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렇게 예측이 힘들 수 없다. 개막전부터 곳곳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K리그1의 이야기다. 15일 포항 스틸러스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로 2025시즌의 문을 연 K리그1의 시즌 첫 경기부터 지난해 상위권을 차지했던 구단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물론 준우승 팀 강원FC, 3위와 4위를 차지했던 김천 상무와 FC서울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파이널A에 진출했던 팀들 중 1라운드에서 승점을 챙긴 구단은 수원FC가 유일하다. 심지어 수원FC는 승점 3점이 아닌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시작은 15일 오후 1시 K리그1 첫 경기 킥 오프 휘슬이 울렸던 포항과 대전의 경기였다. 지난해 황선홍 감독을 선임한 뒤 극적으로 강등권에서 탈출했던 대전이 새로운 주포 주민규를 앞세워 원정경기에서 포항을 3-0으로 무너뜨렸다.
주민규는 눈이 퉁퉁 부은 상태로도 포항 골네트를 두 번이나 가르며 이번 시즌 득점왕 경쟁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에서 영입된 '건국대 음바페' 최건주는 주민규에 앞서 선제골을 뽑아내며 2025시즌 K리그1 첫 번째 골을 터트렸다.
같은 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경기도 예상 밖의 결과로 끝났다. 김학범 감독 체제 2년 차를 맞은 제주가 김준하와 이건희의 연속 득점으로 우승 후보 서울을 잡아낸 것이다.
'홈 극강'을 외친 김학범 감독은 첫 경기부터 강력한 상대를 잡아내면서 이번 시즌 제주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제주에 부임할 당시 "제주를 원정팀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변은 16일에도 계속됐다. 16일 첫 경기였던 울산과 FC안양의 경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경기로 조명됐다. 그러나 승격팀 안양이 2022시즌부터 2024시즌까지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의 시작을 알린 울산을 격파하면서 모두의 예상을 깼다. 안양 입장에서는 기적과 같은 경기였다.
울산은 허율, 이진현, 서명관, 윤종규, 라카바 등 새롭게 영입한 얼굴들은 물론 엄원상과 루빅손처럼 기존 팀을 지탱하던 자원들을 투입해 총공세를 펼쳤지만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안양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하다가 후반 추가시간 뛰어난 제공권을 자랑하는 K리그2 득점왕 출신 모따에게 선제 결승골을 헌납했다.
울산의 김판곤 감독도 "마지막에 나온 득점 장면은 피지컬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16일 오후에 열린 전북 현대와 김천, 대구FC와 강원의 경기도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었다.
지난해 10위까지 추락해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렀던 전북이 지난 시즌 3위 김천을 상대로 박진섭과 전진우의 득점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명가 재건'의 신호탄을 쐈다. 프리미어리그(PL) 팀을 지도한 경력이 있는 거스 포옛 감독 선임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전북과 마찬가지로 승강 PO를 경험한 뒤 반등을 예고했던 박창현 감독의 대구는 돌아온 라마스의 동점골에 이어 '대구의 왕' 세징야의 극장 역전 결승골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난해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하며 시민구단의 역사를 새로 썼던 강원의 신임 사령탑 정경호 감독은 자신들의 길을 밟겠다고 선언한 대구에 패배하며 쓴맛을 봤다.
K리그가 팬들의 흥미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뚜렷한 먹이사슬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5시즌 K리그1 1라운드는에서는 예측이 힘든 K리그의 재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절대 강팀, 절대 약팀도 없는 리그가 바로 한국에 있다.
2라운드에도 흥미진진한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연고지 문제로 개막 전부터 날선 신경전을 벌인 서울과 안양이 2라운드에서 만난다. 서울의 김기동 감독과 안양 유병훈 감독은 K리그1 미디어데이에서 연고지 '이전'과 '복귀'라는 단어를 두고 약간의 설전을 벌이며 불꽃을 튀겼다. 두 팀 모두 동기부여가 대단한 경기다.
1라운드에서 자존심을 구긴 울산이 분위기가 올라온 대전을 만나 승리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프리미어리그 출신 포옛 감독과 K리그를 대표하는 전술가 이정효 감독의 전술 싸움이 벌어질 전북과 광주의 경기도 이목을 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