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스티븐 제라드가 넘어지면서 결승골을 헌납,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놓쳤던 지난 2014년 4월의 비화가 공개됐다.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이 리버풀 우승을 망쳐놓기 위해 사력을 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리뉴는 18일(한국시간) 첼시의 전 미드필더이자 애제자 존 오비 미켈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오비 원 팟캐스트'에 출연, 지난 2013/14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놨다.
당시 리버풀은 오랜 암흑기를 뚫고 1989/90시즌 이후 24년만에 첫 리그 우승이자 1992년 프리미어리그 창설 이후 첫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까지 승점 80점으로 1위를 지키던 리버풀 뒤에는 무리뉴 첼시가 승점 75점으로 2위를, 2경기 덜 치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71점으로 3위를 달리고 있었다.
리버풀이 남은 3경기서 2승 1무만 거두면 맨시티의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자력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리버풀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그러나 36라운드에 만난 첼시가 리버풀의 소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무리뉴의 안간힘이 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리뉴는 팟캐스트에서 당시 상황을 전하며 "리버풀과 당시 감독이었던 브렌던 로저스에게 악감정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우승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진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첼시는 리그 2위였으나 일찌감치 리그 우승 경쟁을 포기한 상태였다고 무리뉴는 설명했다.
그는 "시즌이 끝나면 2위 혹은 3위로 끝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우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했다. 첼시는 해당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M)와의 2차전을 앞둔 상태였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겼기 때문에 첼시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선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했다.
그러다보니 첼시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 2014년 4월 27일 일요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리버풀과의 36라운드 경기 일정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 선수들 체력 관리 때문이었다. 주중에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경기 일정을 고려해본다면 일요일 경기를 뛴 후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도 못한채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를 뛰는 것은 우승 경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이를 거절했다. 이유는 리그 중계 매체인 '스카이스포츠' 때문이었다.
무리뉴는 "난 리버풀과의 경기를 금요일 내지는 토요일 12시까지는 치르고 싶었다"며 "프리미어리그를 찾아가 울고, 애원해 봤지만 그들은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알지도 못하는 관중과 방송국 때문에 일정을 미루는 데 실패했다"며 "난 화가 나 리버풀 파티를 망치고 싶었다"고 전했다.
선발 명단을 전부 유망주로만 채워 리버풀과의 경기를 치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리뉴는 "(같이 리그 경쟁을 하는) 맨시티에게 불공평한 일이다"라며 "리버풀에게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술회했다.
첼시는 해당 경기서 끝내 2-0 승리를 거두고 리버풀의 우승을 가로막았다. 당시 리버풀은 주장 스티븐 제라드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전반 추가시간 제라드가 미끄러지는 그 유명한 장면을 연출한 끝에 첼시의 뎀바 바에게 선제 골을 내줬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에는 첼시의 공격수 윌리안이 추가골을 넣어 리버풀을 완전히 침몰시켰다.
당시 첼시는 두 줄 수비를 구사하며 리버풀 공세를 끝까지 틀어막았고 무리뉴는 윌리안의 골이 들어가자 가슴을 치며 포효하는 등, 리그 경쟁에 사활을 건 사람처럼 행동했다.
무리뉴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는 리그 경쟁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렇지만 그 경기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경기서 넘어져 오랜 시간 조롱거리가 된 제라드에게는 "그런 일을 당하면 안되는 사람"이라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지만 "그것도 축구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리버풀은 이어진 37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3-3 무승부를, 38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는 2-1 승리를 거뒀으나 맨시티가 36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모조리 전승을 거둬 통한의 준우승을 거두게 됐다. 만약 첼시가 경기를 내줬다면 창단 후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었을 가능성이 컸다. 무리뉴가 맨시티 우승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첼시도 리버풀을 이긴 댓가가 컸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에서 1-3으로 패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놓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