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가 안방에서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3위 수성에 청신호를 키고 3년 만에 '장충의 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GS칼텍스는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14-25 25-22 17-25 25-23 15-10)로 이겼다.
GS칼텍스는 이날 승리로 2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시즌 14승 9패, 승점 40점을 기록하면서 4위 IBK기업은행(11승 12패, 승점 33)과 5위 정관장(10승 12패, 승점 33)과의 격차를 승점 7점으로 벌렸다.
GS칼텍스는 여전히 1위 현대건설(17승 5패, 승점 52), 2위 흥국생명(18승 5패, 승점 50)과 승점 차가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다만 중위권 팀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3위를 지키는 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장충체육관을 찾은 3468명의 만원 관중들은 GS칼텍스의 저력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GS칼텍스는 실바가 팀 내 최다 37득점으로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실바는 공격 점유율 49.07%의 부담 속에서도 공격 성공률 44.3%를 기록하면서 팀 승리를 견인했다.
GS칼텍스 토종 에이스 강소휘도 11득점, 공격 성공률 34.38%를 기록했다. 유서연도 10득점, 공격 성공률 38.1%를 보태면서 GS칼텍스 승리에 기여했다.
IBK기업은행은 아베크롬비가 양 팀 최다 38득점, 공격 점유율 46.45%, 공격 성공률 47.22%로 분전했지만 4세트 다 잡았던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최정민 13득점, 황민경 12득점, 표승주 8득점 등 주축들의 분전도 패배 앞에 빛이 바랬다.
GS칼텍스는 2020-2021 시즌 여자배구 최초로 컵대회(KOVO컵) 우승, 정규리그 1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라는 '트레블'의 역사를 썼지만 이후 봄배구와 멀어졌다.
2021-2022 시즌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여자부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정규리그 최소 3위를 확보하고도 시즌 조기 종료 속에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못했다.
2022-2023 시즌은 16승 20패로 5위에 그치면서 '배구' 없는 쓸쓸한 봄을 보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GS칼텍스는 올 시즌에도 주전 세터 안혜진의 수술 후 재활이라는 커다란 공백이 발생했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저력을 발휘 중이다. 지난해 8월 경북 구미에서 열린 컵대회 우승으로 돌풍을 예고했고 V리그 정규시즌에서도 순항 중이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3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했다. 1경기를 덜 치른 정관장에 세트 득실률에서 앞서 4위는 유지했지만 언제든 5위로 추락할 수 있어 올 시즌 최대 위기를 맞았다.
▲ 압도적 화력 뽐낸 IBK기업은행, 1세트를 지배했다
기선을 제압한 건 IBK기업은행이었다. IBK기업은행은 1세트 미들블로커 최정민이 블로킹 3개 포함 7득점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주포 아베크롬비도 6득점, 공격 점유율 35.48%, 공격 성공률 45.45%로 제 몫을 해내면서 순조롭게 점수를 쌓았다.
IBK기업은행은 1세트 시작과 동시에 김현정의 서브 에이스, 최정민의 블로킹과 오픈 성공, 아베크롬비의 연이은 공격 성공, 표승주의 블로킹 등을 묶어 순식간에 10-3의 리드를 잡았다. 1세트 중반 14-4로 달아나면서 일찌감치 주도권을 장악했다.
IBK기업은행은 넉넉한 리드를 바탕으로 GS칼텍스의 추격을 여유 있게 뿌리쳤다. 25-14로 1세트를 따내면서 기분 좋게 게임을 출발했다.
GS칼텍스는 에이스 실바가 5득점, 공격 성공률 29.41%로 막힌 상황에서 유서연, 강소휘 등 주축 선수들의 초반 공격력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
▲실바 살아난 GS칼텍스,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GS칼텍스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선 2세트 실바가 살아나면서 화력 싸움에서 IBK기업은행에 밀리지 않았다. 실바는 7득점, 공격 점유율 33.33%, 공격 성공률 및 효율 66.67%로 1세트와 전혀 다른 플레이를 선보였다. 강소휘, 문지윤, 권민지, 유서연도 나란히 3득점을 보탰다.
