딛고 또 다른 결과를 맞이하기 위해 줄곧 나아갑니다.

그것이 우리를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는 것을 떠나서 더 발전하게 하고 나아가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어떤 경기든지 결과는 승리일 수도, 패배일 수도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것은 누가 이길 것이다, 질 것이다 라고 확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물론 예측은 할 수 있겠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경기를 볼 때마다 이기는 경기일지 지는 경기일지 그 하나만을 가슴 졸이면서 봐야 합니다.

그렇게 매 경기를 보고 환호하고 서글퍼하고를 반복합니다. 또 한 시즌을 보내고, 또 다른 시즌을 맞이할 때까지. 그리고 농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내 팀을 계속 지지하는 한.

그것이 우리가 농구를 좋아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요?

<사진=안양 KT&G 카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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