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수아 기자)
봉준호 감독이 '미키 17'로 로버트 패틴슨과 마크 러팔로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영화 '미키 17'의 봉준호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는다.
미키는 방사능 실험, 공기중 세균 측정, 신형 치료제 시험 등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온갖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고, 기억과 생체 정보를 저장한 채 죽으면 새로 프린트되는 소모품인 '익스펜더블'이다. 죽음이 직업인 인물.
국내에선 '트와일라잇' 시리즈 속 뱀파이어로 얼굴을 알린 로버트 패틴슨은 착하지만 찌질한 17번, 광기 넘치는 18번 미키로 1인 2역을 소화한다. 특히 '미키 17'의 포스터와 스틸이 공개된 후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을 만나니 로버트 패틴슨을 송강호처럼 찍었다' 등과 같은 의견이 주를 이뤘다.
상상이 되지 않는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모습을 발굴한 봉 감독은 "자꾸 저를 꽃미남 파괴자로 만든다. '마더' 때 원빈도 힘들었다. 못생기게 찍기가 쉽지 않았고 되게 어려웠다"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봉 감독은 "'트와일라잇'을 보면서 '저 청년은 실제로 저렇게 새하얄까?' 생각을 했고 멋진 이미지였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라 본인도 욕심이 많아서 미국 독립영화나 프랑스 영화 등에서 과감하게 연기했다. 결정적으로 '굿타임'에서의 연기가 좋았다. '라이트하우스'랑. 구질구질하고 땀에 절은 캐릭터로 나온다. 특히 '라이트하우스'에서는 엄청난 광기를 폭발시킨다"라고 로버트 패틴슨을 눈여겨 본 계기를 밝혔다.
계속해서 "소심하고 찌질한 17과 광기가 폭발하고 예측 불가한 또라이 18, 1인 2역을 해야 하는데 17은 바로 찍어도 잘할 것 같았다. 부시시하고 손해 볼 것 같은 이미지는 본인 스스로 장착돼 있었고, 카페에 걸어 들어올 때부터 '미키 17'이었다. '라이트하우스'를 보고 18 연기에 마음이 놓였다"며 "역시 행운이었던 것 같다. 다른 배우가 했으면 어땠을까 상상할 여지가 없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극 중 전기뱀장어 관련 대사 등이 애드리브라고 설명한 봉 감독은 "제가 예측하지 못한 즉흥 연기가 나올 때 고마웠다. 저는 나중에 뉘앙스를 알았지만 미국인들은 많이 웃더라. 또 18이 마냥 발광만 하지는 않는다. 처음엔 죽이자고 하는데 뒤로 가면 17을 보호하려는 듯한 변화가 있다. 짧은 생애에 커브가 그려진다. 사실은 로버트 패틴슨이 1인 다역을 표현했다. 쉽지 않은 부분이었을 텐데 잘해준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런가 하면, 마크 러팔로도 '미키 17'을 통해 배우 인생 첫 악역인 독재자 '케네스 마셜'을 연기했다.
제안했던 당시를 떠올린 봉 감독은 "처음에 당황하더라.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어?' 이러더라"며 웃었고 "형님 배우시잖아요. 이런 걸 표현해 달라고 했더니 '맞아, 나는 프로 배우야'라고 하더라"라고 전해 웃음을 유발했다. "지금 이 상황만 봐도 귀엽지 않냐. 독재자지만 귀여움이 있어야 한다. 실제 역사를 돌아보면 독재자들이 매력이 있다. 위험하지만 그런 매력이 군중을 휘어잡고 골수 지지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셜' 캐릭터에 대해 냉철한 카리스마보다는 이상한 허점이 많다고 소개한 봉 감독은 "실제로 이태리에 본인 TV쇼까지 가진 악명 높은 정치인이 있었다. 본인을 위한 걸그룹까지 구성했던, 이태리 사람들에게 악몽을 줬던 인물이다. 그런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매력에 대해 마크 러팔로와 많이 얘기한 것 같다. 마냥 무섭고 소리지르는 건 쉽다. 미묘한 매력으로 보는 사람들이 '웃긴 사람이네'라고 생각했다가 악행에 섬뜩해진다"고 설정 과정을 자세히 풀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8일,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 후 3월 7일 북미에서 공개된다.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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