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LG 트윈스가 달라진 경기력으로 잠자던 팬들을 깨웠다.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 웨스턴리그 전 포지션을 싹쓸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싹쓸이에 성공한 롯데는 이스턴리그서 가장 많은 6명이 포지션 별 베스트로 선정됐지만 '올킬'은 없었다. 1년 만에 양 팀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포항구장서 열리는 별들의 축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출전할 포지션별 최고 인기 선수 22명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웨스턴리그에 속한 LG는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전 포지션을 싹쓸이한 두번째 팀이 됐다.
유효투표수의 절반 이상(53%)인 117만 4593표를 획득, 최다 득표자로 우뚝 선 봉중근과 래다메스 리즈(선발투수) 현재윤(포수) 김용의(1루수) 손주인(2루수) 정성훈(3루수) 오지환(유격수) '캡틴' 이병규, 박용택, 정의윤(이상 외야수) 이진영(지명타자) 모두 LG 선수들이다. 이 가운데 100만 표 이상 획득한 선수가 5명(봉중근, 현재윤, 정성훈, 이병규, 박용택)에 달한다. 이전까지도 최소 1명씩은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린 LG지만 전 포지션 싹쓸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웨스턴리그 접수' 잠자던 LG 팬들 깨어났다
LG는 말 그대로 '야구만 잘하면 되는 팀'이었다.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하고, 서울 연고 구단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2002년 이후 10년간 가을야구에 실패하면서 팬들의 마음도 잠시 떠난 듯했다. 꾸준히 경기장을 찾은 열성 팬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꽤 있었다. 최근 들어 LG는 '잠재된 팬이 많은 구단'으로 손꼽혔다. 그리고 올해 LG가 6월 21경기에서 16승 5패를 기록하는 등 선전을 거듭하자 너도나도 경기장을 찾았고,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이번 올스타전 싹쓸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LG는 2011년 인기투표에서 KIA와 함께 가장 많은 4명의 올스타를 배출했다. 하지만 구원투수 부문까지 신설된 올해 압도적인 표차로 '베스트11'을 싹쓸이했다. 20만표 이하의 차이를 보인 포지션은 1루수 부문(김용의 88만 4632표, 넥센 박병호 68만 6118표, 19만 8514표 차) 뿐이다. 그만큼 많은 팬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했다.
선수들의 참가 의지도 강했다. 최다득표자인 봉중근은 지난 2일 "팬들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뜻깊다"고 했고, 손주인은 "평생 올까말까한 기회인데 솔직히 (올스타전) 가고 싶다. 많이 뽑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팬들은 더욱 분주히 움직였고, 역대 2번째로 전 포지션 싹쓸이라는 결과를 안겨줬다. 특히 손주인을 비롯해 리즈, 현재윤, 김용의, 정의윤은 데뷔 처음으로 베스트 선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롯데의 전 포지션 싹쓸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다. 팬 투표 기준으로 2007~2010년까지 4년 연속 최다 올스타 배출 구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는 지난 2003년(4명) 이후로 최다 올스타 배출이 한 차례(2011년)뿐이었다. 그마저도 KIA와 함께였다. 그래서 이번 전 포지션 싹쓸이가 의미가 크다. 39승 31패(승률 .557), 리그 3위로 선전하자 잠자던 팬들이 깨어났다.
'평균관중 감소' 롯데, 2년 연속 독식은 없었다
여전히 가장 많은 포지션별 최다 득표자를 배출했지만 2년 연속 독식은 쉽지 않았다. 롯데는 이번 올스타전 투표에서 송승준(선발투수) 강민호(포수) 신본기(유격수) 전준우, 손아섭(이상 외야수) 김대우(지명타자)까지 총 6명의 부문별 최다득표자를 배출했다.
올 시즌 홈구장(사직구장) 만원 사례가 단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관중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롯데로선 나름 선방했다고 봐야 한다. 강민호는 7년 연속, 송승준은 4년 연속 포수와 선발투수 부문 최다 득표자로 선정됐다. 확실한 인기 스타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신본기와 김대우는 생애 첫 올스타 출전의 영예를 안았다. 외야수 부문 이승화(68만 5231표)는 두산 김현수(68만 7996표)에 단 2765표 차로 밀려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1루수 부문 박종윤(67만 7889표)은 이승엽(96만 31표)과 28만 2142표 차이를 보였다. 2루수 부문 정훈(72만 3496표)과 정근우(84만 9674표)의 격차는 12만 6178표였다. 구원투수 부문 김성배(68만 7922표)와 오승환(113만 5011표), 황재균(66만 2776표)과 최정(103만 5449)은 각각 35만 표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일방적인 쏠림 현상은 없었다. 이승화를 제외하면 확실히 밀렸다.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부분이다.
롯데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나 부문별 최다 득표자를 배출했다. 지난해에는 전 포지션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올해는 임팩트가 다소 약하다. '올스타전=롯데 잔치'라는 공식도 무색케 했다. 많은 이들은 "올해도 롯데 선수들이 올스타전 전 포지션을 독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한 야구인은 "롯데는 부산 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 팬들도 많았는데 NC가 창단하면서 많이 옮겨간 영향이 있다"며 "롯데 선수들도 좋지만 좀 더 다양한 선수들을 보기 원하는 타구단 팬들의 심리도 적잖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스타전 배출 인원은 중요치 않다
올스타전에 나서는 선수가 몇 명인지는 중요치 않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올스타 다운 경기력으로 어필하면 그만이다. 지난해 본 경기에서 롯데의 이스턴리그는 웨스턴리그에 5-2로 승리했다. 당시 선발 쉐인 유먼은 2이닝 2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팀이 기록한 10안타 가운데 8안타를 롯데 선수들이 쳤다. 김주찬(현 KIA), 손아섭, 강민호, 전준우가 한 개씩, 박종윤과 황재균이 나란히 2개씩 쳤다. 5득점도 모두 롯데 타자들이 뽑아냈다. 솔로포를 터트린 전준우와 강민호, 박종윤이 각각 1타점씩 올렸고, 황재균은 결승타로 2타점을 올려 MVP에 선정됐다. 올스타전의 올바른 예다.
문제는 계속해서 한 팀의 독식이 나온다면 '올스타전'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특정 팀 선수들로만 라인업이 꾸려진다면 타 구단 팬들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당연지사. 지난해에도 이에 대한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투표 방식이 바뀌었다. 지난 2011년까지는 경기장에서 현장 투표도 함께 실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만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포지션 싹쓸이가 나왔다. 같은 방법으로 투표를 실시한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다양한 선수들이 한데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방법을 물색할 필요가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LG와 롯데 ⓒ 엑스포츠뉴스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