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도쿄 서영원 기자] 입춘이 지났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추위가 기세를 부리고 있다. 스포츠팬들에게는 흥미도 없고 심심한 시기임이 분명하다. 실내경기를 제외하곤 사실상 운동을 하기도, 응원하러 가기도 마땅치 않은 요즘 따뜻한 전기장판에 커피 한잔 하며 스포츠를 주제로 한 만화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오래 전부터 스포츠 만화는 낯선 대상이 아니다. 굳이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도 뛰어난 몰입도를 보여주는 '슬램덩크(농구)'부터 '슈팅', '판타지스타(축구)', 터치(야구)등은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다. 스포츠 시즌의 개막을 기다리면서 새롭고 신선한 만화 작품을 소개한다.
자이언트 킬링(Giant Killing) ‘감독의 눈으로 축구를 보다’
-작가: 츠나모토 마사야
-종목: 축구
2009년 만화를 시작으로 2010년 NHK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영된 화제의 인기작이다. 자이언트 킬링이란 약자가 강자를 쓰러뜨리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J리그 하위권을 멤도는 East Tokyo United FC(이하 ETU)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젊은 감독 타츠미의 도전기를 그린 만화다.
주인공 타츠미는 ETU의 선수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은퇴한 뒤 잉글랜드 프로축구 하부리그 감독을 맡으며 FA컵에서 승승장구, 친정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타츠미는 현역시절 ETU를 정상권으로 이끌던 선수다. 유럽으로 떠난 이후 서포터와 팀 동료들에게 곱지않은 시선을 받는다.
이 만화를 주목해야하는 점은 여기에 있다. 첫째, 서포터(팬의 입장)가 부각된다. 둘째, 리오넬 메시와 같은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판타지 없이 심리전, 전술전으로 약팀이 강팀을 이긴다. 특히 감독의 시선으로 마치 축구게임 '풋볼매니저'를 하는 느낌의 이 만화는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필독서가 될 만한 지침서다.
만화를 보면 팀이란 어떻게 융화 되어야 하는지, 감독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지, 서포터 그리고 프런트는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이 드러난다.
※ ETU의 실제 배경은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다. 만화 속 홈구장은 오미야의 NACK5스타디움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현재 아디다스와 계약 하에 만화 속 유니폼과 트레이닝 져지가 판매되고 있으며 일본 최대 축구샵인 ‘카모샵’에서 판매순위 1위에 올라있다. 만화는 발매년도인 2009-2010년 동안 185만부가 판매됐다. 총 26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에는 출판사 사정으로 22권까지만 발행된 상태다. 애니메이션은 완결된 상태다.
카페타 ‘F-1드라이버는 어떻게 되는가’
-작가: 소다 마사히토
-종목: 포뮬러원(F-1)
2005년 시작된 만화는 스토리가 진행 중이며 애니메이션은 2009년 완결됐다. 일본인 F-1 드라이버들의 등장과 함께 애니메이션 제작 후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기존의 대표적 레이싱 애니메이션인 '이니셜D' 혹은 '신세기 사이버포뮬러'와는 달리 기교적인 부분과 공상적인 부분은 철저히 배제됐다.
정신적, 기술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작품으로서 어찌 보면 지나치게 일본스러운 만화일 수도 있다. F-1 관련자들이 현실적이라고 극찬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별 볼 것이 없는 소년이며 그의 라이벌은 모든 것을 갖춘 천재 드라이버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스포츠에서 멘탈적 요소의 중요성, F-1 룰의 빠른 이해, 스토리의 진한 여운 등이 인기의 기폭제가 됐다. 전반적으로 레이스라는 주제답게 진행이 빠르다. 몰입도도 뛰어나 어느 틈에 열독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주인공 타이라 캇페이타의 미니 카트부터 F-3, F-2000 등 단계별로 F-1드라이버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애니메이션은 F-3 단계에서 완결됐다.
※ 작가인 소다 마사히토는 현역 F-1 드라이버인 카무이 코바야시(자우버)를 배경으로 만화를 시작했으며 카무이가 F-1 드라이버가 되기 이전부터 지켜보며 스토리 구상을 했었다고 한다. 작가는 카트, F-3, F-2000, F-1 순으로 제작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소다 마사히토는 매시즌 F-1 일본 그랑프리가 열릴 시기에 초청 게스트로 많은 스케쥴을 소화한다.
다이아몬드의 에이스 ‘그냥 야구 이야기’
-작가: 테라지마 유지
-종목: 야구
'다이아몬드의 에이스'는 그냥 야구 이야기다. 순수한 야구 이야기여서 현실적이고 스포츠답다. 같은 종목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야구부 매니저와의 사랑, 괴물투수 주인공, 괴물타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작가인 테라지마 유지는 학생시절 투수와 1루수, 외야수를 경험했고 지역 전일본고교야구선수권(코시엔) 진출전 4강까지 겪으며 아마추어 야구의 열정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팀을 이끌던 주인공 사와무라 에이준은 한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한 일개 중학교 팀의 주장이다. 우연찮은 기회로 고교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 명문고에 진학하게 된 주인공은 선배, 감독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생각하고 휘두르고 던지는 야구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로맨스가 없어서 아쉬울 법도 하지만 열혈 스포츠팬이나 몰입도 높은 작품을 선호하는 만화 팬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작품이다. 스토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캐릭터들의 속마음이 드러나고 방향이 잡히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다. 다이아몬드의 뜻에서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내야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인지 아니면 원석에서 다이아몬드가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인지의 판단은 순전히 독자들에게 달렸다.
※ 테라야마 유지 일본 고교야구 연맹과 인터뷰 中에서...
“야구부원이 90명이 있는 고교를 방문했다. 문득 궁금했다. 주전인 선수가 있고, 아닌 선수가 있고, 신입생, 2학년, 3학년 모두 무슨 생각을 하며 야구를 하고 한 팀이 되는지가 궁금했다. 이들은 어떤 동기부여를 가지고 운동을 할까. 그것을 그리고 싶다.”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