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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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예수' 뜨거운 안녕…'눈물의 고별식' 켈리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됐으면" [잠실 현장인터뷰]

기사입력 2024.07.20 22:34 / 기사수정 2024.07.20 22:34



(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LG 트윈스 '장수 외인' 케이시 켈리가 팀을 떠난다. 켈리는 선수단과 폭우 속 눈물의 고별식을 마쳤다.

LG는 20일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총액 44만달러(연봉 44만달러) 입단 계약을 합의, 21일 켈리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2019년 처음 LG 유니폼을 입으며 한국 무대를 밟은 켈리는 5년 반의 시간 동안 LG에서 활약하다 이별을 맞이하게 됐다.

이미 에르난데스와의 계약을 끝낸 상황이라 켈리는 등판할 필요가 없었지만, 구단의 배려와 자신의 의지에 따라 LG에서의 이날 마지막 선발 등판에 나섰다. 다만 LG가 6-0으로 앞서던 3회초 폭우가 쏟아지면서 99분의 중단 끝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고, 2⅔이닝을 던진 켈리는 중단 후에도 등판 의지를 보였으나 그렇게 빗물에 쓸려간 고별전 아닌 고별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 성립이 되지 않으면서 켈리는 5시즌 통산 163경기 989⅓이닝 73승46패 평균자책점 3.25로 LG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했다. 노게임으로 경기가 끝이 나고, LG는 켈리를 위해 준비한 고별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폭우 속에서 진행된 고별식, 켈리도 선수들도, 그리고 팬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켈리와의 일문일답.




-최근 며칠 복잡한 마음이었을 것 같다.

▲지난 몇 년 부진할 때마다 교체설을 접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올 시즌 초반도 마찬가지였고, 최근까지도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한국에서의 5년 반의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잘 대해주셨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떠나기 전 등판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감사했고 기분 좋았다.

-비지니스적으로만 본다면 등판하지 않았어도 됐는데, 등판을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어제 아내와 상의를 했고, 마지막 경기를 던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결정했다. 대전 한화전이 마지막 등판이었는데, 잠실 팬 여러분 앞에서 던지고 싶기도 했고, 5년 반 특별하고 감사했던 우리 동료들과도 한 번 더 함께 해보고 싶었다. 또 두산전은 늘 즐거웠기 때문에 동료들과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마지막인 만큼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텐데, 비가 계속되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그냥 집중하려고 했다. 비가 그치고 경기가 재개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게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집중했고, 끝내지 못한 이닝을 끝내고 싶었다. 두 번째 비가 쏟아져 중단됐을 때는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래도 2이닝을 잘 던져서 동료들과 야구를 했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로서 이례적인 고별식을 했는데.

▲놀라웠다. KBO 외국인 선수 가운데 이런 고별식을 한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이런 고별식이 열릴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고 눈물을 참았는데, 고별식이 시작하니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다. 궂은 날씨였는데도 팬분들이 남아 기다려 주셨던 것도 마음 한 켠에 계속 남아 있을 것 같다. 프런트에게 감사하고, 팀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특별했고,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선수들도 많이 울던데.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나.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얘기를 주로 했다. 선수들이 음식이나 커피 주문하는 걸 도와주기도 하고, 정말 가족과 다름 없는 존재로 지내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자녀들끼리도 잘 지냈기 때문에 그런 순간들이 특별하게 남을 것 같다. LG 선수로서는 마지막이지만, 계속 연락하며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5년 반을 돌아보면 어떤 장면이 가장이 제일 기억에 남나.

▲정말 많은 경기들이 기억에 남는데, 한국시리즈에서 뛰었다는 게 특별했다. 그 중에서도 5차전이 정말 특별했다. 29년 만에 우승팀이 되는 경기였다. 그 경기에 나가서 던지고 승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팬들이 켈리를 어떤 선수로 기억했으면 하는지.

▲먼저 야구선수보다 인간 켈리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LG 트윈스와 사인하는 순간부터 팬들의 성원을 받았는데, 사실 처음에는 한국의 팬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경험해 보니 정말 놀라웠고, 그래서 더 최선을 다했고 또 팀을 위해 희생했다.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LG와는 이별이지만, 다른 곳에서 볼수 있을까.

▲오늘 만감이 교차했다. 아직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행복하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나은 모습을 보였드린 것에도 만족한다. 이제 생각할 시간이 조금 있는데,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 미국이나 대만,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민해 보려고 한다. 여전히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고, 야구를 계속 하고 싶다. 아마 어딘가에서 야구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게 된다면.

▲사실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응원을 하기보다 그 일원으로 경기를 하고 싶었으니까. 당연히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응원할 거다. 지금도 응원하고, 앞으로도 그렇다. LG 트윈스는 내 마음 한 켠 특별하게 자리해 있을 것 같다. 아마 한국까지 와서 응원하긴 어렵겠지만, 계속 LG 트윈스를 응원하려고 한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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