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우승 후보' 일본 골키퍼들의 국가대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일본 내에서도 지적되고 있는 문제다. 한 일본 매체가 베테랑 골키퍼들이 이번 대회에 선발되지 않은 점에 아쉬워했다.
일본이 이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유력 우승 후보라는 점에는 이견을 내기 힘들다. 한국이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막강한 스쿼드를 갖고 있다면 일본은 오랜 기간 쌓아온 자신들의 축구 철학을 앞세운 팀 플레이가 강점인 팀이다.
일본은 세밀한 패스 플레이와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앞세운 전술로 결과까지 내고 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무너뜨리며 대회 16강에 올랐고, 아시안컵이 열리기 전까지 A매치 10연승을 달렸다. 일본은 자신들이 이번 대회 우승 후보라는 걸 증명하듯 1차전에서 베트남에 리드를 허용했지만 경기를 뒤집으며 승리를 챙겼다. 우승 후보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일본은 자신들의 약점을 드러냈다. 바로 골키퍼였다. 이날 일본의 골문을 지킨 선수는 스즈키 자이온이었다. 현재 벨기에 1부리그 신트 트라위던에서 뛰고 있는 스즈키는 혼혈 골키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어리그(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연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즈키는 유명한 것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선수라는 게 베트남전에서 드러났다.
스즈키는 베트남에 동점골을 실점할 당시 아쉬운 위치선정으로 응우옌 딘 박의 헤더를 처리하지 못했다. 이 장면의 경우 공이 처리하기 까다로운 코스로 왔다는 말로 무마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 33분 역전골을 허용한 상황은 명백하게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실수였다. 당시 스즈키는 경합 후 떨어진 공을 애매한 위치로 쳐냈고, 결국 문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팜 투안 하이에게 실점하고 말았다.
골키퍼 경험 부족은 아시안컵 이전부터 지적된 일본의 걱정거리였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세 명의 골키퍼 명단을 스즈키, 다이야 마에카와(빗셀 고베), 그리고 노자와 다이시 브랜든(FC도쿄)으로 구성했다. 세 선수 모두 국가대표팀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마에카와는 29세지만 A매치 경력이 한 경기에 불과하다. 심지어 출전 시간은 90분도 아닌 9분이다. 21세인 젊은 골키퍼 노자와는 소속팀에서의 경험도 많지 않은 데다, 국가대표팀에서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셋 중 A매치 경험이 가장 많은 스즈키는 베트남전이 다섯 번째 A매치였다.
애써 외면하던 일본도 베트남전 이후 골키퍼의 경험 부족이 경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한 듯하다. 조 1위 자리가 걸린 이라크전을 앞둔 상황에서 일본 매체가 일본 골키퍼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매체 '풋볼존'은 "골키퍼의 경험 차이가 드러났다. 차기 대표팀 주전 골키퍼 후보인 스즈키가 베트남전에 출전했지만, 그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거나 멘탈을 관리해줄 수 있는 선수가 현재 대표팀에는 없다. 16강에 진출한다면 스즈키에게 가해지는 압박감이 큰데, 그를 이끌어주는 존재가 필요한 게 아닐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풋볼존'은 이번 대회에 베테랑 골키퍼를 선발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매체는 "향후 스즈키가 대표팀의 중심이 될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주빌로 이와타에 갓 이적한 가와시마 에이지나 감바 오사카의 히가시구치 마사아키 등 베테랑을 소집하면 리더십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키퍼가 특수한 포지션인 만큼 벽에 부딪혔을 때 끌어올려주는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매체가 언급한 가와시마는 국가대표팀 경기만 95경기를 소화한 일본의 베테랑 골키퍼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일본 대표팀의 골문을 지킨 일본을 대표하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37세 골키퍼인 히가시구치는 국가대표 경력은 많지 않지만 감바 오사카에서 10년이나 활약하며 쌓은 경험이 풍부하다.
현실적으로 한 대회에서 세 명의 골키퍼가 전부 대회를 뛸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풋볼존' 역시 이를 전제로 쿼터 한 자리를 베테랑 골키퍼에게 내줬다면 스즈키처럼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흔들릴 때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