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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에필로그④] 희대의 인종차별 사건부터 음주운전, 대표이사+감독 기소까지

기사입력 2023.12.15 06:30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역대급 흥행 시즌을 만든 2023년 K리그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3시즌 K리그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인한 영향과 강등·승격을 둘러싼 경쟁으로 유례 없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큰 열기에 가려진 K리그의 어두운 면이 끝내 수면 위로 드러나 팬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2023년 40주년을 맞은 K리그는 유료 관중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300만 관중을 돌파, 코로나19 여파를 싹 지웠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 중이었던 지난해는 관중 전체 개방을 다시 실시한 첫해였다. 팬들의 '축구 직관' 열기를 확인했다. 올해 2년 차를 맞아 3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흥행과 함께 올 시즌 K리그는 사건 사고도 많았다. 감독의 구속, 인종차별 논란, 음주 운전 등 비위도 가지가지였다.

◆ K리그 40년사 최초의 '인종차별' 사건…솜방망이 징계 논란

지난 6월 10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18라운드 맞대결에서 울산은 5-1 대승을 거뒀다. 이날 이명재가 맹활약하면서 대승에 기여했고 그는 자신의 SNS 계정에 게시물을 올렸다. 이규성과 정승현, 박용우, 그리고 팀 매니저가 이명재를 두고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 "사XX 폼 미쳤다", "사XX 슈퍼 태클"이라고 말했다. 이명재 역시 익숙하다는 듯 "니 때문이야 아시아 쿼터"라고 답하기도 했다. 

여기서 사XX은 과거 다른 팀에서 아세안쿼터(동남아시아축구연맹 소속 국가 선수 중 한 명을 영입할 수 있는 쿼터)로 뛴 태국 국가대표 축구 선수다. 그는 지난 2021시즌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임대로 K리그1에 발을 들여놨다. 지금은 한국에서 뛰지 않고 있다.



평소 피부가 까무잡잡한 이명재를 향해 동료들이 '동남아시아인' 같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셈이었다. 이명재 역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사XX은 울산에서 뛴 적도 없고, 울산 선수들과의 친분도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울산 선수들은 그를 이야깃거리 삼아 댓글로 실명까지 거론하며 인종 차별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이는 국내 여러 커뮤니티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이명재를 비롯한 선수들은 해당 댓글을 삭제했다. 별다른 사과도 없어 이를 비판하는 일부 누리꾼도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출범 40년 이래 최초로 인종차별 사건으로 인한 상벌위원회를 열었고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에게 출장정지 1경기, 제재금 15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울산 구단은 사과문을 내고 자체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연맹 징계를 받지 않은 정승현에게만 1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연맹 징계를 존중해 나머지 세 선수에 대한 자체 징계는 없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과거 해외 구단 사례를 참고했다고 했으나 그 때의 기준과 지금의 기준이 같을 수 없다. 연맹과 구단 모두 솜방망이 처벌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이 박용우를 차출하면서 면죄부까지 줬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 음주 운전 사고로 은퇴한 선수도 있는데…그럼에도 이어진 선수들 음주 운전과 해프닝

여기에 올 시즌에만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들이 여럿 팀을 떠났다. 가장 큰 사건은 득점 랭킹 상위권에 있었던 수원FC 라스의 음주 운전이었다. 그는 지난 8월 음주 운전이 적발됐고 연맹으로부터 15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4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구단도 여러 자문을 받은 끝에 다소 시간이 지난 뒤 라스와 상호 계약 해지했다. 

앞서 4월엔 FC안양 공격수 조나탄도 음주 운전에 적발됐고 구단은 사과문과 함께 상호 계약 해지했다. 10월엔 강원FC의 김정호도 음주 운전이 적발됐다. 프로축구연맹은 60일 활동 정지 징계를 내렸고 강원도 곧바로 계약을 해지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의 음주 운전 뒤 계약 해지는 여러모로 살펴볼 점을 낳았다. 구단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빠르게 팀에서 내쫓는 방향으로 가닥 잡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해당 선수는 자유계약으로 풀려 해외에서 더 손쉽게 다른 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를 이적료 주고 데려온 구단의 경우는 이적료를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 된다. 수원FC도 이런 고민 아래 라스를 좀 더 데리고 있다가 계약해지했다.

물론, 수원FC의 행태도 문제는 있다. 수원FC의 경우는 지난 2019년에도 임대로 영입한 국내 선수가 음주 운전을 해서 쓰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라스가 구단에서 2번째 음주 운전 선수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구단도 재발 방지 소홀히 한 책임을 지고 사과문 등을 냈어야 했는데 일방적으로 라스 탓만 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이슈로 구단과 계약을 해지한 선수도 있었다. 광주FC 소속이었던 산드로는 지난 5월 18일 국제 면허증이 발급되지 않은 상태(자국 운전면허 취득)에서 렌트 차량을 운전해 신호대기 중이던 전방 차량과 추돌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자진 신고했다. 

당시 산드로는 브라질의 운전면허 시스템 개편에 따라 국제면허증발급이 지연됐고 이를 기다리는 과정이었다. 결국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게 됐다. 산드로는 연맹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7월에 상호 계약 해지했다. 

◆ 희대의 선수 입단 비리+채용 비리까지…감독이 구속 기소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7일 17차 상벌위원회를 통해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 '선수 입단 비리'를 이유로 제재금 5000만원을 부과했다. 

안산은 임종헌 전 감독이 배임수재·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임 전 감독은 2018년부터 2년간 태국 클럽 네이비FC 감독으로 있으면서 한국인 선수 2명을 선발하는 대가로 에이전트 최 모씨에게 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프로 입단을 시켜준다고 속여 선수 1명에게 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또 안산 이종걸 전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선수 2명을 입단시키는 대가로 선수 부모외 최씨 등으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와 27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 현금 등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모 전 전력강화팀장 역시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연맹은 지난 7일 "검찰 수사 결과 안산 구단의 이종걸 전 대표이사, 임종헌 전 감독, 배승현 전 전력강화팀장이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선수 선발을 대가로 에이전트와 부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져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됐다"며 "상벌위원회는 위 사안이 축구계 공정질서를 부정하는 중대한 비위에 해당하고, 사건 발생 당시 안산 구단은 내부 견제, 감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되며, 따라서 개인 차원의 비위행위를 넘어 이번 징계로서 구단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는 말로 구단에 징계 부과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역시 솜방망이 징계에 휩싸였다. 구단 대표이사와 감독이 검찰 기소되는 보기 드문 일이 있어났지만 제재금 5000만원은 터무니 없이 적다는 뜻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한국프로축구연맹, 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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