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김덕중 기자]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한국축구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한 '불운한 천재' 윤정환 감독이 주인공이다.
J리그 사간도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윤정환 감독은 취임 후 1년 만에 팀을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J1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은 일. 사간 도스는 지난 시즌 J리그 개막 전 가장 유력한 강등후보로 꼽혔다. 결과적으로 이 예상은 보기좋게 깨졌다. 윤정환 감독과 사간도스는 놀랍게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J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게 석패하며 5위를 기록했지만 윤정환 감독과 사간 도스가 연출한 '자이언츠 킬링'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궜다.
일본에서 치열했던 한 시즌을 마친 윤정환 감독, 그러나 그의 시선은 여전히 한국을 향해 있었다. 일본에서 거둔 성공도 결국 언젠가는 금의환향의 시기를 위한 준비라는 얘기다. 지난 29일 일본 사가현 베스트 어메니티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윤정환 감독은 "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를 꿈꾼다. 지도자라면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 사령탑일 것”이라며 “이 곳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낸다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언급한 성과는 J리그 우승이다. 2년 전에 그가 이렇게 말했다면 모든 이가 비웃었을 것이다. 사간도스는 인구 7만871명이 머무는 소도시 도스가 연고지인 만년 2부리그 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성과가 그야말로 눈부시다. 사간도스를 맡은 첫해인 2011년 J2리그에서만 13년째 머물던 팀의 첫 J리그 승격을 이뤄냈고, 이듬해엔 강등 1순위인 팀의 돌풍을 일으켰다.
일본 언론은 그를 ‘귀신’으로 불렀다. 자연스레 팬들의 기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윤 감독을 만나는 팬들의 입에서 “올해는 꼭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야 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구단에서 든든한 지지를 약속했다. 클럽하우스를 짓고 있고 올해 여름엔 전용 연습장까지 생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윤 감독의 어깨도 무겁다. 지난해 일본에서 보기 드문 수비 중심의 콤팩트 축구로 선전을 거뒀다면 올해는 또 다른 축구로 다른 팀들의 견제에 맞서야 한다. 그 해답은 자신이 현역 시절 보여주던 오밀조밀한 패스 축구에서 찾겠다고 했다.
그는 “축구의 질을 끊임없이 올리는 것이 해답”이라면서 “일단 콤팩트 축구를 90분 내내 보여주면서 꾸준히 준비해 작년보다 더욱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 그러면 J리그 잔류는 물론 올해보다 높은 순위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자극제도 있다. 선수 시절부터 절친했던 최용수 서울 감독의 K리그 우승이다. 윤 감독은 “(최)용수가 겉으로는 아닌 척 했지만 우승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더라”면서 “우리 팀도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면 만났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감독의 목표는 진행형이다. 올해 실패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다음 시즌에 이뤄낸다면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최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한국 팀들의 선전이 반갑다. 일본 팀들도 이 부분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혹시 내년에 우리 팀이 아시아 무대에서 나설 수 있다면 이 흐름에 다소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사간도스 팬들 ⓒ 사간도스 홈페이지 캡처]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