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김덕중 기자] 미국 NBC,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유로스포츠 등을 통해 전 세계 85억명이 시청하고 2,700시간 이상 방영되는 세계적인 이벤트. 올림픽, 월드컵, F1과 더불어 가장 큰 규모와 경제효과를 자랑하는 대회. 160년 역사를 자랑하며 국제 스포츠 행사 중 가장 오래된 트로피를 갖고 있는 전통의 스포츠. 바로 아메리카즈컵 세계요트대회를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아메리카즈컵 월드시리즈에 지난 8월 한국팀이 최초로 참가했다. 40여년 요트 외길 인생을 살아온 김동영 대표가 이끄는 '팀 코리아'가 주인공이다.
아메리카즈컵이란?
지난 달 18일 영국 플리머스에서 열린 아메리카즈컵 월드시리즈 2차 대회는 바람과의 싸움이었다. 28노트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 배가 전복되거나 충돌하기가 다반사였다. '팀 코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9개 참가팀이 동시에 출발한 이날 플리트레이스에서 '팀 코리아'는 5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팀 코리아'는 전날 열린 매치레이스(토너먼트 방식)에서 2위를 차지했다.
팀 코리아의 초반 성적이 놀랍다. 8월 포르투갈 카스카이스 1차 대회와 9월 영국 플리머스 2차 대회에서 매치, 플리트 레이스 종합 5위(26 포인트)의 성적을 내고 있다. 상위권에 포진한 미국 오라클 2팀이 아메리카즈컵 결승에 직행하기 때문에 실상 3위와 다름없는 성적이다. 2위 아르테미스(스웨덴, 28포인트)와 포인트는 불과 2점 차.
물론 아메리카즈컵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아메리카즈컵 결승에 나서는 건 아니다. 아메리카즈컵은 총 14차 대회까지 치르는 아메리카즈컵 월드시리즈(2011년 8월~2013년 6월) 루이비통컵(2013년 7월 4일~9월 1일) 그리고 아메리카즈컵 결승(2013년 9월 7일~22일) 등 3개 대회로 나뉜다. 루이비통컵 우승팀에게 아메리카즈컵 결승행 티켓이 주어지며 결승에선 전 대회 우승팀인 미국 오라클과 1대1 레이스를 펼쳐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그 전에 펼쳐지는 아메리카즈컵 월드시리즈는 일종의 전초전으로 보면 된다.
'팀 코리아'의 김대표는 "가능성을 봤다는 게 중요하다. 아메리카즈컵은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엄청난 인기 스포츠다. 오메가, 루이비통, 프라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후원하는 고급 스포츠로 통한다. 그런 대회에서 무명의 '팀 코리아'가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만 몰라주는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요트 외길 인생 김동영
한국 팀의 아메리카즈컵 참가나 월드시리즈 초반 돌풍 모두 김대표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40여년 요트 외길 인생을 걸었다. 부산 동아대 체육학과 재학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요트클럽에 가입하면서 요트인생이 시작됐다. 요트산업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본 그는 졸업 후 곧바로 요트 강국인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이웃나라인 뉴질랜드에 요트전문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 1999년 뉴질랜드로 옮겼다. 요트 제작사에서 4년간 일하면서 요트 제작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 기간 뉴질랜드는 요트 열풍에 휩싸였다.
김대표는 "뉴질랜드는 소고기, 치즈, 우유 등 낙농업 외에 이렇다할 히트상품이 없었다. 그러다 1995, 2000년 아메리카즈컵에서 2연패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요트 산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요트와 뉴질랜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뉴질랜드에서 요트 컨설팅을 하면서 아메리카컵 운영진 등 국제적인 요트인들을 만나 인맥을 다졌다. 뉴질랜드처럼 한국에서 요트산업을 일으켜보겠다란 생각에서였다. 아메리카컵에 참가하게 된 궁극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요트산업의 가능성
요트 대회는 자동차에 비유될 만큼 파생되는 부가가치 산업이 많다. 요트산업의 경우 제조는 물론 디자인, 요트학교, 관광 등 다양한 산업이 가능해 마리나 건설을 시작으로 해양레저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최고 권위의 아메리카즈컵은 선박설계, 유체역학, 조선 기술 등 국가기술의 경연장으로도 불린다. 아메리카즈컵을 통해 국가 이미지마저 재고될 수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요트를 비롯한 전세계 레저보트 시장 규모는 약 48조원. 이는 조선업 시장 규모인 57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김대표의 꿈이 구체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김대표는 하나하나 풀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우선은 아메리카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팀원들이 모두 외국선수로 채워져있으나 '팀 코리아'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즈컵은 클럽대회 성격이 강하다.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14일부터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이순신 장군배 요트대회에는 한국 선수 위주로 참가한다. 아메리카즈컵 월드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루이비통컵 참가를 위한 재원도 어느 정도 마련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사진 = 아메리카즈컵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팀 코리아와 김동영 대표. ⓒ 팀 코리아 제공]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