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김)세영 언니가 은퇴를 하면서 190cm가 넘는 선수가 저 밖에 안 남았어요. (김)연경 언니 빼면 제가 제일 큰 것 같아요.(웃음)"
190cm가 넘는 양효진(23, 현대건설)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2007~2008 시즌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한 그는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의 유니폼을 입었다. 양효진에 앞서 지명을 받은 선수는 배유나(23, 1순위), 이연주(22, 2순위), 하준임(23, 3순위)이 있었다.
양효진은 비록 4번째 지명을 받았지만 당시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한 선수들 중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 최고의 센터로 성장한 그는 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대들보가 됐다.
현재 블로킹에서 그를 따라올 국내 선수는 찾기 힘들다. 지난 시즌 블로킹 1위에 오른 그는 올 시즌도 현재(31일 기준) 세트당 1.063개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양효진의 진가는 블로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센터 포지션에 있는 그는 국내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현대건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215점을 올리면서 득점 순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속공 순위도 김희진(21, IBK기업은행)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들의 강세 속에서 양효진은 '토종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아직 블로킹 감각이 최고조로 올라온 것 같지 않아요. 또한 지난 시즌과 비교해 이기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어요.(웃음) 다른 팀들의 전력이 올라온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것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제가 할 일을 아직 못하는 것 같아요."
양효진의 임무 중 하나는 상대팀 '주포'들을 봉쇄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외국인 선수들의 높이가 좋아졌다. 또한 국내 리그 경험이 있는 알레시아 리귤릭(25, IBK기업은행)은 더욱 노련해졌다.
"알레시아는 워낙 타점과 힘이 좋은 선수였는데 올 시즌에는 경기를 하는 요령까지 생겼어요. 지난 시즌보다 더욱 영리하게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띠도 일본 리그를 경험해서 그런지 기교가 좋아진 것 같아요. 앞으로 공격보다 블로킹에 많이 신경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한국여자배구의 가운데를 지켜온 김세영(31, 전인삼공사)이 코트를 떠났다. 190cm의 장신 센터인 김세영이 떠난 뒤 양효진은 국내 V리그 토종 선수들 중 '최장신'선수가 됐다. 양효진보다 신장이 큰 선수는 김연경(24, 터키 페네르바체, 192cm)이 있지만 그는 터키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가끔 키가 큰 후배들이 없나 찾아볼 때가 있어요.(웃음) 대표팀에서도 서로의 키를 확인 할 수 있었는데 저보다 큰 선수는 (김)연경 언니 밖에 없었습니다.(웃음)"
올림픽 메달 기회, 다시 찾아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
기억 속에서 지우려고 해도 평생 가슴에 남을 경기가 있다. 바로 지난 8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이다. '숙적' 일본과 물러설 수 없는 경기를 펼쳤지만 끝내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마지막 세트가 된 3세트. 일본이 20점 고지를 넘어서자 양효진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두 번 다시 오기 힘들 올림픽 메달이 자꾸 멀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올림픽 4강에 오르기까지 온몸을 내던졌던 김연경의 투혼이 눈물겨웠다.
"연경 언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올림픽 메달을 위해 몸을 내던졌어요. 완전히 올림픽에 올인했죠.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끝까지 소리를 지르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제가 미안해졌어요. 제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그렇게 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죠."
메달의 꿈이 사라졌던 날은 밤잠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의 우정이 워낙 끈끈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배구를 시작하면서 최고의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양효진은 "배구를 시작한 뒤 런던올림픽에서 가장 재미있게 경기를 했다. 브라질과 이탈리아를 이길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 20대 초반인 양효진은 차기 올림픽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다시 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그 때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요. 만약 그 때도 이번처럼 놓친다면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아요.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우승을 하는 것이 목표이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홈 팬들 앞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습니다."
[사진 = 양효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