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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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빈 기자님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기사입력 2005.03.28 14:57 / 기사수정 2005.03.28 14:57

김민호 기자

<그거 가지고 경질을 하자고?> 라는 기사 잘 보았습니다. 요즘 인터넷 논객이 참 많죠. 1인 미디어 시대에 누구나 언론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인터넷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고,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죠. 

패스는 받는 사람이 가장 '받기 좋게'  보내는 것이 훌륭한 패스이고, 글은 보는 사람이 '보기 좋게'  쓰는 것이 훌륭한 글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보기 좋은 글' 이란, 그 글 속에 담겨져 있는 필자의 주장에 대한 독자의 호불호 여부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본프레레를 전술적, 기술적으로 옹호하는 문장 한 문장 없이 이런 단문성 주장으로는 독자를 납득시킬 수가 없습니다. 생업 제치고 밤잠 설친 팬들을 한 경기 승부에 목메는 '조급증' 환자의 '추태' 라는 표현을 쓰실 수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선천성 냄비 증후군'  환자 중에 한명입니다.

사우디전 자체에 대한 경기분석은 고작 3줄인데, 3줄로  '추태' 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본인이 뜻을 주장하니,  필자의 옳으신 그것마저도 공감보다는 거부감이 먼저 듭니다.  저도 본프레레의 사우디전 용병술에 관해서 세세한 반박은 하지 않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조급증' 을 갖은 팬들이 더 잘 알고 계실테니깐요.

감독은 어떠한 경우라도 '내 새끼' 인 선수를 싸잡아서 비난 하면 안됩니다. 오늘만이 아니죠. 오늘 인터뷰가 혹시 감독이 다른 의도를 갖고 한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96년 애탈란타 올림픽 이후 9년간 본프레레의 커리어를 보면 결국 이 문제로만 3차례 경질 된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가슴에 별 하나씩 달고 있는 세계 1류 팀들도 최종예선 도중에 감독이  경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필자의 주장대로 본선도중 선장이 바뀐다고 좋은 게 하나 없죠. 하지만 어느 누가 자기 팀 수장을 '좋아서' 교체합니까?

감독 경질이 최선책이 될 수 없다는 필자의 의견에는 120% 공감합니다만,  6월부터 시작 될 최종예선 2라운드에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경질' 이라는 훗날의 최선책이 지금의 '차선책' 일 수도 있습니다. 히딩크 하고 비교가 자주 되지만, 자동진출권을 가지고 2년간 착실히 준비를 한 히딩크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경우입니다.
 
시쳇말로 본선은 장난이 아닙니다. 필자가 말하신 사우디戰 특정 선수의 기량부족도 감독의 역량 문제이고, 선수들의 멘탈적인 요소도 결국 감독이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월드컵 최종 예선이 비록 토너먼트는 아니지만 내일이 없는 승부라는 점입니다.  선수도, 감독도, 그 누구도 결과에 대해 어떠한 핑계를 될 수도 없는 전시태세입니다. 아까도 언급됐지만 히딩크-코엘류와는 상황 자체가 다릅니다.

작은 국지전에서  피해를 봤다고 3일 후 또 다른 전투를 앞두고 있는 본인의 군사들을 여론에 대놓고 비난하는 장수가 어디에 있습니까. 오늘 인터뷰는 본프레레가 분명 잘못한 부분입니다.

저도 코엘류가 그렇게 떠나간 것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아시안컵을 위해 데려온 코엘류의 경질 당시 성적은 '아시안컵 본선 진출, 월드컵 예선 무패로 조 1위' 였습니다. 

코엘류를 그렇게 보냈기에 시련을 겪고 있는 본프레레의 성공을 더욱 기원합니다. 그럼, 권혁빈 기자님의 건필과 3일 후 본프레레호의 상암發 승전보를 기다리며 글을 마칩니다.



김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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