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25 07:29 / 기사수정 2007.10.25 07:29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너무나 아쉬운 패배였다.
성남 일화가 사이타마에서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우라와 레즈와 2-2 무승부를 거두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5-3 아쉬운 승부차기패를 기록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행에 실패했다.
성남은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2-2로 비기며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했고, 전반 21분 워싱턴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후반전 최성국과 김동현이 모두 이따마르의 도움을 받으며 두 골을 넣어 극적인 역전승을 이루는 듯했던 성남은 후반 28분 하세베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결국 연장전까지 갔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양 팀은 승부차기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승부를 벌였으나,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우라와가 다섯 개의 승부차기를 모두 성공시키며 최성국이 실축한 성남을 격파했다. 이로서 우라와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세파한과 알 와다의 승자와 맞붙게 되었다.
전반전 : 워싱턴의 한 방, 어려워진 성남
역시 홈에서의 우라와 레즈는 강했다. 우라와는 6만여 홈팬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성남을 강하게 압박했다. 빠른 템포의 패스로 성남의 막강 중원을 공략한 우라와는 다나카와 워싱턴을 앞세워 성남의 골문을 위협했다. 다나카의 빠른 돌파를 막다 한 박자 늦은 태클을 시도한 김상식은 이른 시간 경고를 받았다.
성남은 손대호의 전반 9분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모따가 빠진 성남은 본래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전방의 이따마르는 최성국과 남기일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고립되기 일수였고, 김두현-손대호-김상식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미드필더진' 역시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남의 '2% 부족한 공격'은 반격에 나선 우라와에게 기회를 준 격이 되었다. 전반 21분, 우라와의 간판 스트라이커 워싱턴이 중앙으로부터 롱패스를 이어받은 후 오른쪽 측면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강한 슛을 날렸고, 이것이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김용대 골키퍼가 지키는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간 것. 콧뼈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한 워싱턴의 투혼과 멋진 개인기가 만들어낸 한 골이었다.
빠르게 전세를 정비한 성남은 이따마르와 남기일의 협력 플레이로 좋은 찬스를 맞았지만, 골키퍼가 없는 상황에서 남기일의 슈팅이 빗맞으며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전반 32분, 성남이 역습 찬스에서 얻어낸 이따마르와 골키퍼의 1대1 찬스도 수비수의 호수비에 막히며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처럼 성남은 전반 후반 접어들며 경기 주도권을 다시 잡았지만 계속된 찬스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후반 39분 박진섭 역시 다나카의 진로를 막다 경고를 받으며 성남 수비의 부담감은 더해만 갔다. 성남은 공격에서 이렇다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0-1로 뒤진 상태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 : 거짓말 같은 역전극, 그리고 모든 것은 원점으로
두 골 이상 넣어야 승리할 수 있는 성남은 중앙수비 두 명을 제외한 전원이 공세를 취하며 우라와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후반 초반 실점이 많은 우라와의 약점을 이용, 빠른 시간 내에 동점골을 만들겠다는 계산. 그러나 성남의 공세를 틈타 중앙수비 툴리오가 공격까지 올라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며 성남팬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우라와의 역습에 고전하던 성남은 역으로 역습에 성공하며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후반 11분, 역습 찬스에서 이따마르가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를 제친 후 중앙의 최성국에게 공을 연결했고, 최성국은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다. 성남의 공격 전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던 최성국이 자신에게 찾아온 절호의 찬스를 잘 살린 것.
한 골을 넣고 기세를 탄 성남은 손대호 대신 김동현을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미드필더 대신 공격수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 손대호가 빠지며 우라와가 몇 번의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우라와 공격수에 대한 파악이 끝난 성남 수비수들은 볼의 흐름을 잘 끊어내며 위기를 잘 넘겨냈다.
다나카에게 내준 완벽한 1대1 찬스에서 다나카가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순간, 행운의 미소는 성남을 향하기 시작했다. 후반 24분, 김동현이 이따마르에게 패스를 하며 공간을 내주자 이따마르는 강한 중거리 슈팅을 때렸고, 골키퍼가 쳐낸 공을 김동현이 헤딩으로 다시 넣으며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6만여 우라와 팬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숨막히는 '클럽 한일전'은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후반 28분, 남기일이 조용형과 교체된 직후 우라와가 프리킥 찬스에서 다시 동점을 만든 것이다. 프리킥으로 올라온 공을 아베가 헤딩으로 반대편의 하세베에게 연결했고, 이 공을 하세베가 빠르게 골로 연결한 것. 교체를 하며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에 한 골을 실점한 성남은 한 골을 더 넣어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경기는 양 팀이 치고받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전개되었다.
이따마르와 김동현이 몇 차례 찬스를 잡았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학범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38분, 미드필더 김두현이 공격수 김민호와 교체된 것. 연장전을 생각하지 않고 90분 내에 승부를 내겠다는 과감한 김 감독의 승부수였다. 그러나 두 팀 모두 급격한 체력의 저하 때문에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승부는 연장전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연장전 : 체력이 바닥난 선수들, 승부는 승부차기로‥
후반전 종료 직전부터 양 팀 선수들은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모습이 역력했고, 연장전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이어졌다. 양 팀 모두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며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보여주었지만, 전반과 후반 초반과 같은 빠른 역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우라와가 꾸준하게 공격 찬스를 잡는 가운데 성남에서는 교체 투입된 김민호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정도였다.
연장 전반 주춤했던 성남의 기세는 연장 후반들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동현의 몸싸움과 김민호의 스피드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우라와를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 김동현은 코너킥 찬스에서 최성국의 크로스를 이어받아 헤딩을 시도하였으나 아베에게 밀리며 찬스를 놓쳤고, 김민호는 오른쪽 측면에서 재치있는 돌파로 우라와 수비를 괴롭혔다.
그러나 체력이 고갈된 선수들은 더 이상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클럽 한일전'의 승부는 승부차기까지 가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승부차기 : 6만 서포터 앞에 주저앉은 성남
성남은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에서 승부차기를 맞았다. 우라와가 먼저 승부차기를 찬데다, 골대 역시 우라와 서포터가 있는 쪽을 이용하게 된 것. 우라와는 폰테와 워싱턴이 차례대로 승부차기를 성공했지만, 성남은 두 번째 키커 최성국의 슈팅이 츠즈키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뒤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 키커인 아베와 김동현, 네 번째 키커인 나가이와 박진섭이 모두 골을 성공시킨 상황에서 승부는 다섯 번째 키커의 발에서 결정났다. 히라카와의 슈팅이 김용대의 손을 맞고 들어갔고, 결국 승부차기 4-3으로 우라와가 승리를 거두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것. 성남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며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고, 승부차기를 실축한 최성국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성남은 이번 경기 패배로 일정이 당겨진 11월 4일 K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