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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퍼펙트게임, 실력일까 운일까

기사입력 2013.05.03 12:32 / 기사수정 2013.05.03 20:33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로스엔젤레스(미국) 문상열 칼럼니스트]오는 6일(한국시간) LA 다저스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 처음 등판한다. 항상 매진(수용인원 41,915명이 탄력적이다)이 되는 곳에서 라이벌 다저스만 오면 'Beat LA!'를 외치는 극성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경험할 것이다. 다른 구장과는 색다른 경험이다. 그동안 원정 3경기 등판 때 매진이 된 적은 없었다. 애리조나 체이스필드, 볼티모어 캠든야드, 뉴욕 시티필드등은 낮경기로 이뤄져 관중이 많지 않았다. ESPN의 선데이나잇 베이스볼로 전국중계가 되지만 숙적 다저스와의 게임이기 때문에 매진이 된다.

이번에 류현진과 맞붙을 상대는 우완 맷 케인이다. 팀의 에이스다. 류현진이 데뷔전 때는 제2선발로 시작해 좌완 매디슨 범가너(3승 1.55)와 대결했다. 다저스는 제5선발에 부상자가 속출해 휴식일을 겸한 이동일이 끼어 있으면 4인로테이션을 했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케인-범가너-팀 린시컴-배리 지토-라이언 보겔송의 5인 로테이션이 워낙 확고해 5선발을 빼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류현진과 케인이 맞붙게 되는 것이다.

케인은 지난해 6월13일 홈에서 약체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10-0 퍼펙트게임을 수립했다. 대부분의 퍼펙트게임이 그렇지만 이날도 외야수 그레고 블랑코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대기록이 성사될 수 없었다. 블랑코의 호수비는 이른바 ‘게임 체인지 플레이’였다. 케인은 휴스턴전에서 124개의 투구로 삼진 14개를 낚는 파워피칭으로 22번째 퍼펙트게임 수립의 주인공이 됐다. 삼진 14개는 23차례(1900년대 모던시대 이후에는 21회)의 퍼펙트게임 가운데 최다 탈삼진이다. 종전 최다 삼진은 2004년 5월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작성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좌완 랜디 존슨의 13개였다.

케인은 지난해 16승5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하며 린시컴을 제치고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2패 평균자책점 6.49로 불펜투수를 포함해 팀내에서 가장 나쁘다. 시즌 초반이라 브루스 보치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해와 같은 코너워크 피칭이 안되고 볼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장타(9개 홈런)을 많이 허용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과 맞대결할 때 이런 피칭이 계속 이어질지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되찾을지가 승패의 열쇠다. 케인은 2012년 시작될 4월에 5년 1억1250만달러의 장기계약을 맺었다.



흔히 노히트노런의 경우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의 비중을 크게 둔다. 흔히 말하는 ‘운칠기삼’이다. 그러나 퍼펙트게임은 분명 운이 작용하지만 기량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노히트노런은 볼넷이 포함되지만 퍼펙트게임은 27차례의 상대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해야하는 터라 무결점 투구여야 한다.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퍼펙트게임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강속구의 대명사 놀란 라이언은 통산 7차례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절대 깨질 수 없는 대기록이다. 라이언은 1안타 게임도 메이저리그 최다 타이인 12경기를 작성했고, 2안타도 18차례나 일궈낸 전설의 투수다. 등판하면 노히트노런이 예상되는 투수였다. 하지만 퍼펙트게임은 한차례도 일궈내지 못했다. 이유는 제구력 때문이었다. 라이언은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5,714개의 삼진을 낚았지만 볼넷 역시 역대 최다인 2,795개를 허용했다. 좌완 샌디 쿠팩스는 라이언 다음으로 많은 4차례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이 가운데 퍼펙트게임(1965년 9월9일 시카고 컵스 상대 1-0)이 있다. 쿠팩스는 라이언보다 제구력이 좋았기 때문에 퍼펙트게임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퍼펙트게임은 3차례나 작성됐다. 역대 한 시즌 최다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퍼펙트게임이 이렇게 자주 나오는데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135년 역사에 단 23명만이 작성했다는 것만으로도 대기록임에는 틀림없다. 퍼펙트게임을 푸대접한데는 한 시즌에 3차례씩이나 나오는 대기록으로서의 가치저하도 그렇지만 작성자들의 면면에서도 이 지적이 나올 만했다. 즉 실력보다는 당일 경기의 운이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2010년 이후 5차례 퍼펙트게임이 수립됐다. 작성자는 오클랜드 에이스 댈러스 브래든, 필라델피아 필리스 로이 할러데이, 시카고 화이트삭스 필립 험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맷 케인, 시애틀 매리너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등 5명이다. 이 가운데 할러데이, 케인, 에르난데스는 팀의 에이스로서 실력을 겸비한 특급투수들이다. 그러나 브래든과 험버는 여지껏 통산 50승도 거두지 못한 5선발급 투수들이다. 브래든은 두차례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 아직 현역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5년 동안 26승36패 평균자책점 4.16을 마크하고 있다. 퍼펙트게임을 수립한 2010년 11승14패가 유일한 두자릿수 승수다.

명문 라이스 대학 출신의 험버는 2011년 9승이 최고다. 2004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때는 1라운드 3번으로 뉴욕 메츠에 지명될 정도로 유망주였으나 부상으로 기대에 미흡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오클랜드 에이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방출돼 올해는 메이저리그 최약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몸담고 있다. 퍼펙트게임을 수립한 투수가 오프시즌 방출된 경우는 드물다.

사실 역대 퍼펙트게임 수립자들은 족보 자체가 쟁쟁하다. 23명 가운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만 사이 영, 에디 조시, 짐 버닝, 샌디 쿠팩스, 캐트피시 헌터등 5명이다. 명예의 전당 후보인 랜디 존슨은 300승 이상을 거둔 대투수다. 역대 사이영상 수상자들도 쿠팩스를 비롯해 존슨, 할러데이, 데이비드 콘등 화려하다. 200승 이상을 작성한 투수 가운데 퍼펙트게임 수립 투수로는 데니스 마르티네스, 케니 로저스, 데이비드 웰스등이 있다. 이런 쟁쟁한 퍼펙트게임 작성자 가운데 브래든과 험버는 ‘별종’인 것이다. 브래든, 험버과 같은 계열의 투수가 또 있다. 찰리 로버트슨과 렌 바커가 있다. 둘은 험버처럼 저니맨이었다.

1922년 4월30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대기록을 작성한 로버트슨(당시 시카고화이트삭스)은 통산 49승80패 평균자책점 4.44를 남기고 은퇴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1981년 5월15일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3-0으로 퍼펙트게임 처리한 렌 바커도 통산 74승76패 4.34를 마크하고 현역에서 퇴장했다. 퍼펙트게임 수립자라고 모두가 대투수는 아니다.

문상열 스포츠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류현진과 맷 케인 ⓒ 게티이미지 코리아]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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