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남은 터키와 중국전에서도 온 힘을 다해 반드시 8강에 진출하겠습니다."
김형실 한국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의 목소리는 다소 들 떠 있었지만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은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B조 조별예선전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을 3-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세르비아와 브라질을 연파한 한국은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강호인 터키와 중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실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속한 B조는 절대강자와 약자가 없다. 나는 특정한 강팀은 미리 포하고 들어가면 오히려 다른 팀에게 잡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수들과 미팅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전했더니 주장인 (김)사니도 나와 똑같은 의견을 냈다. 결국 미국과 브라질 전도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한국이 속한 B조는 배구 강국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현 세계랭킹 1위인 미국과 '디펜딩 챔피언'인 브라질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다. 이 두 팀과의 경기는 포기하고 세르비아와 터키, 그리고 중국전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김형실 감독과 선수들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비록 미국에게는 1-3으로 패했지만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또한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3-0으로 이기는 이변을 연출했다.
김 감독은 "올림픽 예선전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마인드가 모두 바뀌었다. '저 팀은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모두 해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밝혔다.
올림픽 예선전부터 한국은 이기는 경기에 익숙해졌다. '숙적' 일본에 당한 22연패의 사슬을 끊었고 올림픽예선전 2위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올림픽을 위해 그랑프리 대회에서 무리하지 않았던 점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 부분에 대해 김 감독은 "(김)연경이는 무조건 올림픽을 대비해 휴식을 줄 생각이었다. 그랑프리 대회를 할 때 많은 일본 팬들은 연경이를 보고 싶어했다. 경기에 잠깐 뛰게 해 줄수 없냐는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깨 부상 중인 주전 세터 김사니(31, 흥국생명)도 그랑프리 대회 기간 동안은 재활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올림픽을 대비해 철저하게 선수 관리에 들어갔고 모두 좋은 몸 상태로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주포' 김연경(24)의 몸 상태다. 매 경기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김연경의 컨디션이 한국의 전력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연경이에게 자주 몸이 괜찮으냐고 물어본다. 브라질과의 경기를 마친 이후에도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연경이는 물론 나머지 선수들도 큰 부상이 없는 상태다"고 밝혔다.
'김형실호'의 최종 목표는 '36년 간의 노메달 사슬'을 끊는 것이다. 일본에 당한 지긋지긋한 22연패의 사슬을 끊었듯이 36년 동안 올림픽에서 메달이 없었던 사슬을 끊겠다는 것이 김형실호의 의지다.
남은 경기의 각오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들이 사슬을 끊는 도사들이 되어가고 있다. 터키와 중국은 우리보다 전력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 팀들이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반드시 메달 획득의 꿈을 이루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승1패를 기록 중인 한국은 3일 저녁(한국시간) 터키와 조별예선전 4차전을 치른다.
[사진 = 김연경, 한국여자배구대표팀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