GS칼텍스는 14-13으로 앞선 2세트 중반 실바의 오픈 성공에 이어 권민지가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의 백어택을 완벽한 블로킹으로 막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실바의 서브에이스와 IBK기업은행의 범실로 18-13까지 달아났다.
GS칼텍스는 2세트 후반 23-21로 쫓기기도 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의 서브 범실로 세트 포인트를 선점한 뒤 24-22에서 실바의 백어택 성공으로 세트 스코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IBK기업은행은 2세트 아베크롬비가 7득점, 공격 점유율 44.44%, 공격 성공률 43.75%로 분전하고 황민경도 5득점, 공격 성공률 83.33%로 제 몫을 해냈지만 팀 범실 5개가 발목을 잡았다.
▲아베크롬비 괴력, 3세트를 지배했다...승리는 IBK기업은행 쪽으로 기울고
IBK기업은행은 아베크롬비를 앞세워 3세트를 따냈다. 아베크롬비는 9득점, 공격 점유율 52.78%, 공격 성공률 47.37%로 펄펄 날면서 승부처 때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최정민 4득점, 김현정 3득점 등 두 미들 블로커까지 힘을 내면서 IBK기업은행이 쉽게 게임을 풀어갔다.
IBK기업은행은 3세트 중반 9-8 살얼음판 리드에서 김현정의 블로킹, 황민경의 서브 에이스, 김현정의 블로킹, 아베크롬비의 오픈 성공으로 13-8로 달아난 이후 3세트 마지막까지 리드를 유지했다.
GS칼텍스는 3세트 실바의 공격 점유율이 52.17%를 기록했지만 8득점, 공격 성공률 33.33%로 효율적이지 못했던 부분이 문제였다. 강소휘까지 IBK기업은행의 높이를 뚫지 못하면서 화력 싸움에서 IBK기업은행에 크게 밀렸다. 범실까지 7개가 쏟아지면서 3세트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실바가 구원한 GS칼텍스, 벼랑 끝 벗어나 5세트로
GS칼텍스는 패배 위기에 몰린 4세트 실바가 구원자로 나섰다. 실바는 4세트 11득점, 공격 점유율 50%, 공격 성공률 55.56%로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뽐냈다. 강소휘, 권민지의 플레이까지 살아나면서 4세트를 따내고 세트 스코어 2-2로 균형을 맞췄다.
GS칼텍스가 4세트를 따낸 과정은 한 편의 영화였다. 13-19로 뒤진 4세트 중반 IBK기업은행 김정아의 서브 범실을 시작으로 실바의 연속 백어택 성공, 상대 범실, 실바의 퀵오픈 성공으로 18-21까지 점수 차를 좁혔다.
IBK기업은행이 아베크롬비의 오픈 성공으로 한 점을 따냈지만 GS칼텍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18-22에서 강소휘와 권민지의 오픈 성공으로 20-22로 다시 추격했다.
GS칼텍스의 투지는 마지막 순간 더 강해졌다. 20-23에서 실바의 오픈 성공과 백어택 성공, 서브 에이스로 23-23으로 동점을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IBK기업은행은 GS칼텍스의 기세에 눌린 듯 아베크롬비의 공격 범실로 역전을 허용했다. GS칼텍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치열한 랠리 속에서 강소휘의 오픈 성공으로 4세트를 따내고 승부를 5세트로 끌고갔다.
▲GS칼텍스의 역전 드라마 완성, 장충을 뒤흔든 짜릿한 승리
GS칼텍스는 5세트까지 삼켜냈다. 실바가 6득점, 공격 성공률 61.11%, 공격 성공률 54.55%로 클러치 본능을 뽐내면서 승부처 때마다 쉽게 쉽게 점수를 얻었다.
GS칼텍스는 10-9로 앞선 5세트 후반 실바의 퀵오픈 성공과 오픈 성공으로 12-9로 도망갔다. 12-10에서 실바의 퀵오픈 성공과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의 공격 범실로 14-10 매치 포인트 상황을 잡았다.
GS칼텍스 강소휘는 4세트에 이어 5세트에도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강소휘의 퀵오픈 성공 속에 GS칼텍스는 길고 길었던 혈투를 승리로 장식하고 즐거운 토요일 저녁을 즐겼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