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이 남자가 등장하니 주위가 저절로 환해졌다.
최근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아랑사또전'에서 기억실조증 처녀귀신 아랑(신민아 분)을 쫓는 저승사자 4인방 중 '석' 역을 맡은 신인배우 원석(본명 송원석)의 이야기다.
방송을 탄 뒤 주인공 은오 사또(이준기) 못지 않게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원석은 '아랑사또전'으로 생애 첫 드라마 신고식을 치룬 그야말로 '생' 신인이다. 잠깐의 등장에도 개성 있는 마스크와 8등신 몸매,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포털사이트에 '원석'을 검색하면 '저승사자 F4'라는 연관검색어가 뜰 정도니 말 다했다.
원석은 스스로를 '저승사자에 어울리는 외모'라 칭하며 웃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극중 하얀 분장 탓에 얼굴을 자세히 드러내지 못했다. 잘생긴 외모를 내세우고 싶을 만도 할텐데 저승사자 분장으로 가려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아쉽죠. 매우 아쉬워요. 처음에는 분장하기 싫어서 일부러 안 하기도 했는걸요. 그런데 저승사자도 저승사자 나름대로 멋있는 캐릭터더라고요. 나중에는 직접 분장도 덧칠하고 입술도 더 까맣게 해달라고 주문했을 정도에요."
원석은 이번 배역을 위해 저승사자 무영으로 분한 한정수와 한 달 반가량 액션스쿨에 다니기도 했다. 평소 연기학원에 다니며 대사처리와 표정 연기 등을 착실하게 연습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연기를 배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재밌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뭐든지 재밌게 연기하고 있다는 그는 1시간 내내 이어지는 인터뷰에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시종 밝은 모습으로 임했다.
배우로서는 신인에 불과한 원석, 그러나 알고 보면 런웨이 경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모델 출신이다. 그간 서울컬렉션 정두영, 이주영, 김석원, 신재희, 박성철 패션쇼 모델로 활약했으며 닥터유, 아우디, 그루폰, KBD 금융그룹 등 광고 모델로도 얼굴을 알렸다. 게다가 1988년생인 그는 우리 나이로 스물다섯 살이지만 벌써 군대까지 다녀온 '준비된' 신인이다.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모델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배우를 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다 군대도 다녀왔어요. 배우 생활 하는데 있어서 군대 문제는 끌면 끌수록 안 좋을 것 같아서 지원해서 다녀왔어요. 지금은 걸릴게 없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요."
모델로 인기를 누리다가 신인 배우로 전환할 때의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내 진지한 모습으로 바뀐 원석은 "모델이라는 생각을 버렸죠. 저는 신인 연기자에요. 물론 모델 활동 때 칭찬만 받다 신인배우로 다시 시작하려니 적응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각오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부딪혀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단호히 말했다.
원석은 '아랑사또전'으로 안방극장에 데뷔하기 전 영화 '댄싱퀸'에서 불량학생 역할로 연기에 처음 발을 들였다. 아직도 그때의 설렘을 간직한 듯 눈빛을 반짝이는 그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를 때여서 떨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극장가서 5번이나 봤을 정도로 좋았죠.(웃음) 연예계 활동을 반대하던 가족들도 뿌듯해하더라고요"며 웃었다.
짧은 분량이지만 함께 출연한 배우 황정민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털어놓았다. "'댄싱퀸' 촬영하면서 황정민 선배님이 저를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소개 해줬어요. 굉장히 친절하고 연기에서도 자기만의 가치관이 뚜렷한 모습에 완전히 반했어요."(웃음)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말투로 인터뷰에 임하는 원석에게서 신인배우의 당찬 패기를 엿볼 수 있었다.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배우로서 내 장점은 목소리 톤과 몸매 비율, 자신감이다.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며 당차게 말했다.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기자에게까지 전달되는 듯 했다.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차승원 선배님처럼 차갑고 스마트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저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웃음) 어떤 캐릭터든 뚜렷한 연기를 보여주는 차승원 선배님처럼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인터뷰 도중 갓 연예계에 데뷔한 그가 앞으로 대중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로부터 잘생겼다는 칭찬보다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말이 되돌아왔다. "잘생겼다, 멋있다는 말보다 매력 있다,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라고 당차게 말하는 그를 보니 외적인 부분에만 연연해하는 요즘 배우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예계에는 다방면에 끼를 갖춘 신인 배우들이 범람하고 있다. 하나의 작품으로 스타가 되는 신인들도 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채 소리 없이 묻히는 신인도 존재한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원석은 확실히 전자에 가까워 보였다. 모델 때부터 쌓아온 내공으로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원석. 머지않아 자신의 롤모델로 꼽은 차승원 못지 않은 연기파 배우가 될 거란 확신이 생겼다.
"한 번에 큰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내고 싶어요. 단역에서 조연,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으면 해요. 차도남 역할도 하고 싶고 망가지는 연기도 도전하고 싶어요. '추적자'의 손현주 선배님처럼 생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도록 열심히 노력해야죠. 팔색조 같은 배우, 그게 제 목표이자 꿈이에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원석 ⓒ 핑크스푼 제공]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