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의 일명 '물벼락 세리머니'에 대한 논란이 식을 줄 모른다. 경기 외적인 이슈임에도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경기 후인 지난 26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도 임찬규와 정인영 KBSN 아나운서의 이름이 각종 포털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상황은 이랬다. 임찬규는 26일 잠실구장서 열린 SK 와이번스전(1-0 승리) 직후 수훈선수 인터뷰 중이던 정의윤을 향해 물을 뿌렸다. 그러나 물은 정의윤이 아닌 그의 옆에 서있던 정 아나운서를 향했다. 오히려 정 아나운서가 정의윤보다 많은 양의 물을 뒤집어썼다. 이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임찬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다음날(27일) LG 구단과 임찬규가 정 아나운서와 KBSN 방송사 측에 "죄송하다.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동료들과 함께 끝내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던 임찬규는 뜻하지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물론 임찬규의 잘못도 있다. 물을 옆으로 뿌렸다는 점이다. 조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의윤의 머리 위에서 아래로 뿌렸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좋은 예가 불과 8일 전인 지난 20일 KIA전서 데뷔 첫 승을 따낸 류제국이다. 당시 류제국은 '캡틴' 이병규에게 물벼락을 맞았다. 류제국 외에 다른 '피해자(?)'는 없었다. 이병규가 류제국의 머리 위에서 물을 뿌렸기 때문이다. 아나운서 없이 중계진과 인터뷰를 하던 류제국만 물을 맞았다. 또한 대형 생수통의 구멍이 작았기에 물이 크게 튈 일도 없었다.
문제는 다음날인 27일 KBSN 스포츠 김성태 PD가 자신의 SNS 트위터에 "야구선수들 인성교육이 진짜 필요하다. 축하는 당신들끼리 하던지, 너네 야구 하는데 누가 방해하면 기분 좋으냐"며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문제는 당사자인 임찬규 한 명이 아닌 야구선수 전체를 비난하는 뉘앙스가 짙었다는 것.
그러자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단단히 뿔이 났다. 선수협은 27일 '선수들의 과도한 세리머니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26일 사건에 대해 정 아나운서와 KBSN 방송사 측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앞으로 예기치 않은 피해가 갈 수 있는 세리머니를 비롯, 야구팬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겠다"면서도 "해당 선수에 대한 인신공격과 인격적 모독, 전체 야구선수들과 야구인을 매도하고 무시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야구선수들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한 야구인도 "(임찬규의) 세리머니가 지나치긴 했다. 그런데 이 일로 야구선수 전체에 대해 인성교육 운운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같은날 KBSN 스포츠 편성제작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물벼락 세리머니는 선수와 아나운서의 감전위험으로 인한 안전 문제, 방송사고 위험 등의 문제가 있어 중단해줄 것을 KBO와 LG에 수차례 요구해왔다"며 "승리해야만 하는 인터뷰이기에 더욱 볼 기회가 적었던 LG 팬들께 죄송하지만, 그나마도 KBSN에서는 더 이상 경기 후 LG 선수 인터뷰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나운서와 선수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라며 인터뷰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개인 SNS를 통해 아쉬움을 내비친 것이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셈이 됐다. LG 팬들과 구단 입장에서도 기분 좋을 리 없는 표현이다.
애꿎은 물벼락을 맞은 정 아나운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려다 야구팬들의 질타를 받은 임찬규, 이날 중계를 맡은 KBSN 방송사 측, 야구 팬들 모두 피해자다. 쉽게 해결될 수 있던 일이 상상 이상으로 커지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제3자의 개입이 오히려 논란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까지 확대될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임찬규, 정인영 아나운서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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