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2034년 월드컵에 뛰고 싶은 선수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소리다.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실상 선정된 사우디아라비아가 한 여름에 월드컵을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고 나섰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8일(한국시간) 사우디 체육부 장관이자 왕족인 압둘아지즈 빈 투르키 알 사우드와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2034년 월드컵 개최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해당 인터뷰에서 알 사우드 왕자는 월드컵 여름 개최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겨울에 여는 선택지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언론 '미러' 역시 "연중 가장 더운 기간일 때 사우디 평균 기온은 40도까지 치솟고 최고 50도까지 도달한다"며 사우디의 여름 개최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라고 전했다. BBC 또한 이러한 점을 짚으며 여름 개최의 실질적 가능성을 묻자 알 사우드는 "(여름에 개최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어떻게든 해서라도 역대 최고의 월드컵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월드컵 여름 개최에는 걸림돌이 많다. 당장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여름에 개최하지 않고 겨울에 개최했다. 당시 카타르는 밀폐된 실내에서 에어컨을 완전 가동하는 방법으로 여름 개최를 천명했으나 유치 직후부터 무리한 계획이라는 소리를 듣더니 결국 겨울 개최로 선회헤 11월 중순에 개막했다.
세계 각국 평균 온도를 측정하는 '크라운 사이언스'에 따르면 카타르와 사우디 여름 기온에는 별 차이가 없다. 6월과 7월이 가장 더운 기간으로 손꼽혔는데 카타르는 6월 평균 기온 42.5도, 사우디는 40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우디의 월드컵 여름 개최는 가시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월드컵의 여름 개최에 '진심'인 것으로 보인다. 알 사우드는 인터뷰에서 "여름에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왜 찾지 않는가"라며 "여름이던 겨울이던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 수준에 맞는 경기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여름 월드컵 또한 진지하게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사우디의 프로축구협회장 야세르 알 미세할 또한 여름에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미러'는 "지난 달 알 미세할 회장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에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많다. 경기장에 에어컨을 둘 수도 있다'며 '사우디 왕국 내에도 여름에 쾌적한 기후를 자랑하는 장소가 여럿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여름 개최 여부가 여러 대표팀에게 중요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사우디 왕가와 축구연맹의 입장과 현지의 실상은 사뭇 다르다.
'미러'에 의하면 사우디 프로 리그 경기는 유럽 최고 슈퍼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네이마르 등을 보호하기 위해 겨울에도 밤에 경기를 여는 경우가 잦다. 가장 낮은 겨울에도 더위를 걱정하며 밤에 경기를 개최하는 판국에, 여름에는 도저히 축구 경기를 할 수 없어 사우디 리그 시즌은 8월부터 그 다음해 5월까지만 개최된다. 가장 기온이 높은 6월과 7월엔 경기가 없다.
월드컵이 각국 프로 리그 시즌과 겹치지 않게 시즌이 끝나고, 6월이나 7월에 한 달이 다소 넘는 기간동안 개최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여름 월드컵 개최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2034년에 열릴 사우디 월드컵은 개최지 선정부터 논란이 많았다.
각 월드컵을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개최해야하는 규칙이 있음에도 국제축구연맹(FIFA)이 2030년 월드컵을 남미와 유럽, 아프리카까지 모두 엮어서 3개국 동시 개최로 전향하겠다는 발표를 전한 가운데 이러한 3개국 동시 개최가 2034년에 사우디가 단독으로 개최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었다는 의혹을 사며 FIFA의 청렴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게다가 사우디 또한 자국 내의 인권 문제를 대형 스포츠로 덮으려하는 이른바 '스포츠워싱'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점도 꾸준히 제기되면서 2034년 사우디 월드컵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있는 상태다. 여러모로 시선이 집중되는 월드컵이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