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이적시장 대박은 파비오 파라티치 전 단장 덕이다.
파라티치는 선수 시절에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행정가로 변신한 뒤 이탈리아에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스카우트 일을 시작한 뒤에는 삼프도리아와 유벤투스에서 활동했고, 유벤투스에서는 단장까지 지냈다. 이후 11년 동안 유벤투스에서 스카우트와 단장으로 일하다 2021년 토트넘과 연을 맺었다.
토트넘은 파라티치의 이탈리아 커넥션을 적극 이용했다. 이탈리아 출신이자 유벤투스에서 오래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는 파라티치는 주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는 선수들을 토트넘으로 데려왔다. 파라티치는 임기 초반부터 피에를루이지 골리니와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영입했다. 특히 당시 아탈란타에서 세리에A 최고의 센터백으로 자리잡은 로메로는 데려온 건 성공적인 영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파라티치의 세리에A 커넥션은 빛났다. 2021-2022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쿨루세브스키는 반 시즌 만에 손흥민과 해리 케인을 도와주는 특급 도우미로 자리잡았고, 벤탄쿠르는 토트넘의 신형 엔진이 됐다. 두 선수가 유벤투스에서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던 자원이었다는 점, 그런 선수들을 저렴한 가격에 영입했다는 점이 파라티치의 위상을 올려줬다.
한 시즌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반 페리시치와 현재 토트넘의 레프트백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데스티니 우도기 또한 파라티치의 작품이다. 이후 파라티치는 유벤투스 시절 분식회계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징계를 받았고, 토트넘 단장직에서 물러났다.
파라티치의 징계는 부분적으로 완화됐다. 당초 파라티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에 따라 전 세계 어떤 곳에서도 활동할 수 없었지만, FIFA가 항소를 받아들이면서 이탈리아 밖에서 행정가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바뀌었다. 영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파라티치는 단장직을 내려놓은 뒤인 현재도 토트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토트넘의 이적시장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티치는 지난여름과 이번 겨울에도 다시 한번 토트넘을 도왔다. 토트넘의 새로운 수문장 굴리엘모 비카리오와 영입이 임박한 라두 드라구신 모두 파라티치가 선택한 선수들이다. 비카리오, 드라구신 역시 파라티치가 토트넘으로 데려온 대부분의 선수들처럼 세리에A 출신이다.
타율이 상당히 좋다. 현재 토트넘 수비의 기둥이 된 로메로는 설명할 필요도 없고, 쿨루세브스키와 벤탄쿠르도 토트넘에 완전 영입돼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우도기와 비카리오의 이번 시즌 활약도 상당하다. 페리시치도 지난 시즌의 공로가 적지 않다.
세리에A에서 데려오지 않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토트넘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이브 비수마와 최근 살아난 히샬리송, 지난시즌 위고 요리스가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대타 역할을 잘 수행했던 프레이저 포스터 모두 파라티치가 영입한 선수들이다. 토트넘의 영입 대박 비결은 파라티치였다.
많은 토트넘 팬들은 드라구신이 파라티치의 다음 걸작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드라구신은 로메로처럼 세리에A 최정상을 밟았던 센터백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였다. 드라구신의 빌드업 능력이나 공중 장악 능력은 기복이 있는 토트넘 수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